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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인선 또 연기, 속사정은?


입력 2016.10.30 05:46 수정 2016.10.30 05:47        전형민 기자

갑작스런 '김병준 카드'에 '안철수 스킨쉽 부족' 성토

안철수 측 "전략상 어쩔 수 없어…일주일 간 스킨쉽 전력할 것"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이 지난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갑작스런 '김병준 카드'에 '안철수 스킨쉽 부족' 성토
안철수 측 "전략상 어쩔 수 없어…일주일 간 스킨쉽 전력할 것"


국민의당이 28일 예정했던 비상대책위원장 교체에 또 다시 실패했다. 한때 사그러들었던 '외부인사' 카드로 김병준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거론됐지만 당내 상당수 의원들이 결정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사전 상의 없이 뒤늦게 '김병준 카드'를 꺼내든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 아침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나눴지만 우리가 다시 한 번 소통의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11월7일 아침에 의원총회를 열고 이날 오전 9시에는 어떻게 되든 결정한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국민의당은 지난 9일 박지원 원내대표가 겸직하고 있는 비대위원장을 교체하려고 했으나 '호남중진론'과 '비례초선론'의 대립 등을 이유로 28일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어제 아침 안철수 전 대표가 제게 '김병준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 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고, 어제 하룻동안 의원들을 설득을 했으나 중진 의원들이 중진 의원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려 제게 통보해줬다"며 예정된 비대위원장 인선이 이뤄지지 못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한 "저는 사실 합의가 안 되면 원칙대로 표결처리라도 해서 끝마치려고 했지만 비대위원회의 역시 좀더 소통의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대위원장 인선 보류와는 별개로 의원들 사이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의 '김병준 카드'를 놓고 '독단에 가까운 결정'이라며 성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에 따라 과거 비대위원장을 둘러싸고 '호남 중진' vs '초선 비례'로 의견차를 보이던 당은 '안철수계' vs '비안철수계'로 2차 분화 조짐을 보인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은 '김병준 비대위원장 영입'에 '찬성'과 '보류'로 나뉘어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 측은 '한 명의 인재라도 더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고, 보류하자는 측은 '내부 시스템을 무시한 갑작스런 인사'라며 맞섰다. 그러나 양측은 김병준 전 장관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안철수 전 대표의 갑작스런 '김병준 카드 제시'를 이구동성 문제점으로 지적해 안 전 대표의 리더십을 도마에 올렸다.

김병준 전 대통령 정책실장이 지난 5월26일 열린국민의당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호남 출신 중진 A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인선이 다음달 7일로 미뤄진 것과 관련 "엉뚱한 결정을 하는 것보다는 잘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김병준 전 장관 개인에 대한 판단을 떠나서 당에서 그동안 새벽·저녁으로 의총을 하고 박지원 비대위원장 주재로 초선·중진 미팅 등을 해왔는데 그런 과정을 싸그리 무시하고 쌩뚱맞은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냐"면서 "정작 안철수 전 대표는 그런 자리에 한번 제대로 참석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B의원은 안 전 대표의 '독단'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문제 삼았다. 그는 "의원들 다수가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은 생각치도 않고 외부사람을 자꾸 끌어들이려하느냐"면서 답답해했다. 그는 "만약 외부 인사가 필요했다면 우리가 토론하던 자리에서 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서 컨센서스(의견일치, 합의)를 만들어야했다"며 "토론하는 자리에는 참석도 안하고 자기 혼자 그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안철수계'로 알려진 초선 C의원은 "김병준 전 장관이 함께해서 한 명이라도 더 참신한 인물이 수혈되는 모습은 좋을 것 같다"면서 김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영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쉽게 갈 길을 돌아가는 안 전 대표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안 전 대표의 '방식'을 문제삼았다.

C의원은 이어 "반대한 중진 의원들 말씀 틀린 게 별로 없다. 안 전 대표가 (김병준 전 장관을) 늦게 데려오게 됐으면 이 문제로 목소리를 내는 중진 의원들께 먼저 좀 간곡하게 양해를 구하는 '스킨쉽'이 필요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고 한다"면서 "안 전 대표가 (김 전 장관으로) 비대위원장을 하자고 강하게 요구하면 그 분들이야 결국엔 따르시겠지만, 마음 속에 앙금이 남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안철수계'로 알려진 초선 D의원도 "절차상으로는 안 전 대표님의 설득작업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가 의총을 통해 외부 영입이 최선이나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전제하에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중지(衆志)를 모았던 것"이라며 "외부 영입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D의원은 이어 "오늘 결정을 내리지 않고 좀더 논의를 하기로 한 점은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한 주간 시간이 주어진 만큼 우리가 이 문제를 잘 조정해나가면 오히려 대화를 통해 화합하는 당의 모습과 함께 앞으로의 문제해결에서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당내 이같은 분위기에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스킨쉽에서 아쉬웠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 측근은 "미리 언론에 나가면 영입 당사자가 부담스러워서 될 일도 안될 수 있다"면서 "러브콜을 했는데 오지 않았을 경우 당에 가해지는 부담과 부정적 이미지도 고려해야했다"고 털어놨다.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 부족했던 점도 언급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이 이틀 전 전격적으로 결정해 이미 안 전 대표의 지방일정이 잡힌 상황에서 이동하며 전화로 의원들께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만큼 당내 화합과 공감대를 위해 의견을 모으고, 구성원과의 스킨쉽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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