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국감 파행에 날 세운 '국감 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개선되던 국감 모습, 파행에 평가 고민"
국정감사 우수의원 "정치는 공동 브랜드, 함께 꽃피워야"
법률소비자연맹 "개선되던 국감 모습, 파행에 평가 고민"
국정감사 우수의원 "정치는 공동 브랜드, 함께 꽃피워야"
"여야 싸움해도 국감은 진행됐는데...헌법과 국민에 대한 배신 아닌가"
여야 간 정쟁으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파행이 길어지면서 국회 파수꾼인 법률소비자연맹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날을 세우고 있다. 올해 기준 1500명에 달하는 모니터 위원들은 생업을 미룬 채 국회를 감시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이 정쟁을 이유로 정부 감시를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대 국회부터 시작한 국감NGO모니터단은 270여 개의 참여단체와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직 퇴직자와 대학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난 26일부터 10월 14일까지 국회의원의 질의 태도, 피감기관의 수감 태도, 국감 내용, 진행사항과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감 이후에는 평가 지표를 토대로 우수 국감의원을 선정한다.
"하나씩 바뀌었는데...20대 국감 파행에 난감"
올해로 18년째 국감 모니터를 총괄하고 있는 법률소비자연맹 측은 "20대 국감을 제외하면 국감 수준은 과거에 비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감 사상 최초로 파행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20대 국회 국감 평가 기준을 다음 달 5일 재논의할 계획이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총본부 이사는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이틀 동안 질문하지 않으면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던 게 지금까지 평가 기준이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새누리당 의원 개개인이 국감장에서 질문하고 싶어도 당 차원에서 이를 못하게 하는 상황이라 패널티를 주는 게 옳은지 고민 중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야당이 일부 상임위에서 '반쪽 국감'을 진행하는 건 "안하는 것보다는 났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정감사는 헌법 61조에 보장된 국회의 의무이자 관련 법률에 규정된 합법적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도 국회의원들의 국감 수준은 과거 국회보다 높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국정감사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1987년 당시, 국감 이해도가 낮았던 국회의원들은 피감 기관에 '질문과 답변을 써달라'고 부탁했었고, 여당은 '정부 감싸기' 야당은 '반대'로 일관하며 서로 험한 말도 오갔지만 최근에는 자제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평가다.
의원들 태도가 변한것 뿐 아니라 모니터 위원들도 전문화·다양화됐다. 겸임 상임위원회까지 총 15개의 국감을 모니터하는 위원들은 현장 혹은 국회 홈페이지 내 국감 동영상을 바탕으로 의원들을 평가한다. 관심사와 직업 등이 다른 위원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국감 모니터링을 꼼꼼히 수행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만큼 활동 대가는 없다.
"생업 포기하면서 챙긴 국감, 의원들 성실했으면"
2013년부터 모니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감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왔는데 올해의 경우 국감 파행으로 보람을 느낄 수도 없었다"며 "지난 3년간 여야 싸움은 있어도 국감은 정상 진행됐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선 진행 자체가 안 되고 있다. 국민을 배신하고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라 상당히 분노스럽다"고 했다. 그는 20대 국감에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활동을 모니터한다.
4년째 국감을 지켜봤다는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는 "우리는 정책에 점수를 매기는 평가단이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감을 대하는 국회의원의 성실도다"며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기도 하지만 제일 법을 안 지키고 있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다. 특혜와 권위를 누리는 국감이 아닌 공부하는 국감이 돼야 한다"고 국감 파행에 쓴소리를 던졌다.
대학생 등 청년들의 국감 모니터 활동을 담당하는 김수경 법률소비자연맹 팀장은 "국회 불신 자체가 작년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커져 우려가 많다"고 했다. 그는 "여야 의원들이 파행하고 소모적인 질의를 하는 게 비판적이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진행조차 안 돼 다른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상황들이 국회 발전 통로를 막은 것 같다. 차라리 싸우거나 치열하게 질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5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대문갑)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국감 상황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넘어 유감으로 생각한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만약 국감이 없었다면 그동안 복마전처럼 숨겨져 있던 여러 가지 행정상의 잘잘못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국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치는 공동 브랜드다. 네가 망해야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상대가 잘 돼야 나도 잘 되는 것이다. 꽃을 피워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서로 배려와 상생 정신이 상당히 요구되는 시점이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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