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올 시즌 화두는 ‘베테랑’과 ‘신성’의 조화 여부다. 일단 가능성은 보여줬다.
맨유는 지난달 31일 스웨덴에서 열린 갈라타라사이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5-2 역전승하며 모처럼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마커스 래쉬포드의 활약이었다. 무려 16년의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선수는 이날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맨유에서의 데뷔골을 터트렸다. 득점 장면은 이브라히모비치의 명성에 걸맞은 화려한 퍼포먼스로 이루어졌다.
이브라히모비치가 전반을 마치고 교체되자 그 뒤를 이어받은 것은 래쉬포드였다. 교체로 투입될 때만 해도 맨유는 아직 갈라타라사라이에 끌려가고 있었지만 래쉬포드가 후반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담당했다.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와 화려한 개인 돌파를 바탕으로 상대의 수비를 흔들어놓으며 페널티킥을 이끌어내는 등 공격을 이끌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두 공격수가 최전방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보여준 모습은 무리뉴 감독을 흡족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브라히모비치와 래쉬포드는 올해 맨유 공격진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무대를 두루 누비며 수차례의 리그 우승컵과 득점왕을 휩쓴 이브라히모비치는 설명이 필요 없는 유럽 톱클래스 공격수다. 무리뉴 감독과도 인터밀란 시절 단 1년만 함께했지만 좋은 궁합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브라히모비치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노장이다. 언제 신체능력이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브라히모비치도 몸싸움이 격렬하고 경기템포가 빠른 EPL은 처음이다.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에서 30골을 넣으며 여전한 기량을 뽐냈지만 리그 최강팀이던 PSG에서 한 수 아래 팀들을 압도하며 쉽게 경기했던 것과 달리, EPL에서는 매 경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적들을 마주해야한다.
래쉬포드는 6개월 전만 해도 철저한 무명이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 공격수 부재에 시달리던 맨유의 구세주로 화려하게 등장하며 주목받았지만 아직은 더 성장해야하는 어린 선수다. 베테랑을 선호하는 무리뉴 감독의 등장과 이브라히모비치의 영입은 래쉬포드에게는 지난 시즌보다 입지 축소를 예고하는 불안감을 드리우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프리시즌 경기를 통하여 이브라히모비치와 래쉬포드의 각기 다른 가치를 충분히 확인했다. 즐라탄이 최전성기의 기량으로 맨유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길어야 1~2년이라고 했을 때 래쉬포드는 장기적으로 맨유 최전방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자원이다. 래쉬포드가 꾸준히 경험을 쌓으며 성장해준다면, 이브라히모비치 역시 올 시즌 맨유의 득점을 홀로 책임져야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래쉬포드 역시 경기후 맨유의 자체 방송 채널인 MUTV와의 인터뷰에서 “즐라탄은 놀라운 선수다. 그가 맨유에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며 이브라히모비치와의 공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이 손안에 거머쥔 두 장의 히든카드를 얼마나 지혜롭게 사용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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