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총선 뜨거운 현장을 가다-경기 용인정>
표창원 '스타성' 탁월, 이미지와 인지도 우월...이상일 '일 잘하는 사람' 현실적인 공약으로 승부
20대 총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지만, 표심은 여전히 부유(浮遊)하고 있다. 선거판을 주도할 이슈의 부재,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 상승으로 부동층만 30%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격전지가 늘어나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그 누구도 승패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데일리안은 20대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을 직접 찾아가 조명했다. <편집자 주>
선거구 재조정으로 수도권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용인·수원 벨트. 9개 선거구 중에서도 신설 지역구인 용인정은 여야를 대표하는 '거물' 간 대리전이 펼쳐지는 지역이다. 새누리당에선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의 대변인 출신이자 현역 비례대표인 이상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선 문재인 전 대표의 '인재영입 1호' 인사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후보로 나섰다. 이 지역은 기존의 용인갑·을·병 선거구인 처인, 기흥, 수지에 구성동(언남·청덕)과 마북동, 동백동과 보정동, 죽전1·2동이 편입됐다. 현재 스코어는 표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적극적 투표층에선 이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표 후보를 앞선다. 다만 여야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어느 한쪽도 승부를 가늠키 어렵다.
공중전 펼치는 표창원..."뭐지, 연예인이야?"
지난 4일 오후 죽전역 이마트 사거리.
파란색 유세차량 위로 표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자, 곳곳에서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이 터져나왔다. 대학생 딸과 횡단보도를 건너던 50대 여성 A씨도 표 후보를 보자마자 유세차 주변으로 다가와 박수를 보탰다. 자신을 '팬'이라 소개한 50대 초반 여성 3명과 40대 여성 임모 씨가 일찍이 자리를 잡고 표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던 차다.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육교 아래 도로가 북적이자, 커플 셔츠를 맞춰 입은 20대 남녀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뭐지, 연예인이야?"
3년 전 언남동으로 이사왔다는 A씨는 "요 앞에서 장보다가 표창원 씨가 왔다고 해서 구경하러 왔다"며 "기존의 사람은 마음에 안든다. 다 자기 이익 위해서만 정치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표 후보를 왜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일단 인지도도 높고 원래 이동네 출신 아닌가"라며 "깨끗한 이미지도 있고, 기존의 사람보다 새롭게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꼭 찍어주고싶다"고 답했다.
마이크를 잡은 표 후보가 "용인사람인 저 표창원이 우리 용인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켜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발언을 마친 직후, 50대 여성 너댓명이 다가와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표 후보의 손을 잡으며 "너무 멋있다", "실물로 보니까 훨씬 멋있다"고도 했다. 또 맹인안내견을 데리고 나온 40대 초반 여성은 표 후보에게 다가와 "꼭 투표하겠다"며 응원했고, 이어 50대 부부는 "같이 사진 찍으려고 계속 기다렸다"며 셀카봉을 꺼내들었다.
특히 30대 후반의 한 여성은 표 후보와 사진을 찍은 뒤 격앙된 목소리로 "실물이 훨씬 낫다. 개인적으로 정말 팬이다"라며 "제가 너무 좋아한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지지하는 이유를 물었지만 그는 "나한테 물어보면 객관적이지 않을 거다. 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해서"라며 연신 사진을 확인했다. 30세 미혼자녀를 둔 중년 여성도 "인상 너무 좋다. 볼수록 괜찮아보인다"며 "우리 동네에 보물이 나타났다. 보물을 놓쳐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이후에도 60대 여성 현모 씨가 표 후보를 보자마자 포옹을 하며 "왜 이렇게 살이 빠졌느냐. 많이 말랐다. 죽전은 걱정하지 말라"고 지지를 약속했다. 다만 표 후보는 이같은 '인기'가 아직 어색한 듯, 다소 머쓱해하며 "네 고맙습니다"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그를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건 시민을 향해서도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허리를 숙여 "감사합니다"라며 답례를 하는 데 그쳤다.
