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금융공기업 'A매치' 시즌, 최고 경쟁률은...
한국은행, 금감원 등 채용 공고…금융공기업 간 경쟁 과열 양상
금융공기업 'A매치' 시즌이 돌아왔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의 신입직원 하반기 공채 일정이 시작된 것.
금융공기업은 정년 보장에 대기업 뺨치는 급여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통한다. 금융공기업이 구직자의 선망의 대상이다 보니 응시생만 매년 2~3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금융공기업들이 입사시험을 모두 같은 날로 정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이를 국가대표팀 축구시합에 견줘 'A매치'라고 부른다. 시험날짜가 같다보니 지원자들은 중복지원이 불가능해 진다.
지난해 예보 경쟁률 192대1 '과열 양상'
통상 한국은행이 먼저 시험 날짜를 공고하면 다른 금융 공기업들이 잇달아 같은 날 시험날짜를 잡았다. 각 금융공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해 경쟁을 벌이다 결국 같은날 시험을 치르게 된 것이다.
여기엔 한은과 금감원 등의 금융공기업 간 미묘한 자존심싸움이 숨어 있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그만큼 취업 문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예금보험공사는 신입사원을 10명을 선발하는데 1917명의 지원자들이 몰려 경쟁률이 192대 1에 달했다. 수출입은행의 경쟁률은 85대1, 산업은행은 57대1, 금융감독원은 47대1이었다.
'A매치' 당일에는 취업준비생들이 퀵서비스오토바이를 타고 시험장을 옮겨 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금융공기업의 좁은 문을 뚫기 위해 복수지원을 감행할 경우,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올해 취업문 더 좁아져…'퀵오토바이' 또 등장할까
더욱이 올해는 채용인원도 줄어 선택에 따른 리스크까지 높아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내년도 신입직원(종합기획직)을 65명 이내로 뽑기로 하고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고 공고했다.
한은의 올해 채용은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 등으로 진행된다. 학력이나 연령 제한이 없고 변호사, 공인회계사(CPA) 등에 대한 우대 혜택도 없다. 서류전형 합격자는 오는 10월22일 경제학, 경영학, 법학, 통계학, 정보기술(IT)·컴퓨터 1개 과목을 택해 논술과 함께 필기시험을 치른다. 이어 집단토론과 심층면접 등으로 구성된 1차 실무 면접과 2차 집행간부 면접을 통과하면 신체검사 등을 거쳐 오는 12월 합격자가 확정된다.
매년 한은과 같은 날 신입직원 공채 필기시험을 진행하는 금감원과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도 조만간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50여명을 뽑을 계획이다. 산은과 수은은 구조조정 여파로 채용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각각 70명과 42명을 뽑았다.
이와 관련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같은날 시험을 치는 것은 중복합격으로 인해 합격자 공백이 생기면 그 자리를 다시 채워야 하는 등 채용과정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담합했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날짜가 조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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