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주먹감자' 이란이라면
12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조추첨
일본 피해도 이란과 호주 중 한 팀 만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추첨이 12일 오후 5시 30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만다린 오리엔탈호텔서 열린다.
9월부터 열리는 최종예선은 12개팀을 6개팀씩 2개조로 나눠 팀당 총 10경기 치르는 방식이다. 조 2위까지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FIFA랭킹 아시아 3위의 한국은 일본과 2번 시드를 배정받았다. 따라서 축구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한일전 빅매치는 이번에도 성사될 수 없다. 한국은 1998 프랑스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일본과 격돌해 1승1패를 기록한 이후 더 이상 월드컵 예선무대에서는 만나지 못했다.
대신 한국은 톱시드를 차지한 이란-호주 중 한 팀과는 무조건 만나게 됐다. 두 팀 모두 한국에는 갚아야할 빚이 있는 상대들이다. 한국은 이란에 역대전적에서 이란에 9승7무12패, 호주에는 7승10무9패로 모두 열세다. 두 팀 모두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패배를 안긴 유이한 아시아팀들이다.
한국은 이란에 최근 3연패를 당했고, 호주에는 지난해 아시안컵 결승에서 분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두 팀 모두 월드컵에도 여러 번 진출한 저력의 강호이자 한국 입장에서는 장거리 원정 등 비슷한 조건이라 어느 팀을 만나든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도 팬들 입장에서는 호주 보다 이란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
호주는 2006년 AFC 편입 이후 아시아권 대회에서 마주친 것은 지난해 아시안컵이 유일했고, 월드컵 예선에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반면 이란과는 국제대회 때마다 수많은 고비에서 충돌하며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1996년 이후 무려 5회 연속 8강에서 만나는 기묘한 악연을 형성하기도 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최근 2회 연속 맞붙었다. 이쯤 되면 싸우다가 정들만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10차례의 대결로 좁히면 1승4무5패로 한국의 현저한 열세다. 이란을 상대로 한 마지막 승리는 윤빛가람의 연장전 결승골로 1-0 신승했던 지난 2011 아시안컵 8강전으로 벌써 5년 전이다.
포르투갈 출신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부임 이후로는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홈-원정 포함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지난 11월 테헤란 원정까지 무려 3연속 0-1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이란의 홈구장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에서 1974년부터 무려 42년 연속(2무 4패) 무승에 그치고 있다.
이란도 한국축구를 의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란은 한국과 만날 때마다 1996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을 6-2로 대파했던 경기를 최고의 자랑으로 내세운다. 지난 2013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양팀 감독들이 경기 전부터 치열한 설전을 펼친 끝에 이란의 1-0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에는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 벤치에 ‘주먹감자’를 날려 도발의 끝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내 팬들은 톱시드팀들과의 대진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이란을 다시 만나 96년과 2013년의 치욕을 갚아주길 기대한다. 지긋지긋한 이란전 무득점 기록과 테헤란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깨고 월드컵 본선행 티켓까지 따낸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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