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광주 지지 거두면 정계 은퇴·대선 불출마"

8일 광주 찾아 "저 때문에 우리 당 인재들 외면치 말아달라"

김홍걸과 5.18 묘역 묘비마다 무릎꿇고 1시간 30분 간 참배

4·13 총선을 5일 앞둔 8일 오전 광주를 방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5.18민중항쟁 추모탑 앞에서 헌와와 분향을 한뒤 무릎을 꿇고 참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13 총선이 5일 남은 8일 오전 광주를 방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5월 열사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 애정에도 불구하고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계은퇴'와 '대선 불출마'를 내걸고 광주 시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20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8일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충장로에서 직접 발표한 <광주시민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광주 민심을 향해 "저에 대한 여러분의 실망과 섭섭함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민주당에 대한 여러분의 애정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무리 부족하고 서운한 점이 많아도, 그래도 새누리당과 맞서 정권교체 해낼 정당은 우리 더불어 민주당 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선언한 뒤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 진정한 호남의 뜻이라면, 저는 저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호남 내 반 문재인 정서를 인식한 듯 "정치인으로서, 당의 전 대표로서, 또 그 이전에는 대선주자로서 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며"호남 분들의 전폭적 지지를 밑거름 삼았던 제가 여러분에게 한 번도 제대로 승리의 기쁨을 돌려드리지 못했다"고 대선 패배를 재차 인정했다. 이어 "당의 분열을 막지 못했고, 후보 단일화도 이루지 못했다. 반드시 이겨야 할 국면에서 분열로 인한 패배를 걱정하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우리 더불어 민주당은 과거의 혼란을 딛고 새롭고 유능한 인재들로 넘쳐 난다. 저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이 유능한 인재들의 면면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면서 "제가 다 담지 못했던 호남 분들의 요구와 열망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국회에 퍼 나를 인재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렇게 새로운 인재들로 다시 태어나, 호남 기득권 정치인의 물갈이를 바라는 호남민심에 호응했다"고 읍소했다.

특히 그간 문 대표와 참여정부를 향해 쏟아졌던 '호남홀대론'에 대해선 단호한 태도로 맞섰다. 그는 "제 모든 과오를 짊어지겠지만, 저에게 덧씌워진 '호남홀대', '호남차별'이라는 오해는 부디 거둘어달라"며 "그 말만큼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고 아픔이며,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모욕이다. 저와 당과 호남의 분열을 바라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아달라. 그것만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물론 참여정부가 호남의 기대에 못 미친 점이 많다. 대북송금 특검도 있었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가 정치적인 고향’이라고 말할 정도로 호남을 사랑했어도, 호남사람처럼 호남의 정서를 알 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결단코 호남 홀대는 없었다. 오히려 역대 어느 정부보다 호남을 배려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당 주류이자 '패권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온 '친노'의 존재도 직접 언급했다. 문 대표는 "호남과 호남 바깥의 민주화 세력을 이간하여, 호남을 다시 고립화시키려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아달라"며 "호남과 호남 바깥의 민주화 세력이 다시 굳건하게 손을 잡을 때만이,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호남만으로도 안 되고, 이른바 ‘친노’만으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당권에 대해서도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전당대회를 통해 더불어 민주당 지도부도 새롭게 선출된다. 물론 저는 앞으로 당권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 국회의원도 아닌 만큼,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정권교체의 역량을 키워나가겠다. 저를 믿고 더불어 민주당에게 다시 한 번 힘을 모아달라"고 재차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문 전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묘비마다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무려 1시간 30분 동안이나 참배했다. 이 자리에는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이 동석했다. 이어 전남대를 방문해 청년층과 차담회를 가진 뒤 사전투표를 하고, 이후 월곡시장을 찾아 장년층 민심을 들을 예정이다. 아울러 다음날 점심경 전북으로 넘어가 정읍과 익산의 더민주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 후보자와 캠프 관계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