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더민주 지지율 20%대 못 넘는 이유'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되는 귀족 노조, 보편적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계급적 기반 모호, 습관적인 내부 분열,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이념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영입인사 1호'이자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지낸 주진형 당 정책공약단 부단장이 더민주의 총체적인 문제를 조목조목 분석해 내놨다. 지난 22일 김 대표가 당 잔류를 선언한 직후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서다.
김 대표는 앞서 주 부단장에 대해 "그런 사람이 많이 들어와야 더민주의 종전 이미지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이유로 주 부단장의 글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자, 그는 30여분만에 해당 글을 삭제했다.
10% 귀족 노조가 노동계를 대표한다?
주 부단장은 가장 먼저 "더민주 지지율은 왜 20%에 고착되어 있을까"라는 자문을 던졌다. 평소 지지율이 20%에 머무는 당은 수권정당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호남을 제외하고 더민주의 다수를 구성하는 이른바 운동권 세력의 '비현실성'과 '비대표성'을 지적했다.
그는 "더민주는 호남의 지지세력, 비영남권 운동권, 그리고 노사모(노무현을사모하는모임)로 대표되는 진보적 네티즌 세력이 연대한 정당이다. 지역색을 제외하고 보면 이념적으로는 수구적 진보와 개혁적 진보가 뒤섞여 있지만, 운동권 시절 학습한 논리가 아직도 우세하다. 희망버스로 대표되는 수구적 진보가 더 많다"며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익을 우선한다. 그런데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된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노동계 구성원이 정작 더민주가 주창하는 '노동자'를 전혀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어 "다양한 세력이 모여 있어서 항상 내분이 끊이지 않는다"며 "호남 사람들은 진보 운동권 세력이 자기들을 이용해 먹는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진보 운동권 세력은 호남 정서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들끼리는 선명성 경쟁에 몰두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주 부단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민주의 '계급적 모호성' 때문에 계속적인 내부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당이 대기업 등의 경제적 상위그룹을 뚜렷한 기반으로 설정하고 있는 반면, 더민주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론 대표성을 갖추지 못했단 것이다.
특히 최근 김광진 더민주 의원이 테러방지법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에 1번으로 참여해 화제가 된 것과 관련, "시대착오적인 수구 보수를 비판하기만 해도 사람들이 열광하지만, 그래봤자 그게 전부다. 여기에 열광하는 지지층은 일부"라며 "김광진 씨가 필리버스터로 일약 스타가 된 것 같지만 당내 경선에서도 졌다"고 꼬집었다.
'무능한 여당', '무능을 걱정하지 않는 야당'
경제 문제에 대해 무능한 데다 절실함까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국민들은 야당이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부동산부터 뭐 하나 제대로 처리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야당이 내놓은 정책을 보면 국민들이 보기에도 실현성이 낮은 것 투성"이라며 "여당정권 8년을 지내며 여당 역시 무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신기한 것은 더민주 사람들은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해도 별 걱정을 안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소선거구제 아래에선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해 어떻게든 40%의 표는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주 부단장은 또 "그러다보니 못 이길 바에야 힘을게 이기려고 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멋있게 지기를 원한다. 호기는 호기대로 부리고, 최소 국회의원 100석은 할테니 그중 한 자리 차지하고 즐기면 된다는 귀족 운동권이 탄생한다"며 "그래서 적대적 공생관계가 됐다. 끼리끼리, 선배들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고도 했다. 여권 지지층의 투표율은 유지되고 야권 지지층 투표율만 떨어지면서, 더민주는 평시 지지율 20%, 투표 지지율 40%에서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대표가 본인을 '의사'로 지칭한 것과 관련해선 "더민주는 정권교체를 위해 화장을 할 것인지, 수술을 할 것인지 결심해야한다"며 "의사는 수술 하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속이 틀어졌지만 수술을 하기 위해 일단 자기가 참기로 했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데 수술을 하려고 드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면서도 "의사는 실력과 선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하고, 환자는 싫어도 참아야 한다. 그래야 수술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대표가 총선을 이유로 당 잔류를 선언한 것에 대해선 "여전히 오월동주"라며 "겉으로나마 유지하던 신뢰는 국민 눈에 보기에도 이미 깨졌다. 불안한 동거는 다시 시작된다"며 향후 불가피한 갈등을 예고키도 했다.
한편 기업인 출신인 주 부단장은 그간 SNS 또는 언론 인터뷰에서 "상위 10% '인사이더'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됐다", "재벌그룹의 빨대 꽂기' 등은 물론, 선거관리법의 허점을 관통하는 소신 발언을 이어가면서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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