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대권시계, 문재인 대세론 굳히기?
대선 경선 시기 두고 야권 내 이견 팽팽
시기 조정이 추미애호 첫번째 과제
야권의 대선 시계가 빨라졌다. 내년 대선까진 아직 15개월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공식 출마 선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여의도 정가도 이미 대선 물결로 출렁인다.
당장 간판급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팬클럽 창립총회에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지지그룹을 본격 모은 데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도 도전을 선언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역시 이미 대권 행보를 개시한 상태다.
잠룡들이 가시적으로 잰걸음을 보인 건 지난 30일 더민주 추미애호가 출범하면서다. 전당대회 선거운동 내내 대선 후보 조기 선출론을 내세웠던 추미애 대표는 당선 직후에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기도 구체적으로 못 박았다. 당헌당규에 따라 내년 6월말까지는 당 대선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당헌당규대로라면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당 대선후보를 정해야 한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문 전 대표가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둔 9월 16일에야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선거를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패배했다는 자평에 따라 경선을 일찍 끝내고 본선에 집중하자는 주장이다.
경선이 앞당겨지면서 세부 일정도 부쩍 가까워졌다. 늦어도 오는 12월경 각 후보 캠프를 구성하고 전략을 수립, 내년 2월부터 선거운동에 돌입해야 6월말 전에 대선후보 결정이 가능하다. 당내에선 오는 추석 직후 ‘룰’ 수립 작업이 시작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최대 쟁점은 국민여론조사 비율이다. 당 관계자는 “새누리당도 국민여론조사를 70%나 포함시키는데 더민주가 그것보다 적으면 되겠느냐는 게 문재인 쪽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이른바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로 구성된 만큼 조기 경선론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앞서 추 대표는 조기 경선을 실시하는 한편 경선 이후엔 불복 사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약속해왔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대선 3개월 전 후보를 결정한 지난 대선에 대해 “너무 급박하게 선출돼 우리 당 후보의 공약과 비전 제시가 대중에게 안 먹혔고 준비도 안 됐다”며 조기 경선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만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비문계 주자들 측에선 조기 전대론이 사실상 ‘문재인 대세론’을 못 박으려는 의도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를 일찍이 대선 후보로 결정해두고, 여유 있게 본선을 준비하려는 친문 지도부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현직 지자체장을 맡고 있는 후보들로서는 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나갈 경우, 평일 근무 시간에 선거운동을 할 수가 없어 제약이 크다.
단체장직을 그만둬도 문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재·보궐선거 30일 전 사퇴할 경우 선거를 치르게 돼 있다. 이보다 일찍 사퇴하면 직무대행이 단체장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 즉, 당의 대선 스케줄이 앞당겨져 박 시장과 안 지사가 내년 4월 이전에 단체장직을 사퇴하면, 서울시장과 충남지사 모두 재보선 대상이 된다. 행정공백에 대한 책임은 물론 막대한 선거비용이 드는 선거를 유발해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단 두 사람 모두 경선 과정에선 단체장직을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신뢰가 기본인 대선후보로서 불필요하게 책임 문제에 휩싸일 수 있는 데다, 지난 대선 당시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현직을 던지고 출마했다가 오히려 지사직을 여당에 넘겨준 ‘악몽’ 때문이다. 문재인 대세론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김 의원 측도 “지자체장들도 공정한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조기 경선론을 비판했다.
이처럼 야권 내에서도 시기에 대한 이견이 팽팽한 만큼, 경선 시기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추미애호의 순항 여부를 가늠하는 첫 번째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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