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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성 "도경이보다 '오해영 팀장'이 나은 점은"


입력 2016.06.19 08:47 수정 2016.06.19 10:18        부수정 기자

'또 오해영'서 오해영 짝사랑하는 팀장 역

"이런 관심 처음…살아남는 배우 되고파"

배우 권해성은 tvN 월화극 '또 오해영'에서 해영이를 짝사랑하는 팀장 성진 역을 맡았다.tvN '또 오해영' 화면 캡처

"성진 팀장님과 해영이가 잘 되면 안 될까요?"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월화극 '또 오해영'을 본 시청자들은 해영이(서현진)의 짝으로 구 남친 태진(이재윤), 현 남친 도경(에릭) 말고 해영의 직장 상사 성진 팀장(권해성)을 응원한다.

감정 기복이 심한 도경, 그리고 이미 떠난 태진이보다 해영이만을 바라만 주고, 뒤에서 살뜰히 챙겨주는 팀장님이 '최고'란다.

성진 팀장은 예쁜 오해영(전혜빈) 때문에 그냥 해영이가 면박을 당할 때 그녀를 지켜준다. 남자들이 예쁜 해영이만 뒤따를 때, 그냥 해영이의 진가를 발견한 것도 성진이다.

성진은 해영이를 향한 묘한 눈빛을 발산한 탓에 시청자들에게 짝사랑 사실을 들켜버렸다. 주연은 아니지만 섬세한 연기가 빛난다.

14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해성(37)은 흰 티에 청바지,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팀장님은 온데간데없고, 건장한 20대 청년이 서 있었다. 매니저 없이 운전하고 온 그는 평소에도 혼자 잘 다닌단다.

초기 기획안에 담겨 있는 성진 캐릭터 설명에는 '해영을 짝사랑한다'고만 쓰여 있었다. 도화지 같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권해성은 "제작진, 작품, 그리고 서현진 씨 덕에 관심을 받게 됐다"며 "드라마 중간에 인터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신기하다"고 웃었다.

배우 권해성은 tvN 월화극 '또 오해영'에서 해영이를 짝사랑하는 팀장 성진 역을 맡아 서현진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tvN '또 오해영' 화면 캡처

그가 '또 오해영'을 만난 건 운명이다. 동료 윤지민과 2013년 4월 결혼한 그는 이듬해 딸을 얻었다. 아내와 함께 육아에 힘쓰던 찰나, '응급남녀'(2014) 때 함께 했던 송현욱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송 감독과 재회를 바라던 그에겐 꿈만 같았다.

내용, 배역, 비중 상관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만약 전화가 안 왔다면 오디션만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했다고 배우는 털어놨다.

간절한 바람이 이뤄졌다고 하자 그는 "그런 것 같다"며 눈을 반짝였다. 권민으로 활동하던 그는 5월 1일 권해성으로 개명했고, 이튿날 '또 오해영'이 첫 방송됐다. '또 오해영'이 권해성의 데뷔작인 된 셈이다.

성진은 노란색, 분홍색, 초록색 등 파스텔 계열의 패션을 선보인다. 유독 노란 셔츠가 잘 어울려서 '꿀벌 팀장'이라고 불린다. 보기만 해도 산뜻하다. 캐릭터 아이디어는 모두 권해성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성진이스러움'을 찾기 위해 소품, 의상 등을 명동, 동대문 등지에서 구입했단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직장인들 패션을 관찰하기도 했다.

"한 번은 포장마차에 갔는데 직장인들이 몰려 있더라고요. 직급별로 패션도 달라 보였어요. 그들을 보면서 성격과 성향을 파악했어요. 팀장인 성진은 혼자 살고, 밝은 계열의 옷을 입는 가슴 따뜻한 남성이라고 정의했죠."

권해성은 성진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신이 난 듯 술술 풀어냈다. 캐릭터, 작품에 대한 애착이 오롯이 와 닿았다. 작은 배역이라도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허투루 넘어가지 않기 위한 진정성이 말에 묻어났다.

성진에게 흠뻑 빠진 권해성은 "아빠가 되고 나니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겨 여러 시도를 했다"며 "과거에 발연기를 한 나 자신을 보고,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했다.

tvN 월화극 '또 오해영'에서 해영이를 짝사랑하는 팀장 성진 역을 맡은 권해성은 캐릭터를 위해 의상, 소품 등을 직접 구매했다.tvN '또 오해영' 화면 캡처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을 짝사랑하는 캐릭터다.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속앓이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권해성에게 성진 팀장의 진짜 마음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선배로서 아끼는 마음이 큰 거 같아요. 짝사랑할 땐 상대방을 좋아했다가 하루아침에 또 미워했다가 그렇잖아요. 마음이 요동치는 듯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성진의 마음을 모르겠다던 그는 몇몇 장면을 찍으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회식하고 해영이가 도경에게 달려갔을 때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짓는 장면, 해영이가 도경이를 위해 도시락을 쌌다는 말에 젓가락을 떨어뜨리며 당황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권해성은 '깨알 디테일'을 살려 연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해영이와 관련된 험담을 하는 동료들에게 "그만해라 좀! 동생이라고 생각해봐라. 재밌냐? 심보가 나쁘다"라고 화내는 신이다.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의감과 해영이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을 넣어 대사를 던졌어요. 전 보여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까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고민해요.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싶거든요."

