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사드 반대' 국민의당, '중도' 포기?
사드 반대 주창하며 정통 야권 지지층에게 '좋은 평가', 반면 '중도'는?
국민의당 "사드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 아냐"
사드 반대 주창하며 정통 야권 지지층에게 '좋은 평가', 반면 '중도'는?
국민의당 "사드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 아냐"
국민의당이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선제적으로 '반대'를 당론화하는 등 선명한 야당색을 드러내며 호남에서 추락하던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도의 확장성'을 무기로 삼았던 국민의당이 스스로 최고의 무기를 버리는 악수(惡手)를 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국민의당은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가장 먼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당론을 가장 먼저 확정했음은 물론이고 안철수 전 대표도 '국민 투표'를 거론하며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드 배치 결정'이 처음 언급된 지난 8일 이미 "오늘 오후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우리 당을 예방하기로 했다"며 "사드 문제로 예상되는데 우리는 다시 한 번 사드(배치)에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10일 개인 성명을 내 "저는 (사드 배치로 인해) 잃는 것의 크기가 더 크고,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야권 대권잠룡중 가장 먼저 '반대'를 분명히해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은 이 같은 국민의당의 발빠른 행보를 정통 야당 지지층의 표심과 '텃밭'인 호남의 민심 이탈을 억제하려는 선제적 대처로 봤다. 정통 야당으로 대변되는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당 주류 간 이견으로 '사드 배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점을 노린 야권 이슈 선점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국민의당의 이 같은 야권 이슈 '드라이브'는 사드 문제가 처음이 아니다. 국민의당은 지난 5·18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요구하다 무산되자 관련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촉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야당 이슈에서 더민주와 경쟁하거나 때론 되레 앞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최근 행보가 오히려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당의 강점은 진보와 보수의 가운데 '중도'에서 진보와 보수 양측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확장성에 있는데, 보수임을 주장했던 사드 문제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보다 더 진보적인 위치에 서면서 스스로 '확장성'을 포기해버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오히려 사드에 찬성하는 국민여론이 반대보다 높은 것도 국민의당으로서는 고민거리다. 현실적으로 사드배치가 번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사드 반대'가 오히려 당의 운신 폭을 좁히는 결과로 귀결되고, 만에 하나 사드 배치가 철회된다하더라도 이에 대한 안보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까딱 잘못하면 발걸음이 꼬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 4·13 총선의 승리를 견인한 새누리당 이탈표가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봐야겠지만 '사드를 반대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이익이 되느냐'보다는 '어떤 식으로 이를 풀어나가야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A의원은 "이 부분(사드반대)은 당론으로 정해진 만큼 제가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다만 국민 여론이 찬성이 많은 상황속에서 내부에서 이 문제를 계속해서 '반대'로 가지고 가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있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B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투표까지 거론하며 말해놨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면서 "양면성이 있는만큼 여론변화 추이를 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이 높은 것도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민께서 사드를 배치하면 북핵이나 미사일이 일거에 해소된다고 생각하시지만, 사드로는 인구의 반, 경제의 70~80%가 이루어지며 대통령도 살고있는 수도권조차도 방어가 안되지 않느냐"면서 "외교적으로도 북한, 중국,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마찰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현안질의 등을 통해 홍보하면 국민께서는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도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사드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손 대변인은 "국민의당은 안보문제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당"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는 방법론에 있어서 '사드 배치가 우리 안보에 실효적인가', '대중·대러 관계에 있어서 통일·외교·경제·군사적 현안에 비추어봤을때 올바른 결정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반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당은 오는 19, 20일 양일간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를 상대로 사드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질의에 나선다. 국민의당의 질의자는 19일 정동영·이용호 의원, 20일 김중로·김경진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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