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황교안은 달걀, 정원식은 밀가루...'총리 수난’ 언제까지


입력 2016.07.15 21:33 수정 2016.07.15 21:51        이슬기 기자

성주군민들, 사과하는 총리에 욕설후 달걀세례

버스 피신 6시간후 탈출…경북군수 눈부위 피멍

경북 성주군청에서 사드 배치 관련 설명을 하던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주민들이 던진 달걀이 날아들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5일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설명회 참석차 경북 성주를 방문했다가 6시간 넘게 감금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자리에서 주민 대표들이 사드 배치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격분한 주민들이 총리와 장관에게 날계란과 물통을 던지는 등 격렬히 항의하면서 설명회 역시 파행으로 끝났다.

이날 황 총리와 한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성주군 군부대에 도착해 사드배치지역을 둘러본 뒤 11시경 정부의 사드 배치 관련 설명회를 위해 성주군청을 방문했다. 그러나 사드배치 반대 및 전면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모인 주민 3000여명은 황 총리와 한 장관에게 계란과 물병 등을 집어던지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황 총리가 주민들 앞에 나서 “여러분들에게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 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한 장관도 “성주군민 여러분께 미리 설명 드리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때 주민들 사이에서 갑자기 욕설이 터져 나왔고,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물병 수십 개와 계란, 소금 등이 날아들며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황 총리와 한 장관은 군청 안으로 급히 철수했다. 이에 주민 수십명이 청사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 경호원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11시 40분 경 군청을 빠져나온 황 총리 일행이 다급히 미니버스에 올라탔지만 주민들에게 둘러싸였다. 몸싸움이 격화 되면서 한 주민이 트랙터를 몰고 와 주차장 출구를 봉쇄했고, 황 총리와 한 장관은 6시간 넘게 감금됐다가 이날 오후 6시10분경 가까스로 탈출했다.

15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위해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탑승한 버스가 항의하는 주민들과 트랙터에 막혀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 과정에서 황 총리가 탑승한 버스 앞에 서있던 조희현 경북지방경찰청장은 군민이 던진 물통에 왼쪽 눈 부위를 맞고 피를 흘리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총리 감금사태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 상부의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며 경찰력을 투입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비과 차원에서 따로 준비하고 있는 조치는 없고 경찰병력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현재 경북 인근에 대기하던 10개 중대가 성주에 배치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으로 군 통수권 대리인 및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무총리의 감금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치안 당국은 이 같은 상황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등 상부의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는 이유로 경찰력 투입을 주저한 것이다. 아울러 야당은 물론 여당 역시 비난여론을 고려한 듯 이에 대해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부 고위직이 성난 주민들로부터 봉변을 당한 건 지난 1991년 정원식 국무총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를 맡았던 그는 국무총리에 임명됨에 따라 임직 전 마지막 수업을 마친 직후 학생들로부터 밀가루와 달걀은 물론, 오물 세례를 받은 ‘6·3 외대 사태’가 대표적이다.

노태우 정권의 공안몰이가 본격화 된 1991년 4월 당시 학생운동에 참석했던 명지대학교 학생이 경찰의 구타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전국의 대학생 10여명이 분신으로 숨지는 등 정권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고조됐다. 당시 문교부 장관이었던 정 전 총리는 앞서 1989년 정권에 반대집회를 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1500명을 한꺼번에 해고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며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던 상태였다.

분신 사태로 노재봉 당시 총리가 사퇴하면서 신임 총리로 임명된 정 전 총리는 그해 6월 3일 외대에서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종료 후 학생들이 20여분 간 밀가루와 달걀 등을 투척하며 정부와 문교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또한 10여명의 학생들이 정 전 총리를 운동장으로 끌고나와 가방과 주먹 등으로 폭행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학생운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고, 이 사건은 이후 반정부 시위가 꺾이는 계기가 됐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