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총선 뜨거운 현장을 가다-대구 달성>
진박과 무소속의 접전 양상, 심상치 않은 달성
20대 총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지만, 표심은 여전히 부유(浮遊)하고 있다. 선거판을 주도할 이슈의 부재,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 상승으로 부동층만 30%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격전지’가 늘어나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그 누구도 승패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데일리안의 정치부 기자들이 20대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 지역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대구 달성군은 새누리당과 현 정권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장소다.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15대부터 19대 국회까지 내리 5번을 뽑아준 정치적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이 남다룬 주민들은 각종 선거에서 거의 대부분 여당을 뽑아줬다.
이 때문에 이번 4.13 총선에서도 이 곳은 당연히 새누리당 후보가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금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달성은 당초 추경호 후보가 단수추천 받으며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지었지만 김무성 대표에 의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됐다. 이대로 추 후보는 다시 짐을 싸나 싶었지만 김 대표가 친박계와의 타협하며 극적으로 공천이 최종 확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운동에 돌입한 추 후보는 예상치 못한 난적을 만났다.
19대 총선에 이어 2번 연속 무소속으로 출마한 구성재 후보의 기세가 무섭다. 지역위원장 출신의 조기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조정훈 무소속 후보도 끝까지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지난 4일 '데일리안'이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최근 공천 과정에서 새누리당에게 실망감을 갖고 있었다. 대다수 사람들은 "새누리당을 무조건적으로 찍어줘선 안 된다. 이제는 흐름이 바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진박' 추 후보가 끝까지 안심을 해선 안 되는 이유를 유권자들에게서 확인이 된 것이다.
"새누리당 요새 하는 걸 보면 도를 넘었다카이"
화원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원래 새누리당 지지층이라면서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이 대구시민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그동안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것에 비해 보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서운함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장을 보던 40대 여성 최모 씨는 "요새 직장에 가면 '정권의 흐름이 이제는 바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내는 구성재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대 남성 박모 씨도 "새누리당이 요새 하는 것을 보면 도를 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편협적이다. 화합의 정치를 하지 못 하고 있다. 진박은 다 떨어져야 한다"고 추 후보를 겨냥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50대 민모 씨도 "추경호는 뜬금 없지 않나? 구성재가 그동안 지역을 많이 누비고 다녔다"고 지지했다. 지나가던 행인 50대 남성 김모 씨도 "새누리당을 좋아하지만 공천과정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 했다. 특정한 계파가 없는 구성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달성에는 전반적으로 구성재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컸다. 추 후보를 '낙하산 공천'의 수혜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했으며 무소속이면서도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구 후보를 뽑는 게 마음이 편하다는 유권자들의 속내를 알아챌 수 있었다.
구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내무부 장관을 지낸 고 구자춘 전 의원의 아들이다.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구 전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역민들은 구 전 의원에 대한 향수를 구 후보를 향한 지지로 달래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길을 가던 50대 김모 씨는 "달성군은 구자춘 장관에 대한 향수가 있다"고 했고 60대 이모 씨도 "여기는 구자춘 장관 정서가 많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여론에 대해 추 후보측 관계자는 "구 후보는 7년 간 이 곳을 닦아왔고 구 전 의원이라는 좋은 배경도 있다"며 "그러나 추 후보는 중앙부처에서 큰 정치를 하면서 요직에 많이 계셨으니까 예산 등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지역에 내려온 지 얼마되지 않아 인지도가 좀 낮은 부분도 있다"면서도 "추 후보는 죽기살기로 일만 하는 일벌레 스타일이다.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박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인물로서 현 정권의 남은 임기를 뒷받침하는 데는 추 후보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제비누판매상 60대 양모 씨는 "대구 사람들 정치라 카면 신물이 날라칸다"면서도 "그래도 어쨌든 마지막에 가면 대부분 짝대기(1번)를 찍을기라요. 구성재가 아까운 인물이긴 한데 어쩔 수 없제. 대구는 짝대기"라고 말했다. 일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대구 정치 성향에 대한 생각이 담긴 의견이었다.
"인물론으로 견줘도 안 져" "소외된 부분 챙길 것"
다소 늦게 판에 뛰어든 추 후보가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구 후보 진영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관계자들은 "시장에 나가서 민심을 보면 현재 판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대구는 정치적으로 굉장히 배타적이다. 오래도록 여당을 지지한 풍토가 있어서 1번을 찍겠다고 얘기를 안 하면 죄 짓는 듯한 느낌을 갖는 사람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투표장에서 무소속을 찍는 사람이 지금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구 후보는 제품이 아주 뛰어나다. 추 후보와 인물론으로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구 후보는 7년 간 주민과 밀착형으로 생활하며 실력을 쌓아왔다"며 "무소속 후보라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대구의 분위기를 보면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많아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기석 후보와 조정훈 후보는 분전하고 있지만 보수 성향의 후보들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조기석 후보측은 쉽지 않은 대결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끝까지 완주할 뜻을 내비쳤다.
조기석 후보 진영 관계자는 "대구에서 야당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시민들이 우리에게 기회를 준 적이 없다. 기회를 주고 난 뒤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후보는 검정고시 출신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이 장점"이라며 "여당이 기업이나 토건 이런 부분을 강조할 때 우리는 보편적 복지처럼 소외된 계층을 돌보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자 출신 조정훈 후보는 현재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출신인 그는 "서민들 주머니 털어서 재벌 곳간 채우는 정치는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서러움 받는 서민 편에 서겠다고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당선이 되면 쉬운 해고법과 임금 삭감법, 평생 비정규직법을 막겠다고 밝혔다.
두 조 후보의 고군분투와 함께 달성의 판세는 '준비된 젊은 일꾼'을 내세우는 여당 후보와 '지역 일꾼'을 자처하는 무소속 후보 간의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구의 곽대훈(달서갑), 윤재옥(달서을), 조원진(달서병), 김상훈(서구) 후보는 추 후보에게 힘을 싣기 위해 5일 달성군 현풍시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치열한 당내 경선을 치르며 마음이 가벼워진 일부 후보들이 '진박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구 후보측은 "추 후보가 다른 후보들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그만큼 구 후보에게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지역을 잘 알지도 못 하는 추 후보가 다른 인물의 힘을 빌려 정치를 하려는 것은 패거리 정치"라고 비판했다. 반면 추 후보와 조기석 후보 캠프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 후보가 인신공격성 발언만을 일삼는다며 함께 방송토론에 참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선거가 점차 다가오며 상호간의 '네거티브 전략' 또한 불 붙는 가운데 달성군의 대표 일꾼으로 누구를 낙점할지 주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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