탈당한 유승민 "정의가 짓밟힌 데 분노한다"
공관위 출범 49일만에, 후보등록 2시간 앞두고 탈당 선택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의 핵심이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대구 동구을)의 거취가 23일 '무소속 출마'로 결정났다. 지난달 4일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한 지 49일째다.
선거법상 23일 밤 12시까지 탈당하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도 할 수 없게 되는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10시가 넘도록 공관위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대구 용계동 지역 사무실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가 짓밟힌 데 대해 분노한다"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오랜 정든 집을 잠시 떠나려 한다.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며 "새누리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가 아니고 민주주의도 아니다. 상식도 아니고 원칙도 아니다. 부끄러운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제가 고민했던 건 저의 오래된 질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였다"며 "이 나라의 유일한 보수당을 사랑했기에 당을 위해 온 몸을 던졌다. 그만큼 당을 사랑했기에 (내가)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천에는) 진박과 비박이라는 편가르기만 있었다. 국민에게 부끄럽다"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헌법 1조 2항에 보면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권력이 저를 버려도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관위는 3시간 여 동안 대구 동구을 공천 문제를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24일 오전 9시부터 다시 논의할 전망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스스로 당을 떠남에 따라 공관위는 이재만허진영 최성덕 등 남은 3명의 예비후보 중 1명을 후보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가 앞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공관위가 대구 동구을에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놔둬야 한다"고 밝힌터라 결과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김 대표는 당시 회견에서 "비공개 회의 때 한 얘기는 밖에 말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 그간 얘기 안 했다"면서 "오늘도 그랬고, 이전 비공개 최고위 때도 (대구 동구을에서) 경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했었고, 유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했었다"고 밝혔다.
공관위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김 대표지만 이 위원장은 이를 매몰차게 거절했다. 이 위원장은 김 대표 회견 이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공천은 있을 수가 없다.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유 전 원내대표를 공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하면서도 3시간이 넘는 공관위 회의 끝에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이 바람에 당초 9시로 예정됐던 최고위도 10시 30분이 돼서야 진행됐다. 결국 시간이 촉박해진 유 전 원내대표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라는 카드를 집어 들었다.
한편 공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비례 순번을 일부 조정했다. 32번을 기존 허정무 전 국가대표 축구감독 대신 사무처 출신 박현석 후보로 교체했고 34번에는 우신구 중앙위원회 수석상임전국위원이, 43번에는 김종훈 전 농어촌공사 상임감사가 배치됐다. 44번에는 서안순 시카고 한인회장이 선택됐다. 공관위는 또 경기 화성병 우호태 후보자에 대한 재심은 반려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