해영이가 사무실에서 태진이, 도경이와 통화하는 걸 보고 뾰로통한 표정을 지은 장면, 밥을 많이 푸는 장면, 해영이가 혼자 노래를 부를 때 옆에서 도와주는 장면도 모두 권해성이 만들어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해영이가 두 명의 남자랑 통화하는 걸 보니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하하. '컷'하는 소리에 서현진 씨에게 '남자가 한, 둘이 아니네'라고 했어요. 디테일을 살린 부분을 시청자들이 알아봐 주시면 묘한 성취감을 느낀답니다."

tvN 월화극 '또 오해영'에서 해영이를 짝사랑하는 팀장 성진 역을 맡은 권해성은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tvN '또 오해영' 화면 캡처

도경이 중에 해영이랑 어울리는 짝을 꼽아 달라고 했다. 처음엔 둘 다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시청자로 보면 도경이랑 해영이랑 잘 됐으면 한단다. 짠한 짝사랑이다.

"전 해영이만 바라보는데 해영인 도경이만 봐요.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도경이랑 해영이랑 진짜 사랑하는 것 같아요. 속으로 '성진아 정신 차리고 일이나 열심히 해라'고 하죠(웃음)."

태진, 도경이보다 '이것'만은 낫다고 외칠 수 있는 성진이의 매력은 무엇일까.

권해성은 "성진이는 화를 안 낸다. 가정의 분위기는 가장의 성격에 따라 갈리는 것 같다. 물론 아내의 역할도 있지만 남편이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진은 다정다감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애를 많이 해 보고, 여자 마음을 잘 아는 진상이가 해영이랑 결혼하면 가정에 충실할 것 같다"고 웃었다.

서현진에 대해선 "항상 밝은 기운으로 드라마를 이끈다"며 "기분 좋은 에너지를 지녔고, 빠듯한 스케줄에도 얼굴 한 번 찡그린 적 없는 바른 배우"라고 극찬했다.

성진이의 눈으로 본 그냥 오해영은 어떤 여자일까. "속이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솔직해요. 무언가 숨기는 듯한 사람이 있는데 해영이는 꾸미지 않아서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요."

고향이 부산인 그는 스무 살 때 미대 입시학원에 다니기 위해 상경했다. 집안 내력으로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줄곧 해온 그는 우연한 기회로 연기자가 됐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들른 홍대 스튜디오 대표의 제안을 받고, 연기에 관심이 생겼다.

제대 후 본격적으로 연기 수업을 받았다. 미대가 아닌 연극영화과에 입학하자 집안의 반대는 거셌다. 자퇴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냈다.

tvN 월화극 '또 오해영'에서 해영이를 짝사랑하는 팀장 성진 역을 권해성은 향후 목표를 배우 생활에서 '살아남기'를 꼽았다. tvN '또 오해영' 화면 캡처

2004 영화 '썸'으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종합병원2'(2008), '동이'(2010), '응급남녀'(2014),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2014), 'P.S. 걸'(2016), 연극 '작업의 정석'(2012), '청혼'(2011) 등 30여 편에 달하는 작품에 주·조연 단역 가릴 것 없이 출연했다.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일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처음에는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데뷔했는데 못 봐줄 정도로 발연기를 했어요. 반성하고 단역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역할이 작아서 안 한 적은 없어요. 깨져도 보고, 굴러도 보고. 예전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정말 떨렸었는데 이젠 괜찮아졌어요. '응급남녀' 때부터 안 떨었고 덕분에 '오해영'에 캐스팅됐습니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SNS도 시작했다. 권해성을 검색하면 '또 오해영 팀장'이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오해영' 이전엔 무반응이던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몇몇 팬분들은 제 분량을 편집해서 인터넷에 올려주시기도 해요. 드라마를 홍보하고 싶어서 SNS를 시작했는데 사실 전 할 줄 몰라요. 하하. 아내가 도와준답니다."

인터뷰 내내 권해성의 눈은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기 얘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그에게선 섬세한 성진이가 겹쳤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은 로맨틱 코미디 캐릭터란다. 데뷔 때부터 품은 꿈이란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가장 큰 목표는 '살아남기'다.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시청자,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답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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