다만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선 문재인표 '슈퍼스타'를 향한 지탄이 쏟아졌다. 언남동에 위치한 아파트 노인회 임원인 B씨는 표 후보에 대한 평을 묻는 질문에 대뜸 "우리도 얼굴좀 보고싶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표 후보를 지칭할 땐 "그 유명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이어 "이 아파트에 10년을 살았다는데 여태까지 얼굴을 한번도 못봤다. 그 사람이 그렇게 유명하다던데"라며 "근데 난 엊그제 티비 켜니까 나오더라. 얼굴 한번 안 비치면서 무슨..."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행정 구역상 기흥구 구성동에 속한 언남동의 경우, 선거구 재획정으로 새로이 용인정에 편입된 동백동·죽전동과는 달리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 여권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실제 B씨를 비롯해 노인회 회원 다수가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온라인 카페에 가입하는 등 여당 선호세가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로당을 찾은 70대 남성은 "나도 여기 오래 살았는데, 표창원과 잘 알고 지낸다는 사람은 하나도 못 봤다"며 "유명하다고 국회의원 뽑혀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동백죽전대로 육교를 중심으로 마주선 청덕초등학교와 청덕고등학교 '젊은 엄마'들의 표심도 흔들리고 있었다. 스타성보다는 공약으로 평가하겠다는 것. 이날 초등학생 자녀를 등교시키고 나오던 30대 학부모는 "난 야당 지지자"라고 정치성향을 밝히면서도 "후보들이 보내주는 공약집을 보니, 이상일은 공약이 나름 디테일하더라. 그런데 표창원 후보는 좀 굵직굵직한 것을 나열하거나 현수막에도 단독샷만 있고 공약은 별로 없다. 공약을 좀더 살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덕고 교통안전캠페인에 참여한 50대 학부모도 "표창원 교수 이미지는 참 좋다. 근데 이상일 의원도 워낙 여길 잘 다져놨고 공약이 표창원보다 괜찮아서"라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교통안전 팻말을 들고 있던 또다른 학부모도 역시 "어떤 정당을 떠나서 아무래도 지역을 많이 발전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지"라며 "표창원 교수야 TV에서도 많이 봤고 SNS에서도 시원하게 말해서 전에도 많이 봤다. 사이다같지 않나. 근데 공약이 얼마나 괜찮고 잘 지킬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 아닌가"라고 답했다.
지상전 올인한 이상일..."유명하다고 의원시켜주나. 공약보고 뽑겠다"
"결혼 생활 26년 찹니다. 남편은 그동안 저와 꽃구경 한 번 간 적 없습니다. 제가 '미련한 소' '답답한 소'라고 부를 만큼 소처럼 일했습니다."
이 후보의 아내 김미영 씨가 마북동의 한 아파트 상가 앞에서 주저없이 마이크를 들었다. "공약은 남편이 이미 다 말했다"며 남편으로서의 이 후보를 소개하겠다고 했다. "일은 잘하지만 답답한 소"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아내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외로움이 묻어났다. 동시에 이 후보가 약속한 "일등으로 일꾼되겠다"는 발언의 무게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곧이어 발언대에 선 이 후보가 "큰 돈 들어가는 일은 여당이 합니까, 야당이 합니까"라고 묻자, 유세를 경청하던 상인 김모 씨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처음엔 옆에 경찰대가 있어서 다들 표 후보가 될거라고 했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아직 2번에 싸늘하다"며 "근데 이제 지역감정 다 필요없다. 내 생활영역, 내 상권에 도움되는 사람을 뽑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용인고속도로 통행료 200원을 깎았다"고 소개하자,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지켜보던 40대 여성은 "진실성이 있네. 번지르르하지도 않고"라고 했다. 표 후보에 대해선 "TV에서나 많이 봤지만, 그걸로 표를 줄 수는 없다"며 "정치는 또 다른 것 아니냐. 이 후보는 아무래도 4년간 비례대표로 하면서 많이 돌아다녔다"고 평가했다.
