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남은 판 할, 아름답게 헤어질까

데일리안 스포츠 = 윤효상 객원기자

입력 2016.05.18 13:57  수정 2016.05.18 14:03

맨유, 리그 최종전 승리에도 챔피언스리그 티켓 놓쳐

경질설 시달리는 판할, FA컵 결승서 유종의 미?

FA컵을 통해 올 시즌 첫 번째 우승을 노리는 맨유 판할 감독(왼쪽). ⓒ 게티이미지

판 할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5위로 프리미어리그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맨유는 18일(한국시각) 영국 올드 트래포드서 열린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본머스와의 38라운드 최종전에서 3-1 승리했다.

일찌감치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마지노선인 4위 탈환이 물거품이 된 시점에 큰 동기부여 없이 나선 맨유는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는 위안과 함께 5위(승점 66)로 씁쓸히 시즌을 마쳤다.

분명 맨유로서는 실패에 가까운 시즌이다. 맨유는 2년 동안 선수 보강에만 무려 4500억 원을 퍼부었지만 올 시즌 보상받은 트로피는 여전히 단 한 개도 없다. 그나마 지난 시즌에는 바로 이전에 모예스 감독이 7위라는 다소 수치스러운 성적표를 받는 바람에 잃어버렸던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탈환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맨유는 투자 대비 성과와 당초 기대치로 보았을 때 기본도 못한 결과를 냈다. 이 모든 화살은 역시 수장인 판 할 감독을 향해 있다.

2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세대교체 과도기라는 평가와 함께 약체로 분류되던 네덜란드를 3위까지 이끄는 저력을 내보인 판 할 감독은 퍼거슨 은퇴 이후 기울어가던 맨유를 구원할 적임자로 큰 기대 속에 부임했다.

첫 시즌에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적응기를 가졌다. 네덜란드에서 성공했던 스리백 전술을 비롯해 현대 축구에서 적용되는 갖가지 전술 포진을 1년 내내 시험한 판 할 감독은 “천천히 지켜봐 달라”는 주장과 함께 성적 대신 팀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데 매진했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고수한 전술 철학도 올 시즌에 접어들면서 근거 없는 아집이자 독단일 뿐이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갈수록 선수 영입에 어마어마한 이적료가 투입됐지만 맨유는 첫 시즌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었다.

간절히 바랐던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복귀하면서 여러 대회 일정을 병행한 맨유는 외려 빡빡한 일정을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졌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리그에서는 우승은 커녕 유로파리그 진출에 만족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자신을 ‘세계적 명장‘이라 꿋꿋이 추켜세우는 판 할 감독은 오는 주말 FA컵 결승전을 통해 마지막 남은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그는 일찌감치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 주요 대회에서의 실망스런 성적표로 맨유와의 작별이 유력한 상태지만, 그나마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판 할 감독이 마지막 남은 FA컵 결승전서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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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상 기자 (benn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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