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현 정부 비판해온 김병준…총리된후엔?
평소 현정부 정책기조 비판…기자회견서도 기존 입장 재확인
경제·사회 분야 전담에 "대통령 동의 얻었다고 본다"지만…
평소 주장 통해 정부기조 비판…기자회견서도 입장 명확
경제·사회 분야 전담에 "대통령 동의 얻었다고 본다"지만...
"제 생각에는 아주 변화가 없습니다. 교과서 국정화가 과연 우리 사회에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제·사회 정책 분야 등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에게 맡겨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이른바 '책임 총리'로 취임할 경우 현 정부 정책기조에 일대 전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 후보자가 그동안 언론에 고정적으로 기고한 글이나 평소 주장 등을 고려할 때 박근혜 정부와는 상충하는 주장을 펼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 누리과정, 세월호 등 민감한 현안마다 엇박자였다.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김 후보자는 자신의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제 생각엔 변화가 없습니다. 물론 대통령께서 아직도 완전히 유고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서명 권한도 있고 하지만 경제,사회정책에 대한 복안은 저한테 맡긴다는 (말씀이 있으셨다)"고 했다. 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정교과서 문제와 관련해선 "국정교과서라는 게 우리 사회에 합당하고 지속할 수 있는가에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가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밝힌 입장을 보면 현 정부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김 후보자는 국정교과서 도입을 적극 반대한다. 지난 10월 22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국정화, 지금이라도 회군하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교과서를 국정으로 획일화해 강제하기보다는 현실이라는 또 다른 교과서를 잘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의 국정교과서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다만 기존 검정교과서에 '좌편향' 요소가 있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는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 누리과정 정책과 관련해서도 1월 20일 '주간동아' 칼럼에서 "지방정부가 떠안게 될 재정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될지 설명도, 상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법이니 따르라고 강압하는 꼴"이라며 정부가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선 희생자 부모와 국민 감정을 고려해서라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현 정부와 배치된다. 백남기 씨의 사망과 관련해서도 "문제는 병원도 의사도 아니다. 부검까지 운운하며 책임을 피해 보겠다는 경찰이 문제고, 행정편의주의가 사라지지 않은 사망진단서가 문제다"라며 "정부가 왜 존재하는지 다시 묻고 싶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지난 9월 20일 '이투데이' 칼럼에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도, 경제와 산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읽을 수가 없다. 오히려 주택담보대출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을 완화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등 집값을 올리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가계부채 대책을 내면서 주택공급물량을 줄이겠다고 해 집값 상승을 자극하기도 했다"며 "성장률이 떨어질 때면 해왔던 짓, 부동산을 부추겨 성장률을 올리는 짓을 하려는 것이다. 하지 마라. 결국은 지속성장의 발목을 잡을 야비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그는 박근혜 정부 자체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김 후보자는 지난 9월 6일 '이투데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정부에서 책임의식을 가진 사람도,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부처도 보기 어렵다"며 "그러니 늘 늑장대응에 무책임한 결정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에 대한 고민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이를테면 사드 문제에는 군사적 논리만, 가계부채 문제에도 금융 논리만 횡행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병준 내각' 출범한다면 청와대와 충돌 불가피?
민감한 현안마다 대척점에 서 있는 박 대통령과 김 후보자는 이제 국정 동반자로서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이다. 현안에 대해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밝혀온 '김병준 총리 체제'에서 관건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어디까지 내려놓을 것인가에 달렸다. 책임총리는 국무위원 제청권을 비롯해 헌법상 총리에게 부여된 권리와 역할을 보장하고 정책 주도권을 주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가 양도 받아 막강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박 대통령이 권력을 얼마나 이양할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거국중립내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책임총리를 선택한 것은 여전히 국정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가 배어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와 박 대통령이 사회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편차가 큰 것은 사실이다"며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보여온 모습으로 봐선 실질적으로 책임총리제가 구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책임총리의 권한에 대한 시각차가 나타난 부분에 대해서도 "출발할 때는 내치 전담이라고 했다가 오늘 간담회에서는 경제사회로 분야를 좁히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경제부총리 인사권을 신임 총리에게 넘기지 않고 본인이 임명한 상황인데 책임총리제가 구현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한 뒤 "김 후보자가 아무리 강경하게 입장을 편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경제정책 조정권을 직접 쥔 상황에서 무력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관적인 예측을 내놨다. 반면 또다른 관계자는 "김 후보자라면 본인의 색깔대로 국정을 운영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힘이 어느 정도 빠진 상태라 현 정부의 정책이 뒤집힐 수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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