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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객기 납치극, 폭탄 조끼는 아이폰 케이스


입력 2016.03.30 10:39 수정 2016.03.30 10:41        스팟뉴스팀

범인 전처 만나기 위한 치정싸움, 테러와는 무관한 듯

이집트항공 국내선 여객기 공중납치 사건이 테러리즘보다는 전처를 만나기 위한 남편의 치정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화면과 인질이었던 영국인 벤 이네스 SNS 캡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로로 갈 계획이었던 이집트항공 국내선 여객기가 29일(현지시각) 이륙 직후 공중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납치범의 폭탄 벨트는 가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AP 통신과 AFP 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항공 MS181편은 이날 오전 폭발물 조끼를 착용했다고 주장한 한 남성에게 납치됐다. 그는 비행기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하며 여객기의 항로를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로 변경했다.

납치범은 오전 8시 30분경 관제탑과 교신했고, 20여 분 후 키프로스 라르나카 공항에 착륙시켰다. 이후 외국인 승객을 인질로 잡고 키프로스에 망명 등을 요청하며 협상을 벌이다 사건 발생 약 5시간 뒤 체포됐다.

이집트 항공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에어버스 A320 여객기가 납치됐으며 이 비행기에 81명이 탑승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이 비행기에는 미국인 10명과 영국인 8명, 시리아인 1명 등이 탑승해 있었으며, 나머지 탑승객 대부분은 모두 이집트인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승무원은 7명이 타고 있었다.

여자와 아이를 우선으로 외국인 승객 3명과 승무원 4명 등 7명을 제외한 나머지 탑승자들을 모두 풀어준 납치범은 통역을 통해 처음 3시간 동안에는 키프로스인 전처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요구를 했다가 이후 요구 조건이 변해 키프로스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개인적인 동기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테러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전처와의 만남을 위해 이러한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알렸다.

마지막까지 인질로 잡혀있던 7명도 무사히 풀려났으며, 납치범 역시 5시간여의 대치 끝에 걸어 나왔다. 대테러 담당 경찰 2명은 여객기에서 손을 들고 걸어 나온 인질범을 땅에 눕힌 채 2분가량 몸수색을 했다.

키프로스 경찰은 납치범을 체포한 뒤 현장에서 몸을 수색했으며, 여객기 내부에 다른 폭발물을 설치했는지를 1시간여 간 캐묻고 수색견을 동원, 기내를 수색했다. 기내에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납치범이 입은 폭발물 조끼도 아이폰 케이스와 전선들로 만든 가짜였다.

납치범은 이집트인인 세이트 엘딘 무스타파(59)로 사기전과를 가진 사람이다. 이집트 당국은 애정 문제로 비롯된 촌극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납치범이 폭탄이라 여길만한 물건을 소지한 채 여객기에 탑승했다는 점에서 이집트의 허술한 공항 보안이 문제되고 있다.

한편, 피랍돼 인질 신세가 됐던 영국인 벤 이네스(26)가 인질극이 벌어지던 상황에 납치범과 함께 사진을 찍어 기내에서 친구들에게 보낸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속에서 무스타파는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 가짜 자살폭탄 벨트를 차고 있지만, 인질에게 긴장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스타파의 범행은 매우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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