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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트럼프 당선 '아전인수' 격 해석


입력 2016.11.09 18:46 수정 2016.11.09 19:07        전형민 기자

미 대선의 키워드, '변화와 혁신' 꼽아…각론은 제각각

박지원 "미국은 대형항모, 급변 상황 없을 것"

미국 대선 결과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는 대이변을 연출할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미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외교·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향 당정협의회'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야3당 대표 회동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것과 관련 국내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내 각 분야에 미칠 영향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각 당은 예상치 못한 트럼프의 당선에 당황하면서도 대체로 '변화와 혁신'을 이번 미 대선의 키워드로 꼽았다. 그러나 각론에선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해석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9일 오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즉각 이석준 국무조정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 한민국 국방부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국회로 불러 당정협의를 개최했다. 당에서는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이진복·이현재·최교일·추경호·김정재·박명재·김영우·김상훈·경대수·백승주·이철규·정태옥·김종석 의원이 참석했다.

새누리 "경제가 유권자 마음 움직여"

이 자리에서 정부여당은 트럼프의 승리 요인으로 '경제'를 꼽으며 우리나라 '안보'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트럼프가 저명하고 성공한 기업가인 점을 들어 미국민의 경제에 대한 기대가 이번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모두에서 "미국의 대통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에게 축하인사를 먼저 건넨다"면서도 "신고립주의로 간다면 세계질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안보 분야에서 이익보다 피해 손실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최소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승리에 대해 "역시 선거는 경제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다"면서 "먹고 사는 문제가 성추문을 이겼고, 미국 국민은 트럼프의 막말을 자신들의 실업과 빈곤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정부 측을 대표해서 모두발언한 윤병세 장관도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한미동맹과 북핵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공통된 입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며 안보 문제를 언급했다. 윤 장관은 "차기 미국 행정부도 (대북) 압박 기조는 기본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는 (트럼프) 인수팀의 외교안보팀과 협의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민주 "대이변, 기성정치에 대한 경고"

정부여당과 달리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외의 인물이 당선됐다', '황망한 상황'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요구로 봤다.

더민주는 이날 미 대선 결과 발표 직후 고위전략회의를 열었다. 박경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미 대선 결과는 정치권에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트럼프의 당선을 '대이변'으로 규정하며 "기성 정치권이 결코 과거에 매몰되거나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신고립주의'를 표방해왔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세계 경제 및 안보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사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전화위복 계기될 것, 문제는 박 대통령"

반면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날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즉각 '미국 대선결과와 우리의 대응방안'이라는 제하로 의원들을 소집한 국민의당은 '다소 의외의 결과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전제한 뒤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을 승리요인으로 꼽았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온도차는 있을지언정 급변이나 우경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처럼 가벼운 배는 턴이 쉬워도 미국은 대형 항공모함이라 굉장히 서서히 움직이니까 급변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의 당선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다"며 "차라리 우리의 대미의존도, 미국의 간섭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고 중국과의 외교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그는 "이번 트럼프의 당선으로 우리 국내정치 문제로 우리 국민은 피로하고 불안한데 피상적으로 불안한 생각 가질 것"이라며 "문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자신들의 문제를 풀 수 없는 기존 (정치·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지지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 4·13 총선에서 당의 전략본부장으로 국민의당 돌풍을 이끌어낸 이 의원은 이번 미 대선에서도 "거대한 숨은 유권자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기존의 낡은 정치구조에 실망감을 가진 국민과 대한민국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의원도 "야당이라고 해도, 진보라고 해도 일반 국민과 동떨어져서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정치에 대한 거부감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욕구가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정의당 "기존 질서에 대한 경종"

정의당도 트럼프의 승리를 "기존질서에 대한 경종"이라며 "다수의 미국 국민은 기득권에 안주했던 힐러리 후보에 불신과 실망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창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앞으로 미국의 대선 결과는 세계 경제와 외교안보 측면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변인은 "정의당은 박근혜 정권의 헌정유린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외우내환'의 우려를 낳지 않도록 정치권과 관계기관의 철저하고 합리적인 대비를 주문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미국의 변화를 하야 국면 전환용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를 경계하며, 변화 상황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외에서 신뢰를 상실한 박근혜 대통령의 조속한 하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기간동안 극단적 보호무역 조치를 시사해왔고, 다소 강경한 우파적 견해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대화된 우리나라는 당장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장(場)이 마감된 코스닥은 장중 1931선까지 추락하다 전날보다 45.00p 떨어진 1958.38로 거래를 마쳤고, 원/달러 환율도 14.5원 오른 1149.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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