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수장인 김성근 감독의 투수 혹사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현재 111경기를 치른 한화는 33경기를 남겨두고 있으며 49승 3무 59패(승률 0.454)를 기록, 7위를 달리고 있다. 승패 마진은 -10. 남은 경기 수를 감안할 때 5할 승률은 어려워 보이며, 경쟁팀들의 추락과 한화의 연승이 동시에 이뤄져야 극적으로 가을야구행 티켓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개월간 김성근 감독의 위상은 그야말로 곤두박질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신의 귀환’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한화 지휘봉을 처음 잡았던 지난 시즌에는 6위에 머물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야구로 기대감을 품게 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투자(팀 연봉 1위)가 다시 한 번 이뤄진 올 시즌에는 우승의 꿈이 결실을 맺는 듯 보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한화의 올 시즌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연패는 기본이고 1승을 올리는 것조차 힘겨워보였다. 그러면서 불거진 게 바로 혹사 논란이다.
시즌이 거듭되면서 한화의 전력은 타선의 부활과 함께 상승곡선을 그렸다. 7월에는 드디어 탈꼴찌에 성공하며 가을 야구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다. 그러나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특정 투수들에 대한 과도한 신뢰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혹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올 시즌 불펜 투수들 가운데 5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는 모두 17명. 10개 구단 평균으로 따졌을 때 1.7명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중 한화 투수는 무려 6명에 이른다. 벌써 90이닝 이상 던진 권혁(95.1이닝)과 송창식(92.2이닝)은 100이닝 돌파가 확실시되며 정우람은 마무리 투수들 중 최다 이닝을 기록 중이다.
이들에 대한 기용이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등판하기 때문이다. 한화가 큰 점수 차로 이기거나 지고 있어도 필승조가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급기야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최근에는 심수창 등의 연투가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선발보다 불펜에 비중을 두는 마운드 운용은 김성근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다. 왕조를 이뤘던 SK는 물론 과거 쌍방울, LG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색깔이라 보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선수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점이다.
최근 야구는 과거에 비해 훨씬 과학적이고 선수들의 체계적인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는 이 같은 시스템이 정착되어있고, KBO리그에서도 이를 따라가는 추세다. 하지만 한화는 시대흐름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김 감독은 30년 넘는 프로 감독 생활을 하는 동안 실패도 있었지만, 대부분 성공적이었다는 평이 중론이다. 우승은 SK에 와서야 처음 이뤘지만, 대부분 약체팀을 맡아 전력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성공을 해본 이들은 자신의 노하우와 방법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다. 김성근 감독도 우승을 세 차례나 경험했고, 하물며 ‘야신’으로 추앙받았던 인물이다.
시즌 초부터 끊임없는 비판에 시달린 김성근 감독에 대해, 심지어 ‘이제 더 이상 김성근식 야구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김성근 감독은 요지부동이다. 아마도 수십 년 감독 생활을 하며 쌓아온 자신의 야구 철학이 옳았고, 이를 증명하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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