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홈플러스 대표 '가습기 살균제' 호된 신고식
[기자의눈] 부임 4개월 만에 첫 기자간담회가 사과 간담회로 변질...가습기 살균제 근본 대책 필요
김상현 홈플러스 대표이사가 호된 언론 신고식을 치렀다.
김 대표는 26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신사옥 이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공식적인 만남을 가졌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홈플러스의 새로운 주인이 된 MBK파트너스가 낙점한 인물로 지난해 12월 선임된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당초 홈플러스는 이번 기자간담회를 '홈플러스 강서시대', '홈플러스 집들이'에 초점을 맞춰 준비를 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지난 18일 롯데마트에서 처음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보상 방안을 내놓으면서 동종업계인 홈플러스에까지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는 기자들이 이날 간담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이슈에 대한 질문들이 많을 것으로 판단, 인사말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보상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다", "검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 대부분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한 것이었다. 기자들은 '보상 금액은 어느 정도이냐', '해외의 사례는 어떠한가', 'MBK는 홈플러스 인수 이전에 이 사실을 알았는가' 등의 질문을 했다.
이에 김 대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비슷한 말을 번복할 뿐이었다.
결국 김 대표는 MBK로 주인이 바뀐 이후의 홈플러스의 변화상과 신사옥 이전 등 비전을 밝히려 했으나 가습기 살균제 이슈로 빛이 바랬던 것이다. 김 대표 개인으로도 언론에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었던 이번 간담회가 가습기 살균제 사과 간담회로 변질 된 꼴이 됐다.
김 대표 역시 "전날까지 이 간담회를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했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로 부임한지 4개월여에 불과한 김 대표에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은 그가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홈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을 올리고 기업문화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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