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돌변 ‘장시환 사구’…그저 경기의 일부?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08.19 18:24  수정 2016.08.19 18:27

삼성 최재환, 장시환 공에 맞아 사실상 시즌 아웃

몸쪽 공 승부하더라도 부상 방지할 동업자 정신 필요

삼성 최재원이 장시환의 투구에 맞아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 연합뉴스

최근 KBO리그 경기 중 사구로 큰 부상이 발생하는 아찔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8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타자 최재원이 kt 장시환의 투구에 왼쪽 뺨과 턱 부위를 강타 당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최재원은 곧바로 구급차에 탑승, 정밀검진을 위해 아주대 병원으로 옮겨졌고, 검진 결과 턱 뼈 골절상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장시환은 최재원의 사구 이후 ‘투수가 직구로 타자 머리를 맞히면 자동 퇴장’이라는 조항에 따라 곧바로 그라운드에서 퇴장 조치됐다.

올 시즌 헤드샷 퇴장은 벌써 7차례나 나왔다. 한화 김재영-권혁, SK 박희수, LG 최동환-진해수, 케이티 심재민 등이 머리로 향하는 사구로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퇴장 조치를 받았다.

평범한 일반인이 던진 공도 정통으로 맞으면 해당 부위에 시퍼렇게 피멍이 들 정도다. 하물며 프로 투수들이라면 보통 시속 140km 이상의 강속구가 대부분이다. 이런 공이 포수의 글러브가 아니라 사람의 몸을 향한다면 인명을 좌우하는 끔찍한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프로 선수들은 몸이 재산인 개인사업자들이다. 사구의 표적이 되는 타자들은 큰 부상을 당하고, 심하면 한 시즌 농사를 완전히 망칠 수 있다. 불의의 부상으로 주력 선수를 잃은 해당 팀에도 치명타가 된다. 사구로 인한 오해와 불신이 양 팀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수두룩하다.

올 시즌만 해도 사구로 인한 부상이 유독 빈번하다. 한화 김경언은 지난 5월 kt전에서 사구에 맞아 종아리 부상을 입은데 이어 8월 NC전에서는 발가락에 실금이 가는 등 올해에만 두 번이나 사구로 부상을 당했다.

KIA 김주찬은 7월 NC전에서 사구에 의한 견갑골 골절로 보름간이나 전열에서 이탈했고, NC 손시헌은 한화전에서 갈비뼈 골절로 6주 진단을 받았다.

삼성은 불과 사흘 전인 한화와의 경기서 배영섭이 손목 척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데 이어 이번에는 최재원마저 턱뼈 골절로 시즌 아웃됨에 따라 또 전력에 치명타를 맞게 됐다.

가뜩이나 레온과 발디리스 등 외국인 선수들이 연이은 부상으로 힘을 보태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선수들마저 사구로 인한 부상으로 불운이 겹쳤다.

타고투저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투수들의 전반적이나 기술이나 제구력은 예전만 못한 가운데, 승부를 위하여 몸 쪽으로 공을 붙이다보면 필연적으로 사구의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레이스에서 일정이 후반으로 갈수록 투수들의 체력도 떨어진다. 시즌 초반보다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사구 부상이 잦아진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구는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제구력이 좋지 않은 투수라고 몸 쪽 승부를 회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몸 쪽으로 날아오는 강속구를 타자가 일일이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문제는 동업자 의식이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결국 야구도 사람이 하는 스포츠다. 투수들은 자신이 던지는 공에 대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흔히 사구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몸 쪽 승부를 고집하는 게 배짱처럼 이야기되지만, 투수가 던진 공을 맞는 쪽은 타자다. 선수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공을 던지고 ‘경기의 일부분’이라 치부하는 것은 배짱이 아닌 무책임이다.

또한 타자의 몸을 맞혔다고 할 경우,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제스처 정도는 필요하다. 승부도 승패를 따지기 이전에 예의가 더 중요하다. 동업자 정신이 없는 스포츠는 그저 감동 없는 감정싸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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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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