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권아솔과 이둘희, 그리고 최홍만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로드FC가 ‘리얼 매치’를 펼치는 종합격투기 단체인지, WWE처럼 작가들의 각본으로 움직이는 프로레슬링 단체인지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권아솔과 이둘희의 매치업은 지난 1년간 풍악을 울리다 전격 성사됐다. 그리고 두 선수의 으르렁은 14일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되는 ‘샤오미 로드 FC 31(XIAOMI ROAD FC 031)’을 통해 결판을 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오랜 갈등은 ‘허무 개그’와 같은 결말을 맞았다. 이둘희의 훈련 중 부상으로 인해 출전이 불가능해졌고, 권아솔은 엉뚱한 일본인 파이터와 경기를 펼치게 됐기 때문이다.
권아솔과 이둘희는 지난달 6일 ‘로드FC 030’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곳에는 아오르꺼러와의 경기를 앞둔 최홍만이 자리했다. 그리고 드라마틱한 상황이 펼쳐졌다. 권아솔이 이둘희를 넘어 최홍만을 도발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권아솔은 최홍만과 아오르꺼러의 경기를 언급하면서 “홍만이 형이랑 아오르꺼러랑 하면 10초 안에 아오르꺼러가 이긴다. 솔직히 서커스 매치 아닌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최홍만을 향해 “돈 많이 벌었으니 운동 그만해라. 형! 나랑 붙자. 나랑 붙고 추하게 내려가라”라고 말한 뒤 급기야 글러브까지 집어 던지며 도발에 나섰다.
이날 로드FC 측은 권아솔과 이둘희의 물리적인 충돌을 염려해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엉뚱하게도 최홍만이 유탄을 맞았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다른 선수들도, 기자들도, 심지어 주최사인 로드FC도 모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살얼음판을 걷던 상황은 도발에 격분한 최홍만이 자리를 박차고 떠나자 권아솔이 테이블을 뒤집어엎어버리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로드FC 관계자들이 권아솔을 가까스로 말려 기자회견이 이어질 수 있었지만 이미 자리는 기자회견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고 말았다.
격투 스포츠계에서 파이터들간의 설전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날 권아솔의 언행은 프로 파이터로서의 품위를 망각한 수준이었다. 다른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챔피언 타이틀을 지닌 선수가 보여야 할 행동은 분명 아니었다.
권아솔의 언행에 대해 로드FC는 오히려 홍보수단을 삼는 모양새다. ⓒ 로드FC
이해하기 힘든 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제의 기자회견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로드FC(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문홍 대표) 측은 화두에 오른 권아솔이나 무단으로 기자회견장을 벗어난 최홍만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자회견 이후에는 수차례 권아솔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됐다. 권아솔의 이슈를 대회 흥행 또는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으로 비쳐질 만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모든 상황 전개가 거대한 각본에 의해 돌아가는 상황이 아닌가란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로드FC 31 대회를 하루 앞두고 권아솔의 도발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권아솔의 도발은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가 됐다.
권아솔은 13일 로드FC를 통해, 갑작스런 오퍼에도 경기를 수락해준 쿠와바라와 대체 선수를 긴급하게 마련해준 로드FC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는 최홍만을 향한 도발이 이어졌다.
권아솔은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저의 다음 대결 상대는 최홍만 선수입니다. 최홍만 선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준비하고 계세요. (이)둘희처럼 도망갈 생각만 하지 말고, 응답해주세요. 저는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보면 로드FC 31 대회는 권아솔이 주인공인 대회다. 격투팬들 사이에서는 무패 파이터 이윤준이 메인이벤터로 나서고, 자신보다 체급이 높은 조지 루프마저 꺾고 파죽지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높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대중들에게 화제가 된 부분은 오로지 권아솔 뿐이다.
글로벌 격투 단체가 되겠다고 선언한 로드FC가 이런 식으로 이슈몰이를 한다면, 그 뜻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격투팬들은 물론 대중들에게 ‘그들만의 리그’로 비쳐져서는 곤란하고, 심지어 대회 흥행을 위해 WWE 프로레슬링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이슈 마케팅에 의존해서도 곤란하다.
로드FC에 대해 격투 팬들이 갖는 바람은 단순하다.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 등 UFC에서 맹활약하는 한국인 파이터들과 같이 훌륭한 기량과 스타성을 겸비한 파이터들의 발굴과 이들이 펼치는 훌륭한 경기를 보는 것이다.
로드FC가 글로벌화를 선언한지 꽤 상당 시간이 흘렀다. 로드FC라는 브랜드가 이제는 충분히 대중들의 눈과 귀에 각인된 만큼, 이제는 진정한 글로벌 격투단체에 걸맞은 선수 관리와 대회 운영, 그리고 PR/마케팅 전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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