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사무총장 인선 두고 '호남역차별론' 논란
안철수 "원외 인사 중용해야" vs 호남 인사 "호남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
안철수 "원외 인사 중용해야" vs 호남 인사 "호남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김영환 의원으로 내정됐던 사무총장직을 놓고 계파간 물밑 싸움이 전개되며 사무총장 인선이 늦어지는 것으로 관측됐다. 종전까지 사무총장은 18대 국회의원이자 20대 국회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선숙 전 의원이다. 박 당선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핵심측근이다.
10일 오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에 보도된 사무총장 인선 '잡음'에 대해 "두 당 대표와 잘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늘 호남은 야당의 뿌리지만 호남만 가지고도 승리할 수 없고 빼고도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조화를 이뤄야한다"고 강조해 사무총장 인선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고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사무총장 인선은 근본적으로 당내 계파 간 주도권 싸움이 그 속살이라는 평이다. 국민의당은 큰 틀에서 안철수계와 호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비(非)안철수계로 나뉘어져있다. 두 계파가 사무총장과 몇몇 본부장급 당직을 놓고 물밑 쟁투를 벌인다는 설명이다.
사전에 내정됐던 김영환 의원은 안철수계로 4선 의원이지만 20대 국회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안철수계는 낙선 의원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배치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배치가 유력한 낙선 의원들이 대부분 안철수계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당에서 배치해야할 당직은 사무총장외에 국민소통본부장, 전략홍보본부장 등이고 안철수계는 이 자리들에 문병호·최원식 의원 을 낙점하고 있다.
당내 비안철수계는 당직 대부분이 안철수계의 손으로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호남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호남이 이 당의 근간인데, 정작 굵직한 당직에서는 호남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공석이된 최고위원 자리도 결국 이상돈 당선자로 채우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호남을 집토끼라고 생각하는 순간 호남은 산토끼가 될 것"이라며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안철수계는 주승용 전 원내대표를 사무총장으로 밀고 있다. 당내 호남 맹주인 박 원내대표도 주 전 원내대표에게 사무총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뿐만 아니라 호남에 지역구를 둔 천정배 공동대표도 이날 오전 당선자 워크샵 직후 기자들이 '사무총장 문제에 있어서 호남 역차별에 대한 우려'를 질문하자 "지역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도 "지역도 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호남 출신 사무총장'을 언급했다. 몇몇 당내 호남 인사는 '호남이 되레 역차별 당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 '호남역차별론'이 고개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 듯한 발언을 해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도 있다. 안 대표는 워크샵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무총장직의 기준'을 뭍자 "기준이 있다면 (20대 국회) 현역 의원들이 1인 2역, 3역을 해야하기 때문에 현역은 국회일에 집중하고 당직은 원외 인사들로 중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해 '김영환 카드'는 물론 본부장급 인사도 수도권 낙선한 자신의 측근들로 채울 생각을 내비쳤다.
한편 정작 사무총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주 전 원내대표는 말을 아꼈다. 이날 당선자 총회 참석차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주 전 원내대표는 '노코멘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