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승→8연패' SK 역주행, 가을의 전설급
이달 초 6연승 휘파람으로 가을 야구 성큼
한화전 이후 거짓말 같은 연패 수렁 빠져
SK 와이번스의 롤러코스터같은 추락이 충격적이다.
가을만 되면 되살아나는 매서운 뒷심으로 ‘가을 DNA가 있다’는 찬사를 듣던 왕년의 그 시절이 그리워질 만하다.
SK 와이번스가 악몽의 8연패에 빠졌다. 9월초 6연승을 달리며 5할 승률을 회복할 때만 하더라도 가을야구가 손에 들어온 듯했지만, 지난 10일 한화전을 시작으로 거짓말처럼 연패 수렁에 빠졌다. 한 시즌 농사의 가장 중요한 고비에서 올해 팀 최다 연패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총력전을 펼친 18일 홈 NC전에서도 마운드가 일찌감치 무너지며 7-13 대패했다. 믿었던 선발 브라울리오 라라가 고작 1.1이닝 던지며 8실점(7자책)했다. 그나마 최정을 앞세운 타선이 분발하며 추격의 희망을 이어가던 7회 이후에는 불펜까지 무너지며 또 대량실점했다.
SK는 8연패에서 허덕이는 동안 평균 8.9점을 실점했다. 두 자릿수 실점을 허용한 것만 무려 3번이다. 마운드가 줄줄이 조기에 무너지니 뒤늦게 따라가는데 헛심을 쓰다가 지쳐 주저앉는 양상이 대부분이었다.
믿었던 선발진의 붕괴가 뼈아프다. 연패 기간 원투펀치 김광현과 메릴 켈리가 각각 두 번씩 등판했으나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데 실패했다. 박종훈과 라라, 윤희상 등 다른 투수들도 모두 대량실점을 허용하며 5이닝을 버티는데도 힘겨운 기색을 드러냈다. 최대 강점이었던 선발이 힘을 잃으니 급격하게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최근 선발투수가 호투한 경기는 지난 17일 켈리가 올 시즌 최다인 127구를 던지며 7.2이닝 2실점으로 역투한 NC전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날은 팀 타선이 찬스마다 침묵하며 3-4로 석패했다. 연패를 끊을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친 SK는 이튿날에는 힘 한 번 못쓰고 대패를 당했다. 집중력 결여에서 나온 연이은 수비 실수도 가뜩이나 힘겨운 마운드에 더 큰 부담을 안겨줬다.
SK는 5위 KIA와의 승차가 2경기로 벌어졌다. SK는 잔여 경기가 불과 6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10경기 이상 남은 5강 경쟁팀들에 비해 승수를 만회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당초 투수력에 강점이 있었던 SK로서는 1주일에 2경기만 치르는 여유 있는 일정으로 인하여 팀 내 에이스급 투수들의 로테이션을 조정할 수 있었고, 이동거리도 가장 짧다는 것은 가장 유리한 부분이었다.
열흘전의 5할 승률만 유지했어도 5강 경쟁의 주도권은 SK 손에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 밖의 8연패로 오히려 최악의 조건에서 잔여일정을 맞이하게 되는 가장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SK는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도 5할 승률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자력 5강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남은 경기를 최대한 이기고 다른 팀들의 부진만을 기다려야하는 처지가 됐다. 김용희 감독의 시즌 구상이 완전히 헝클어졌다.
물론 지난해도 치열했던 5강 경쟁에서 최후의 생존자가 됐다. 하지만 당초 우승 후보라는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기도 했다. 그나마 올 시즌에는 막판 부진으로 5강 막차티켓마저도 날려버릴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김용희 감독의 운명도 풍전등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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