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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총리 내정에도 소감 발표 미룬 속사정은?


입력 2016.11.02 17:14 수정 2016.11.03 10:59        고수정 기자

"사흘 전(30일) 총리직 제안받았다"면서 '입장 발표' 내일로 미뤄

여론 악화·여야 반발 기류에 수락 여부 고민 중이란 분석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국무총리 내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국무총리 내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사흘 전(30일) 총리직 제안받았다"면서 '입장 발표' 내일로 미뤄
여론 악화·여야 반발 기류에 수락 여부 고민 중이란 분석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2일 돌연 소감 발표를 연기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반발 기류가 일자 총리 수락 여부 자체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책임총리’의 역할과 권한 범위 두고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가 조율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후 소감 발표 기자회견을 두 차례나 변경했다. 당초 오후 2시에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오후 3시로 변경됐다가 오후 2시 30분으로 재조정됐다. 이 와중에 취재진 사이에서는 김 내정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 등 혼란이 계속되자 “‘잠수’를 탄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

김 내정자는 예정시간보다 5분 늦은 2시 35분께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소감을 준비해 말씀드린다기보다 많은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려(한다)”며 “오늘 하루 학교에 있으면서 이런 저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내일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의 시간이 여러 차례 변경된 것에 대해선 “오후 2시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역시 정국이 빨리 변하니깐 많은 분이 의견을 주셨다”며 “결례가 되지만 하루 연기했다가 내일 아침 오전이나 오후에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총리직 제안은 사흘 전(30일)에 이뤄졌다고 했다.

총리 내정자가 발표 당일 소감을 밝히지 않고 유보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가 여론의 추이를 살폈다가 부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자 결국 총리직을 고심하게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야당에서는 김 내정자가 노무현 정권 당시 정책실장을 맡은 ‘야권 인사’임에 총리 지명 과정을 놓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열고 개각 철회 및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여당에서도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국회와의 협조를 거치지 않은 개각’이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총리는 국회법에 따라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만 임명 절차가 완료되는 만큼, 여야의 반발 기류는 김 내정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반대할 경우 김 내정자의 위치는 ‘국무총리 서리(署理)’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김대중 정권 당시에도 첫 총리인 당시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도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해 몇 개월 간 ‘서리’로 지낸 바 있다.

총리실이 황교안 총리의 이임식을 같은 날 오후 1시에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기로 했다가 취소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정운영 공백이 한시라도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일단 오늘 이임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총리직을 제안 받은 시점이 사흘 전(30일)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 내정자가 박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당시에는 여론이 조만간 호전될 것으로 예측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김 내정자는 ‘정무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일주일 전과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박 대통령이 사과함과 동시에 총리 지명을 추진했을 것”이라며 “김 내정자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내정자가 훌륭한가, 훌륭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9% 지지율의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라는 것이 문제”라며 “여야가 지명했으면 국민도 받아들일 텐데, 청와대가 지명한다면 총리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김 내정자가 이를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가 ‘책임총리’의 역할과 권한 범위 두고 조율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소감 발표를 연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김 내정자는 이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인인 고(故) 이상달 정강중기 회장과의 친분을 묻는 질문에 “우 전 수석은 잘 모르고 장인인 이 회장은 제 고향(경북 고령) 향우회 회장이었다”라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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