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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끝 예산안 정국 시작 '열쇠' 쥔 인물은 누구?


입력 2016.10.19 06:41 수정 2016.10.19 11:09        이슬기 기자

예산부수법안 지정 권한 가진 국회의장, 예산안 심사 주관하는 예결특위위원장

지난달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원식에서 국민의례가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예산 전쟁’의 막이 오르고 있다. 여야 간 주도권 싸움으로 파행을 거듭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되자, 이제 여의도 시계는 2017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인 12월 2일에 맞춰졌다. 동시에 예산안 정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산정국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국회의장의 ‘세입예산 부수법안’ 지정 여부다. 세입예산 부수법안이란 국회를 통과한 (세입)예산안을 정부가 실제로 집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관련 법안들을 뜻한다. 정부는 매년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세입예산 부수법안을 함께 제출해 국회 심의를 받는다. 특히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세입예산 부수법안들은 11월 30일까지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해도 12월2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될 수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여야 간 최대 쟁점은 법인세·소득세와 누리과정 예산으로 예상된다. 더민주는 현재 당 차원에서 ‘법인세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과표 500억 원 초과 법인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는 법인세법 개정안과 △과표 5억 원 초과 구간에 소득세율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 41%를 매기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반면 새누리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모두 인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누리과정 예산의 경우, 약 4조원 규모의 예산 부담 주체를 정부와 시·도교육청 중 어디로 하느냐를 놓고 여야가 수년째 대립해 왔다. 당초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감이 편성하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에서 배정하도록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교육청이 이를 거부하자 정부는 지난 8월 누리과정 예산을 아예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에서 떼어내 별도로 내려보내는 방안을 제시하며 교육청을 압박했다. 그러자 야당은 현재 누리과정 예산을 제외하더라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부족하다며 교부금 증액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내국세(관세를 제외한 모든 세금) 총액의 20.27%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무작정 늘릴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양측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국회의장이 ‘키맨’으로 지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법 제85조 3항에 따르면, 의장은 세입예산 부수법안 중 동일한 제명의 법률안이 둘 이상일 경우에는 소관 상임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일부 법률안만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즉, 국회의장 직권으로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법안은 여야 합의가 안 돼도 12월2일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처리 대상이 된다. 2014년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도 야당이 반대한 담뱃값 인상안을 같은 방식으로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특히 정 의장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에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공식 회의석상에서 “국회의장이 여야 간 논란이 있는 법인세법 개정안 등에 대해 예산 부수법안 지정을 시사한 점을 상당히 우려한다”며 “중립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로 여야 대치가 극심했던 당시, 새누리당이 정 의장 사퇴 촉구와 고발까지 거론하며 ‘흠집 내기’에 열을 올렸던 것도 법인세 예산 처리를 막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당적이 없는 정 의장 입장에선 이 문제가 여야 간 정치적 이슈로 불거지는 상황 자체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당초 예산 부수법안 지정 시나리오가 국회의장이 아닌 더민주 내부에서 먼저 제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정 기한까지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해 국회의장이 ‘국회법에 따라’ 예산 부수법안을 지정할 경우, 새누리당으로부터 ‘중립의무 위반’이라는 공격을 받게 된다.

더민주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보면 의장이 키를 쥐고 있는 게 맞지만, 솔직히 야당이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라며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운전대를 좀 잡고 일단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먼저이지,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의장의 예산 부수법안지정을 말하는 건 사실 의장 뒤에 숨는 것 아닌가. 여도 야도 서로 책임을 뒤로 빼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김현미 예결특위위원장이 예산안 심사 과정을 주관하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소속 정당인 더민주가 법인세 정상화와 누리과정 예산안 중앙정부 부담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 절차에서 예결위원장에겐 특권이라 할 만한 게 부여된 것은 없다. 야당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일정액을 감액하고 그 범위 내에서 증액을 한다 해도, 정부 동의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른바 ‘밀실 회의’라 불리는 소소위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더민주·국민의당 예결위 간사와 기재부 제2차관, 예산실장 등으로 구성된 소소위에선 3당과 정부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예결위원장의 역할인 만큼, 소속 당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전력’을 고려할 때 여당에선 벌써부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추경예산안 심의 당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협상 문제에 부딪쳐 증인 협상이 파행으로 치닫자, 추경예산 심의를 아예 중단시킨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에선 “그 양반 보통 사람이 아니다. 앞으로 예산 (여당에게) 어렵겠다”는 평가도 나왔다.

예결특위는 오는 25일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26∼28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상대로 한 종합정책질의, 10월31일∼11월3일 경제·비경제 부별 심사를 거쳐 11월30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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