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한진해운 경영정상화 놓고 정부 온도차 극명
산업은행, 대우조선 상장폐지 막기 위해 증자 ‘고육책’
채권단, 법정관리행 앞둔 한진해운에 거센 압박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이 경영정상화로 가는 과정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감싸주기에 급급한 반면 한진해운의 경우 압박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19일 금융권 및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우조선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최대 1조6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추진 중이다.
대우조선은 올 2분기 1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조200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연말까지도 완전자본잠식 상태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따라서 이번 증자 방침이 대우조선해양의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은 추가 자구안 외에도 경남 거제에 보유중인 아파트 부지를 비롯한 자산 매각을 통해 올해 말까지 추가 유동성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또 외국 선주사 4곳으로부터 4억7000만 달러 규모의 선박 건조대금을 미리 수령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 지연 사태도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척을 다음달 30일까지 인도하도록 노력하기로 소난골 측과 최근 합의했다. 인도가 순탄하게 마무리되면 대우조선은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완전자본잠식보다 거래소에서 진행 중인 상장 적격성 심사가 더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진해운 역시 경영정상화를 위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해당 자금을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채권단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오는 9월 4일까지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선박금융 만기 연장, 부족자금 마련 방안 등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채권단 측은 최종적으로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까지 한진 측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이미 1조원을 지원한 상황에서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지원은 그룹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양호 회장의 최종 결단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경영권과 지분을 포기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자구안 제출에 실패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어렵게 가입한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에서 즉각 퇴출당하게 된다. 또 화주들의 계약 해지와 함께 한진해운 소속 선박 90여척이 곳곳에서 압류당하는 등 파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 경우 국내 해운업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은 주요 항만의 물동량 감소, 국내 조선소 선박 발주 감소 등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대우조선과 한진해운의 회생을 놓고 최근 금융당국의 입장에는 온도 차가 느껴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는 파산 때 경제·사회에 미치는 충격,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 채권단의 채권 보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검찰 수사와 별개로 채권단이 의지를 갖고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한진해운과 관련 임 위원장은 “정상화 과정에서 필요한 부족 자금은 자체 해결하도록 하고 정상화에 실패하면 원칙에 따라 (법정관리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의 파산에 비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경우 시장 충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운업은 조선업보다 연관산업이 적고 종업원 수도 적기 때문이다. 실제 1만3000명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의 직원 수 대비 한진해운의 직원 수는 1400명으로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그러나 대우조선 사태는 전직 경영진에 이어 현 경영진과 산업은행 수뇌부까지 번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만을 향한 감싸주기는 ‘불투명으로 망친기업을 불투명하게 비호’한다는 목소리에 설득력을 얻게 한다는 지적이다.
규모의 차이일 뿐 대우조선과 한진해운 가운데 어느 기업이든 회생이 실패로 돌아가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과 영향은 상상 이상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해운업은 대한민국의 기간산업이며 철강, 조선 등 산업적 파급 효과가 크다.
국내 대표 조선사와 해운사의 회생을 바라보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엇갈린 시선이 어떤 여파를 초래할지 업계의 우려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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