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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태풍, 또 미뤄진 원희룡의 용틀임


입력 2016.10.06 19:15 수정 2016.10.06 19:15        문대현 기자

지난달 중순 제주 관광객 살인사건 이어 태풍 피해까지

원 지사측 "도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중요"

차기 대선 주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대권을 잡기 위해 꿈틀대고 있지만 연속해서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히며 울상을 짓게 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자신과 비슷한 컨셉의 주자들이 적극적으로 행보를 펼치는 것과 비교되는 모양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차기 대선 주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대권을 잡기 위해 꿈틀대고 있지만 연속해서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히며 울상을 짓게 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자신과 비슷한 컨셉의 주자들이 적극적으로 행보를 펼치는 것과 비교되는 모양새다.

원 지사는 당초 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하려 했다. 내년 12월 예정인 대선에 맞춰 보폭을 넓히고 있는 남 지사와 유 전 원내대표에 뒤처지지 않게 중앙 정치 활동량을 늘리는 차원으로 분석됐다.

그도 그럴 것이 한동안 원 지사는 기회를 엿보기만 할 뿐 최대한 몸을 사려왔다. 방송 출연 횟수도 많지 않았고, 가끔 시사 프로에 나올 때는 민감한 현안에 관한 이야기는 가급적 자제했다. 대권 도전에 대해선 "언젠간 출마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아직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견지하면서 도정에만 전념해왔다. 그러나 대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원 지사는 중앙 무대와 지나치게 멀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듯 제주를 벗어나 각종 자리에 참석을 예고했다. 존재감을 키우려는 것이다.

그러나 원 지사는 예상치 못한 암초와 마주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제18호 태풍 '차파' 때문이다. 원 지사측은 5일 기자단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당초 6일 예정됐던 원 지사의 관훈클럽 토론회가 제주도에 닥친 태풍 '차바'의 수습을 위해 오는 19일로 불가피하게 연기됐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5일부터 예정됐던 주요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침수 현장을 점검하고 피해 농가의 어려움을 청취하는 등 현장 행보를 펼치게 됐다.

당초 관훈 토론회에선 원 지사를 두고 자치 행정 업적 등을 검증함과 함께 정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과 앞으로의 정치 행보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예상됐다. 원 지사의 대선 청사진을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였다. 특히 '스마트 국가 건설'을 내걸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원 지사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신중함을 추구하는 원 지사의 성격상 전격 출마 선언과 같은 돌발 발언을 할 가능성은 많지 않았으나 국민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꽉 막힌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한 원 지사만의 콘텐츠에 관심이 쏠려졌다.

그러나 태풍이라는 뜻 하지 않은 악재를 만난 원 지사는 자신의 얘기를 할 기회를 놓쳐 버린 셈이 됐다. 19일 다시 열린다 하지만 다른 주자들에 비해 출발이 늦고 있는 원 지사가 또 한 번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가질만 하다는 게 주위의 시선이다.

원 지사가 타이밍을 놓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초 그는 지난달 창원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계획했고 22일부터 이틀 간 청계천에서 '이것이 제주다'를 주제로 열리는 제주 홍보 행사도 준비했다. 그러나 그에 앞선 17일 제주도의 한 성당에서 중국인 관광객 첸모(50) 씨가 새벽기도를 하던 중년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대부분의 대외 일정을 취소해야만 했다.

원 지사는 22일부터 이틀 간 진행된 제주 홍보 행사에 참석하긴 했지만 앞선 사고로 인해 그 반향은 적었다. 결국 원 지사는 한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두 개의 악재와 마주하며 두 번이나 자신의 계획을 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조급해하거나 아쉬워하는 기색을 나타내는 대신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봐서도 중앙 무대에 얼굴 한 번 드러내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 현장에서 도민을 돌보는 것이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하는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원 지사측 한 관계자는 6일 '데일리안'에 "불의의 일로 일정이 변경된 것에 아쉬운 마음은 전혀 없다"며 "가장 중요한 건 도민을 포함한 우리 국민의 안전이기 때문에 도지사로서 최선을 다 하는게 훨씬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언론에 아무리 많이 노출되더라도 안전을 놓치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신뢰 받고 실천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선거를 앞두고 캠프를 꾸리거나 세력을 넓히는 것은 언제든 준비할 수 있는 것"이라며 "관훈 토론회 이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주도 피해 수습을 먼저하고 차차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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