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야유, 더 걱정되는 쇼월터 감독 외면
개막전 식전 행사 때 이름 호명되자 야유 쏟아져
냉정한 쇼월터 감독 성향상 기회받기 어려울 수도
볼티모어 김현수가 개막전 식전 행사 때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볼티모어는 5일(한국시각) 캠든야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개막전 미네소타와의 홈경기서 9회말 끝내기 안타로 3-2 승리를 거뒀다. 이날 김현수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 더그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김현수의 야유는 개막전 식전 행사로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합류한 선수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코칭스태프에 이어 선수들이 외야 펜스에서 1명씩 달려 나왔고, 김현수의 이름이 소개되자 야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수는 이번 시범경기서 17경기에 출전, 타율 0.178(45타수 8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급기야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사용했고, 이로 인해 시범경기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경쟁자들이 개막 로스터에 진입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아 볼티모어 홈팬들의 눈 밖에 난 상황이다.
야유보다 더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벅 쇼월터 감독이다. 이날 쇼월터 감독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고, 김현수와도 손을 잡았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결코 밝지 않았다.
볼티모어 구단은 김현수의 기량이 메이저리그 수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 시즌 초 마이너리그서 좀 더 경험을 쌓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계약서에 명시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발동해 더그아웃에 앉더라도 메이저리그의 경기를 보겠다고 선언했다. 쇼월터 감독 입장에서는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은 선수를 곱게 볼 리 만무한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막 로스터에 합류했지만, 김현수가 얼마나 많은 기회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공교롭게도 김현수를 제치고 선발 좌익수로 나선 조이 리카드가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쇼월터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시애틀 이대호처럼 초청 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리카드는 시범경기 타율 0.390(59타수 23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 실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케이스다.
특히 멀티히트를 완성한 두 번째 타석이 인상적이었다. 리카드는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우익수 쪽 안타를 뽑아냈고,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해 단타를 2루타로 바꿔놓았다. 리카드가 펄펄 난다는 의미는 김현수의 벤치 생활이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쇼월터 감독 역시 한 번 주전으로 낙점했다면, 끝까지 믿고 기용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자신의 기준에 기량이 미치지 못한다면, 여간해서는 기회를 주지 않는 편이다.
메이저리그를 오랫동안 보아온 야구팬들에게 쇼월터 감독하면 낯익은 장면 하나가 있다. 바로 텍사스 시절 박찬호와의 악연이다. 당시 5년간 6500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리고 텍사스에 입성한 박찬호는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서는 등 팀의 에이스 중책을 맡았으나 부상 등의 불운이 겹치며 실패한 계약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박찬호가 경기 초반부터 난타를 당하거나 볼넷을 남발하며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김없이 더그아웃에서 뛰어나오는 이가 있었다. 바로 쇼월터 감독이었다. 당시 쇼월터 감독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별다른 대화 없이 곧바로 투수교체를 지시하곤 했다. 단호하면서 매몰찬 모습은 볼티모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14년 볼티모어에 입성했던 윤석민도 마찬가지였다. 스프링캠프서 인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인 윤석민은 쇼월터 감독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여기에 마이너리그에서도 부진이 이어지자 단 한 차례도 메이저리그 무대에 설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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