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피의자 자살사건 "검찰 강압수사 관행 깨야"
전문가들, 수사관행 개선에 한목소리…검찰 권한·기능 견제 필요성도
검찰 수사 도중 목숨을 끊는 피의자들이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검찰의 강압수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의실에서 ‘검찰의 수사관행,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하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법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검찰의 강압적 수사에 대한 부작용과 폐해를 설명하며, 이 같은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을 맡은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치적 비리사건이나 기업의 비리사건에서 수사혐의자가 수사과정 또는 수사가 개시되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사법치사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며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과정 전체를 녹화하는 CCTV를 설치하는 등 법과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나 무리한 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권 오·남용 방지를 위해 △불구속 수사 원칙 △체포 시 피의사실고지 △변호사선임권 △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제도 도입 등의 내용으로 형사소송법을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권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국가기관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오남용하는 것은 국민주권원리와 대의제민주주의에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며 “검찰이 범죄에 대한 실체를 밝히기 위해 수사에 있어서 피의자를 압박한다고 해도, 이는 법에 의해 주어진 권한을 정당하고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행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에 대해 강압수사, 표적수사, 짜맞추기 수사, 코드 맞추기 수사, 저인망식 수사 등 용어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검찰뿐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며 “검찰의 무리하고 위법적인 수사관행을 시급히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검찰개혁”이라고 덧붙였다.
염건웅 명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검찰의 강압적 수사관행 개선 필요성에 크게 공감했다.
염 교수는 “검찰수사 도중 목숨을 끊은 피의자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79명에 이르고, 특히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자살한 기업인과 공직자 등은 9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통상소환 전에 심리적 중압감을, 소환 후에는 자괴감과 모멸감을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백에 의존한 수사보다는 과학적 증거수집에 의한 수사로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법원 역시 자백을 주요증거로 인용하지 않도록 검찰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염 교수의 말이다.
아울러 그는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기형적 수사구조에서는 계속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검찰의 막대한 권한을 분산시키거나 검찰의 기능을 견제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실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토론에 나선 채명성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 마련 필요성을 언급하고, 이와 관련해 현재 대한변협에서 시행하고 있는 ‘검사평가제’의 도입 취지와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채 이사는 “우리 사법체계는 검찰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반면 견제장치는 미약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검찰권 행사에 대해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취지에서 지난해 말 대한변협은 검사평가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는 피의자 및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수사 또는 공판과정에 직접 관여한 변호사가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를 검사평가표를 통해 평가하는 제도로, 3개월의 평가 기간 동안 1000건 이상의 검사평가표가 제출되는 등 변호사들에게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채 변호사는 “검사평가제는 수사 또는 공판과정에 직접 참여한 변호사에 의한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제대로 정착될 경우 검사의 부당한 수사관행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의 견제 노력과 더불어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에 기초한 수사와 기소의 폐쇄성을 개선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밖에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 소속 홍세욱 변호사 역시 “그물망식으로 피조사자의 주변 인물들을 무조건 수사하고 보는 방식이나 별건 수사, 자백에 의존한 수사 등에서 벗어나 과학수사와 증거에 입각한 수사를 지향해야 한다”며 수사관행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수사기관의 종사자가 현재 수사 중인 피의자의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일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의사실 공표 행위가 언론의 보도로 이어져 개인의 명예 및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왜곡된 여론을 조성하게 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수사에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홍 변호사는 “피조사자의 인격 보호 차원에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행위에 대해 형법 제 126조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적용하고 수사기관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관의 설립 필요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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