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시대극 전문? 정치적 성향 없다"

김명신 기자

입력 2016.09.05 09:30  수정 2016.09.12 08:58

'변호인' '사도' 이은 시대극 '밀정' 복귀

조선인 일본경찰 역 완벽 소화…변신의 귀재

연기파 배우 송강호가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변호인' '사도' 이은 시대극 '밀정' 복귀
조선인 일본경찰 역 완벽 소화…변신의 귀재


“제목이 참 마음에 들어요. ‘밀정’이라는 영화는 누가 밀정인지 찾아가는 영화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많이들 오해를 하시더라구요. 부제도 없는 떡 하니 ‘밀정’이라는 한 단어가 미스터리한 감도 있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도 하죠.”

배우 송강호가 또 다시 이름값을 하고 나섰다.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로 분하면서 또 다른 캐릭터를 구축했고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그렇게 또 하나의 필로그래피를 완성하고 있었다.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송강호는 “마지막 인터뷰”라는 말과 함께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밀정’이라는 영화의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는 묘한 발언을 뒤로했다.

송강호는 “‘밀정’이라는 영화는 밀정을 찾는 영화가 아닌, 그 단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시대적 한계, 아픔을 담은 작품이다. 결과론적으로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지점이 바로 ‘밀정’”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또 다시 시대극에 도전한 것과 관련해서는 “하다보니 ‘변호인’ ‘사도’ ‘밀정’ ‘택시운전사’까지 역사적 사실을 담은 인물들을 연기하게 됐는데 절대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손사레를 쳤다.

“시대극이나 역사극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배우 송강호가 아닌, 인간 송강호가 어릴 적부터 역사를 좋아했고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시대극에 대한 관심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장르를 선호하고 일부러 찾아서 하는 건 아니에요. 우연의 일치라고 봐야죠.”

연기파 배우 송강호가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번 ‘밀정’ 역시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신선한 시선’ 그거였다. 다작을 하는 배우도, 그렇다고 작품을 까다롭게 고르는 배우도 아니었지만 송강호는 자신만의 작품 선정 기준이 있었다. 바로 신선한 접근, 그로 인한 새로운 연기 도전이었다.

송강호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훌륭한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 ‘밀정’의 경우 그 시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시선 등이 마음에 다가왔다. 경직되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회색분자 같은, 인물들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통해 그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매력이 끌렸다”고 출연 비화를 털어놨다.

영화 ‘밀정’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 실제로 있었던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토대로 당시 의열단에 일어났던 일들을 엮어 극화한 영화로,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은 ‘황옥’이라는 실존 인물을 극화한 캐릭터다. 송강호는 “그의 일대기를 그리는 작품은 아니다. 역사 속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며 의견이 분분한데, 참조는 했지만 그의 삶을 그리려하거나 그렇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일본 경찰에서 점점 변해가는 과정 속 개연성 지적과 관련해서는 “김지운 감독의 의도적 연출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영화들이 그랬듯, 악랄한 일본경찰이었다가 큰 사건을 계기로 변해가는 과정이 그려졌다면 ‘밀정’ 역시 매력을 떨어졌을 것이다. 오히려 이정출이 변해가는 과정 속 갈등과 고뇌, 회유와 설득 등 흔적을 남긴 부분이 더 입체적으로 그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기파 배우 송강호가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의 회유, 그리고 의열단 정채산(이병헌)과의 만남, 연계순(한지민)의 고문을 통해 흔들리는 장면이 ‘밀정’ 이정출을 이해하는데 가장 포인트 신으로 꼽았다. 일본경찰 이정출의 변화에 밑밥들이라는 설명이다.

“서대문 형무소 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고문한 여자의 죽음을 본 이정출의 후회가 아닌, 얼마든지 자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계순의 손만 보이거든요. 김지운 감독의 회화가 독특하게 녹아들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 작은 손 하나도 보호해주지 못한, 힘 없는 나라의 상징성을 보며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영화 ‘밀정’이 시대적 배경이나 의열단의 등장 등 앞선 영화 ‘암살’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다. 하지만 ‘밀정’과 ‘암살’은 다른 지점이다. 같은 시대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을 다르게 표현한 영화”라면서 “한국영화 산업 자체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여실히 깨닫고 있다. 과거의 시대극들이 한정적이고 전형화 됐다면 ‘암살’은 조금 더 성장한 영화였고 이번 ‘밀정’ 역시 그 연장선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데뷔 20년, 천상 배우 “신작은 여전히 부담”

“평소 성격은 어떤 것에 집착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연기만 유독 집착을 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신작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 맡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애를 쓰죠. 몰입이 돼야 연기가 나오거든요. 오직 그뿐, 어떠한 특별한 성향이 있는 건 절대 아니에요.”

연기파 배우 송강호가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밀정’ 김지운 감독은 20년 전 송강호와의 첫 만남에 대해 “께름칙했다”고 회상했다. 연기 호흡이며 톤이며, 몰입도가 남달랐고 그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배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관객들 역시 송강호라는 배우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는 매 작품 각기 다른 연기 성향에 따른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 일련의 행보만 보더라도 변호인었다가 이번에는 일본 경찰로 분했다. 작품 속 성향에 따른 연기 변화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게 송강호의 변이다.

“삶 자체가 희노애락 아닌가요. 일상을 살아가며 즐거운 순간에도 마음 한 켠에는 우울하기도 하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죠. 가장 슬픔과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자연 발상적인 유머스러움에 웃을 수도 있고. 그게 저의 연기죠. 거기에 그 캐릭터를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꾸준한 의문, 외적 요소 보다는 본질이 무엇인가를 접근하는 법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때문에 이번 역할 ‘이정출’ 역시 혼란의 덩어리였고 극 속 존재감에 따른 부담감도 컸다. 하지만 송강호는 ‘늘 긴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작 캐스팅과 관련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다. 분명 부담도 있고 긴장을 하게 된다. 그것이 또한 연기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건강한 부담감은 좋은 거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연기파 배우 송강호가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사도’ 때 캐릭터에 몰입이 안 되는 거예요. 여럿이 등장하는 영화도 아니고 유아인과 제가 끌고 가야 하는 부분이 큰데 부담감에 감정 이입이 안돼서 2달 간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이번 ‘밀정’ 역시 현대물과 다르고 시대적 배경 상 그 시대에 맞는 얼굴을 표현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죠. 매번 매 작품이 그래요.”

그래도 천상 배우 송강호다. 매 작품 끊임없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20년 간 이어진 집착이 애착이 됐다. 평소 성격도 털털하고, 집착하는 그 무엇도 없다는 송강호지만 연기만큼은 집착이 생긴단다. 때문에 여전히 연기에 대한 집착을 토로했다.

“과거 이창동 감독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나에게 오케이는 없다’. 배우로서 힘이 빠지는 이야기지만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들이 ‘오케이’ 사인을 한다는 건 오케이에 가깝다는 것이죠. 저의 연기에 대한 칭찬도 좋고 감사한 일이지만 완벽하다는 건 아니죠. 본질적으로 흔들리고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후배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봤을 때 기분이 좋다고 하신 한 선배의 말이 떠올라요. 지금의 수많은 후배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있어서 행복하고 저 역시 기분 좋아요.”

영화 배우 송강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송강호. 최근 가장 행복했던 일을 질문하자 “영화 ‘밀정’ 시사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중 의열단장 정채산에게 이 말을 남겼다.

“정채산, 꼭 다시 보세.”
연기파 배우 송강호가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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