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8월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권역별·부문별 최고위원제’를 첫 시행키로 한 가운데, 인물난으로 흥행 부진을 겪고 있는 당 대표 선거에 비해 최고위원제 선거판에서 한층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다만 호선 제도가 불러올 과잉대표성 문제가 남아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앞서 더민주는 전국을 서울·제주, 인천·경기, 강원·충청, 호남, 영남의 5개 권역으로 나눠 각 1명씩 최고위원을 선출키로 했다. 후보는 해당 시·도당위원장으로 제한하되 호선(내부 선출 또는 추대)으로 한다. 또 여성, 노인, 청년, 노동, 민생 등 5개 부문별 최고위원도 전대에서 권리당원 및 대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는 기존의 선출직 최고위원제가 계파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고려해 지난해 당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혁신안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권역별 최고위원의 경우, 내년에 치러질 대선까지 직을 유지하며 선거를 위한 지역 조직을 관할하는 것은 물론, 공천 과정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친문(친문재인)계의 대리전이 기정사실화된 당 대표 선거보다 최고위원제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에 당내 인사들을 비롯해 재기를 노리는 원외 인사들도 속속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단 서울·제주 지역에선 김영주(영등포갑)·전현희(재선·강남을) 의원이 시당위원장 선거를 준비 중이며 박홍근(중랑을) 의원도 거론된다. 인천·경기 지역에선 김상희(부천소사)·이언주(광명을)·전해철(안산상록갑) 의원이, 강원·충청은 송기헌(강원 원주을) 의원과 도종환(충북 청주흥덕)·이상민(대전 유성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회자된다. 호남은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이, 영남은 최인호(사하갑) 의원, 민홍철(경남 김해갑) 의원 등이 시당위원장 선거에 나서 최고위원 후보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각 경기도당과 충북도당, 부산시당 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조정식(시흥을)·양승조(충남 천안병)·김영춘(부산 진갑)은 20대 국회에서 새로이 선출된 상임위원장직에 전념하기 위해 시·도당위원장 선거 불출마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세 분이 모여서 공식적으로 논의를 하거나 뜻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현재 상임위원장직을 이미 맡고 있고 다들 업무량도 워낙 많아 최고위원 선거는 사실상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는 권역별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미 지난 5월 이 문제를 두고 한바탕 사단을 겪은 뒤에야 혁신안 실천으로 방향을 정했지만, 일각에선 선수 등을 근거로 내부 추천에 의해 선출된 인물이 당을 대표하는 최고위원으로서 대표성을 행사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시·도당위원장은 각 시·도당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50%, 권리당원 50%의 룰에 따라 선출된다. 이후 위원장들이 내부 의견 수렴과 추천 등을 통해 총 5명의 권역별 최고위원을 호선하는 것이 새로이 변경된 최고위원 선출방식이다. 관례상 호선 과정에선 투표보다는 의원의 선수(選數)나 선·후배 관계 등을 고려해 연장자를 우대해왔다. 따라서 같은 권역으로 묶인 두 지역 중 의석수가 적은 경우라도, 선수가 높으면 해당 권역 최고위원에 추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도당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최고위원을 하려면 시도당위원장부터 나가야 하는데, 이게 대선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자리다. 자연히 지역조직이나 인사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포인트”라며 “당연히 욕심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본인들끼리 경선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호선으로 한다면 선배도 있는데 ‘먼저 하시라’고 추대하는 방식으로 되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당 핵심 관계자도 “민주정당에서 민주적인 투표가 아닌 호선으로 한다는 게 문제다. 그것 때문에 한번 난리를 겪고 결정이 됐지만, 분명 선출한 후에 말이 나올 것”이라며 “지역구는 한두 군데밖에 안되는데 내부 추천이나 추대로 최고위원이 된다면 그 사람이 지닐 수 있는 대표성이 얼마나 되겠나. 당장 할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으니 흥행도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더민주는 8월9일 제주와 경남을 시작으로 11일 울산·부산, 12일 대구·경북, 13일 전북·광주, 16일 전남, 17일 충북·강원, 19일 충남·세종·대전, 20일 서울·인천, 21일 경기 순으로 시도당 대의원대회를 차례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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