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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사교육은 마약', 또다른 이슈 파이팅


입력 2016.10.18 16:26 수정 2016.10.18 16:59        문대현 기자

"사교육 점차 없애 계층간 위화감 해소해야"vs"당위성만 앞세운 주장은 국정연구 부족탓"…전문가들도 의견 갈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초청 관훈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이번엔 사교육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교육은 마약"이라고까지 한 남 지사를 향해 찬성과 반대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남 지사는 18일 자신의 SNS에 "학원들은 사교육 없이는 내 자식이 경쟁에 뒤처진다는 공포감을 조성한다. 알면서도 헤어날 수 없는 굴레"라며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고, 그 주된 이유가 과도한 학업 부담이다. 우리 아이들을 고통으로 몰고 가는 사교육은 그래서 마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교육에는 너무 많은 돈이 든다. 두 자녀 학원비에 100만원은 기본이지만 그렇다고 쓴 만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게 보장되지도 않는다"며 "사교육비로 가난해지는 에듀푸어가 늘어나고 있고 에듀푸어는 곧 노후 대책 없는 실버푸어로 이어진다. 가정과 나라경제를 망하게 하는 사교육은 그래서 마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교육은 법과 권력으로도 막지 못 했다. 오직 국민의 뜻과 힘으로만 철폐할 수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만 끊을 수 있는 사교육은 그래서 마약"이라고 주장했다.

사교육 철폐론은 남 지사의 대선 어젠다로 볼 수 있다. 그는 앞서 수도이전과 모병제 도입, 핵무장 준비론 및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여론몰이를 한 바 있다. 남 지사가 제기했던 문제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민감한 내용으로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사교육 폐지'를 두고도 활발한 찬반 논쟁이 예상된다.

'데일리안'은 본격적인 논쟁이 일어나기 앞서 다양한 직군을 가진 국민 다수를 대상으로 남 지사의 '사교육 철폐론'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찬성 측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 친구 사귀러 간다던데"

남 지사의 의견에 찬성하는 쪽은 입시 위주의 과열된 교육 제도를 근거로 들며 사교육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교육의 목적이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북 군산에 거주하는 30대 노모 씨는 "우리나라는 너무 입시 위주의 교육이다. 단지 수능 시험을 위한 공부에도 말도 안 되게 비싼 금액이 든다"며 "진짜 배우고 싶은 사람이 추가 학습을 하기 위한 사교육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주변에서 사교육을 다 하니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는 형국"이라고 사교육을 비판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50대 강모 씨도 "안 그래도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이 자녀 교육비로 많은 금액을 지출해야 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돈 있는 집 자녀들과 돈 없는 집 자녀들이 공평한 선상에서 경쟁을 펼치기 위해선 사교육을 없애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50대 최모 씨는 "요즘에는 사교육의 종류도 너무 다양해져서 정규 교과과목 뿐 아니라 예체능 관련 학원까지 보내야 한다"며 "잘 사는 사람은 상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활이 너무 힘들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꼴"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거주 30대 이모 씨 역시 "현재 사교육은 지나친 면이 있다. 불필요하다"며 "주변 젊은 부모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학원에 가는 것이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를 사귀려는 목적도 있다고 한다. 또래 아이들이 모두 학원에 가니까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사교육의 목적이 변질됐음을 꼬집었다.

이어 "지금 당장 그렇게 되긴 어렵겠지만 향후 사교육을 법으로 철저히 규제하여 이를 어기는 사람들은 처벌을 해서라도 사교육은 없애야 한다"고 수위를 높였다.

반대 측 "사교육 철폐 논하기 전에 공교육 향상부터"

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사교육을 없애야 한다며 남 지사의 의견에 호응을 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사교육이 과도하다는 것에는 인정을 하지만 사교육을 없애기 전에 공교육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프리랜서 20대 정모 씨는 "일반화할 순 없지만 내가 본 학교 교사들의 경우 직업에 대한 안정이 있다 보니 일에 열성을 다 하기 보다 어떻게든 버텨 정년만 채우자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학생들은 더 배우고 싶어하는데 학교 과목은 한정돼 있고 한 반에 학생들도 2,30명이나 돼 개인 맞춤형 교육이 부족하다. 그래서 사교육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사교육을 찬성했다.

과외교사로 근무하는 30대 한모 씨는 "사교육이 마약이라면 공교육을 제대로 하는 게 먼저 아닌가"라며 "남 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은 과연 사교육 없이 그 자리에 올랐겠나. 그들의 자녀 또한 사교육을 받고 있을텐데 그런 말을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의견은 공교육을 맡은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경남 양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 중인 문모 씨는 "국가고시가 출세와 신분 상승의 수단이 된 오늘날 국민들이 자녀의 교육에 투자하려는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사교육을) 마약이라며 없애자는 극단적인 처방보다는 공교육을 개선하는 대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며 "서열화된 대학 입시뿐 아니라 특목고, 자사고 등 고교 교육제도에 먼저 손을 대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서울에서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도 "가계 소득 대비 사교육비 지출이 너무 높다. 이를 줄이기 위해선 사교육을 없애는 것보단 공교육의 질적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공교육 수준을 높일지를 연구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20대 성모 씨는 "현 교육체제가 계속된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대학 입시에 대한 인식이 변화가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사교육을 철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며 "만약에 법적으로 사교육을 금지시키면 학원업계에서 반발도 심할 것이고 학원 대신 몰래 고액 과외가 성행해 오히려 교육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분히 현실 가능성 있다" vs "포퓰리즘이다" 엇갈리는 전문가 의견

국민들의 의견이 팽팽히 엇갈린 가운데 전문가들도 이 문제를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봤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 수준을 결정한다며 남 지사의 의견에 동의한 쪽이 있는 반면 수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일이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 쪽도 있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교육 철폐는 좋은 일이다. 사교육 때문에 계층 간 위화감이 조성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은 상황"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교육을 점차 완화시켜 없애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물론 그렇게 될 경우 학원업계 등 관련 시장의 타격이 생길 수 밖에 없지만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러나 국영수가 아닌 재능 개발 측면에서는 조금 열어둘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남 지사가 추진한다고 해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순 없을 것"이라며 "그가 말한 것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최종적으로 폐지하자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충분히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남 지사의 최근 행보를 보면 포퓰리즘성이 좀 강한 것 같다"며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엄 소장은 "모병제나 사교육 철폐 등 모두 방향은 옳지만 수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국민의식이나 사회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이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엄 소장은 "당위성만 갖고 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국정 운영에 대한 연구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은 사교육 철폐를 논하기 전에 사교육 없이도 대학에 갈 수 있고, 대학에 가지 않고서도 취업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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