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감독이 본 북한…"반인륜적인 범죄"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4.26 17:38  수정 2016.04.26 20:41
북한의 실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를 연출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26일 언론시사회를 열고 국내 언론과 만났다.ⓒ에이리스트엔터테인먼트

북한의 실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를 연출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26일 언론시사회를 열고 "영화를 본 한국 관객들이 북한의 실상을 보고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워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행당동 왕십리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이같이 밝히며 "한국에서 영화를 선보이는 것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남한과 북한, 한 민족 간의 재앙을 다뤘는데 한국 국민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태양 아래'는 8세 소녀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북한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태양절(김일성의 생일)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제40회 홍콩 국제 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심사위원상, 제19회 에스토니아 탈린 블랙 나이츠 국제 영화제에서 베스트 감독상 등 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기획 의도를 묻자 감독은 "난 소련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라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에 관심이 있다. 공산주의는 가족의 삶에 큰영향을 끼친다.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영화를 촬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감독은 또 "러시아 국가의 감독이라는 점이 영화 촬영을 가능하게 했다"며 "북한에 제공된 내 정보는 '푸틴에 대한 작품을 만든 감독', '러시아에서 입지적인 감독'이라는 점이다. 내 페이스북을 본 사람이 북한에 한 명도 없었다. 북한이 얼마나 폐쇄적인지 알게 된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감독은 "연출된 영화나 잡지를 보고 북한에서의 삶이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기 위해선 이런 영화나 잡지로는 부족하다. 서양 국가에 북한의 실상을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태양 아래'는 8세 소녀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북한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태양절(김일성의 생일)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에이리스트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본 관객이라며 영화에 출연한 진미와 가족이 무사한지 궁금하다.

감독은 "진미가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잘 지내길 바란다. 영화에서 진미나, 진미 부모가 북한 당국이 지시한 대로 행동했길 바랄 뿐이다. 이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접촉할 길이 없다. 영화에 대한 남한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도 진미와 진미의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직접 본 북한은 어땠냐는 질문에는 신중한 대답을 이어갔다.

"정치적인 의도가 섞일 수 있는 어려운 질문인데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북한 사람의 삶이 폭력적으로, 즉 전쟁과 같은 수단으로 바뀌어선 안 됩니다. 북한 사람은 세계 모든 사람이 자신들이 가진 문제를 폭력적으로 해결한다고 믿고 있어요. 북한 체제를 바꾸는 과정은 수십 년에 걸쳐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하고, 북한 당국이 스스로 국민을 국제 사회에서 단절시킨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감독은 이어 "만약 북한 시스템이 바뀐다면 2세대 걸쳐 정신적인 부분이 변할 것"이라며 "약 60년 전엔 스탈린이 사망했는데 러시아 사람들의 머릿속엔 아직도 스탈린이 살아 있다. 북한 문제는 오랫동안 북한 국민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영화에 담지 못한 부분과 관련해선 "찍고 싶었던 건 하나도 찍지 못했다. 북한 당국의 통제가 이뤄졌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조건에서 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통제 없이 찍었던 유일한 장면은 호텔 창문을 통해 바라본 장면과 진미가 우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지난 2014년 북한을 방문해 영화를 촬영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는 "북한 당국이 '촬영분은 매일 허락받아야 한다',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면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며 "촬영이 끝난 후 모든 분량의 복사본을 만들었다"고 했다.

검열을 피하기 위해 위해 당국에 준 촬영분은 약 70%가 삭제된 촬영분이라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북한 당국이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했다.

당초 이 영화는 러시아와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촬영 도중 감독은 진미의 생활이 모두 조작된 걸 알고 촬영 계획을 바꾼다.

"북한의 철저한 통제 탓에 '계획대로 촬영할 수 없겠구나' 했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영화에서 연출된 상황이 북한의 진짜 모습인 걸 알게 됐죠. 북한 당국에 잡힐까 봐 24시간 두려움에 떨었죠. 촬영분을 빼앗길 뿐만 아니라 촬영팀 모두의 생명이 위험했기 때문이었죠. 북한에선 가벼운 일만으로도 10년~20년의 징역형을 산다는 걸 알아요. 평생을 북한 감옥에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소년단에 가입한 적이 있다"고 밝힌 감독은 "행군에 참여한 바 있고, 레닌에 대한 노래를 부른 적도 있다. 소련 시기가 끝났다는 게 나한텐 행운이다. 북한 아이들의 삶을 보고 아픔 외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북한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누리는 자유와 삶이 얼마나 행운인 건지, 북한에서 반인륜적인 범죄가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가 악의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북한은 감옥을 마치 5성 호텔처럼 보여주고, 실제 모습을 감추고 왜곡하는 국가다. 일반 국가에서 홍보 영상을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에선 범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태양 아래'가 전 세계에서 흥행하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상영할 계획이다. 이 영화가 한국에 선보이는 건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 내 극장이 이 영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상영 시간을 아침 일찍이나, 밤늦게 배치했다"며 상업성만 생각하는 한국 영화계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영화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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