그간 표 후보가 SNS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반면, 이 후보는 상대 후보에 비해 스타성이나 인지도 측면에서 뒤쳐져왔다. 이 후보 본인도 "처음엔 인지도가 그쪽(표 후보)이 앞섰는데 언론이 이렇게 많이 와주면서 내 인지도도 올라갔다"며 "표 후보 덕분에 나도 언론에 많이 노출돼 홍보가 되는 것 같다"고 머쓱해했다. 그러면서도 "표 후보 너무하다. 죽전IC 관련 공약은 내가 도로교통공사랑 이야기해서 문제 파악하고 내놓은 공약"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런 만큼, 이 후보는 '스타성'보다는 '현실적인 공약'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청덕초 유세를 마친 그는 학부모들이 주최하는 간담회에 참석해 교통 안전에 대한 학부모들의 민원을 청취했다. 실제 동백죽전대로와 구성1로 교차 지점에는 '용인시민은 무단횡단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팻말이 서있다. 약 스무 걸음이면 건널 수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횡단보도가 없고, 대신 사거리를 이어주는 대형 육교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십m를 더 걸어야 한다. 자연히 무단횡단이 잦아지고 사고위험도 높아지다보니 용인서부경찰서 차원에서 경고 팻말을 설치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여기가 사고 다발 지점인데, 이 의원이 과속 방지턱도 만들어줬고 버스노선도도 일부 바꿔 생활을 편리하게해줬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청덕고 2학년 학부모들과 만난 간담회에도 참석해 실제 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파악했다. 한 학부모가 "목숨 걸고 학교를 다녀야 하나. 아침이나 방과 후만이라도 학교 앞으로 버스를 오게 해주면 안 되냐"고 호소하자, 이 후보는 즉시 관련 부서 두어곳에 전화를 해 현안을 파악키도 했다.
새로이 편입된 지역이 다수인 탓에 여야 후보들 모두 새 지역구 민심 잡기에 애가 타는 상황이다. 이 후보도 이날 마북동 소재 아파트 경로당을 방문한 데 이어 남은 유세기간 동안 동백동과 죽전1,2동 등을 찾아 얼굴을 알리는 데 전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경로당에서 만난 최모 씨(80.여)는 “우리는 다 이 의원이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안다. 당선되고 우리를 잊지 말라"며 지지를 약속했고, 70대 남성 신모 씨도 "대한민국이 잘돼야 모든 게 잘된다. 공약을 꼭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물론 70대 이상 유권자의 경우엔 새누리당 후보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데다 이 후보가 친박계 비례대표 의원으로 공천을 받긴 했지만, 그간 표심을 관리하지 못한 지역이기 때문에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 후보도 “마북동 어르신들이 한번 보고 싶다셔서 인사드리러간다”며 “원래 담당하던 지역구가 아닌 곳을 더 찾아다니면서 남은 시간 동안 더 자주 얼굴을 비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걸음을 재촉했다.
한편 이 후보는 △높은 교육열과 부족한 교육시설 간 괴리감 해소 △경부고속도로 보정-죽전 IC 신설 추진 △동백 세브란스병원 유치 추진 등 각종 생활기반 시설 구축을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도시계획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발이 진행됐기 때문에 꼭 필요한 교통이나 교육열을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교육특구 지정 외에도 죽전IC를 개통해 서울과의 접근성을 향상 시키겠다는 공약을 전략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상대후보와의 인지도 차이를 좁히기 위해 각종 SNS를 통한 소통을 꾀하되,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출퇴근 인사등 생활밀착형 유세에 좀더 무게를 둘 계획이다.
반면 표 후보는 △경부고속도로 하이패스 전용 IC 신설 추진 △동백 세브란스병원 유치 재추진 △광역버스(M버스) 확대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주요 공약이 겹치다보니 이 후보 측으로부터 '공약 베끼기'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표 후보 측은 주민센터를 통해 주민 민원을 확보하다보니 내용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표 후보 측 관계자는 "정치판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신선하고 정직한 이미지가 강점"이라며 "선거에 익숙지 않아 유세현장에선 다소 어리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인물'이라는 인식을 더 심어주는 것 같다. 또 경찰대 교수 경력을 통해 안전한 지역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계속 강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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