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새누리 계파별로 본 권력 손익계산서 보니...
원내대표 선출, 권력 장악 가늠 ‘풍향계’
친박-비박, 권력 암투 심화될 가능성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계파 갈등’이라는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역사적 심판을 개혁과 쇄신의 계기로 삼아 심기일전하겠다고 다짐한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5월 초 선출되는 원내대표직을 놓고 주류인 친박계와 비주류인 비박계가 권력 암투에 휩싸였다. 누구를 원내대표로 세울지에 따라 계파 간 손익이 그려지는 만큼 계파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22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5월 초 20대 국회 당선자대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경선으로 선출할지 추대의 방식을 택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후임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차기 원내대표 선출은 가급적이면 이른 시일 내 하려 한다”면서 “원 구성과 관련해 야당과 협상해야 하므로 5월 초에 차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선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원내대표는 총선 패배에 따른 후유증을 수습하고 전당대회를 관리한다. 특히 박근혜 정부 하반기 국정운영 뒷받침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그간 상황과 비교했을 때 정치적 환경은 녹록치 않다. 공천 파동 등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됐고, 원내 제1당 자리마저도 더불어민주당에 빼앗겼다. 19대 국회에서 미뤄진 경제활성화 법안 등 쟁점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국회의장단 구성,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놓고도 치열한 자리 확보 싸움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당 내에서는 풍부한 정치적 경험과 여야-당청 관계를 원활하게 이끌 수 있는 협상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8일 본보와 통화에서 “20대 첫 번째 원내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전투력이 있어야 될 것”이라며 “원내 야당이 두 당이 된 상황에서 야당과 협상하고 협의를 도출해야 하는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 이건 친박과 비박으로 나눌 수 없는 원내대표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내대표의 선출은 어느 계파가 현 권력을 장악하고 있느냐를 가늠하게 하는 ‘풍향계’로 불린다. 원내대표 선출에서 분위기를 선점해야 당권과 대권으로 이어지는 권력 구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20대 국회 122명의 당선인 중 친박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황 정치평론가는 “원내대표 선출은 이후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비박 어느 쪽으로 권력의 추가 넘어갔는지 가늠하는 성격이 있다”며 “재작년 6·4 지방선거부터 정의화 국회의장-유승민 원내대표 선출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박계가 장악한 만큼 이번 원내대표 선출도 같은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여권 내 장악력이 현저하게 약화됐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임에 따라 원내대표를 자신의 사람으로 세우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여권 상황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정부의 입장에서는 원내대표가 더 중요하다”며 “당 대표라 하는 것은 대선을 관리하는 입장이지만, 원내대표는 현 정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리다. 그런 면에서 정부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천을 주도한 친박계가 총선 참패의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친박계 인사를 추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계파 갈등으로 대변되는 공천 파동이 이번 총선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계파색’을 강조했다간 또 다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친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친박계가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 친박 성향의 후보를 추대하진 않을 것”이라며 “계파 색이 비교적 옅은 후보를 추대해 친박의 입맛에 따라 정국 상황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적으로 열세인 비박계는 초조하다. 김무성 대표가 사퇴하면서 당권을 장악했던 비박계는 ‘낙동강 오리알’ 처지가 됐다. ‘비박계’ 김 대표 선출, 유 원내대표 선출, 정 의장 선출과 같은 ‘비박계의 반란’은 더는 기대하기 힘든 지형이 됐다. 향후 대권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첫 관문인 원내대표 선출에 공을 들여야 한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총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원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합의 추대를 강하게 반발하며 향후 정국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비박계 일각에서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 당의 기반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리형 비대위’가 아니라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세연, 오신환 당선인 등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는 당의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며 “새 원내대표를 최단기간 내 선출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박계 핵심으로 통하는 정두언 의원도 18일 YTN 라디오에서 “권력을 위해서 입 안의 혀처럼 굴었던 사람이 그 사람인데 새누리당에 뭘 기대하겠느냐는 말이 주변에서 나온다”며 “한 번 간신은 영원한 간신”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러한 비박계 태도의 배경에는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총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깔려 있다. 원내대표 선출과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의 입김이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히며 공천 파동 과정에서 탈당한 유승민 의원이 복당할 경우 비박계가 승산 할 수도 있다고도 본다. 비박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친박계가 공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다 계파 갈등이 심화된다면 친박계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이 경우 지난 2014년때처럼 비박계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의원은 친박계에서 유기준·정우택·한선교·홍문종 의원이 있으며, 비박계에서는 김정훈·나경원 의원 등이다. 이들 모두 4선 중진이다. 이밖에도 3선 의원 중에는 친박계 이학재·조원진 의원, 비박계 권성동·김성태·김용태·이혜훈 의원 등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후보군으로 이름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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