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전혀 '긴급'하지 않았던 긴급현안질의


입력 2016.11.11 18:28 수정 2016.11.11 18:45        전형민 기자

재적 의원 6분의 1만 자리지키고 정부 측 무성의한 태도 일관

1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재적 의원 6분의 1만 자리지키고 정부 측 무성의한 태도 일관

국회는 11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정부를 상대로 긴급현안질의를 벌였다. 이날 질의에는 더불어민주당 8명, 국민의당 3명, 정의당 1명 등 총 12명의 의원이 질의자로 나섰다.

그러나 '매우 저조한' 의원들 출석율, 무성의한 정부측 답변, 여당의 '사실상 불참'으로 '국회의원 20인 이상이 찬성해 회기 중 현안이 되고 있는 중요한 사항을 대상으로 질문하는 것'이라는 '긴급현안질의'의 이름이 무색케 됐다. 정부와 여당 측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12일 '촛불 집회'에서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볼 일이다.

이날 현안질의 중 본회의장에 의원이 가장 적었던 때는 중식 직후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 때였다. 전체 12명 중 11번째인 김 의원의 질의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국회의원 300명중 불과 40여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특히 이날 12명의 질의자 중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새누리당은 단 4명의 의원만 자리를 지켰다. 김 의원의 소속정당인 국민의당은 11명, 제1야당인 더민주는 33명이었고 정의당은 1명이었다.

김 의원의 다음 질의자이자 마지막 주자였던 이재정 더민주 의원의 질의에는 본회의장에 보이지 않았던 의원들이 자리를 채웠다. 최종적으로 이 의원의 질의가 끝나 정세균 국회의장이 폐회를 선언할 당시엔 대략 50여명의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체 재적수의 6분의 1 수준이다.

저조한 출석율 때문이었을까. 정부 측의 도를 넘은 불성실한 답변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질의는 말그대로 '질의'만 있었고 '답'은 없었다. 질의에 참석한 정부측 인사들은 불성실한 답변은 물론이고 때론 의원을 노려보거나 오히려 호통을 치는 등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국무위원들이 가장 많이 한 답변은 "현재 수사 중인 상황에서 답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와 "제가 잘 알지 못합니다"였다.

1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전 질의에서 포문을 연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김현웅 법무부장관을 불러 입수한 대포폰을 꺼내보이며 "이것이 최순실씨의 아바타 장시호씨가 사용했던 6개의 대포폰인데 대통령께도 드렸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고 김 장관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대꾸했다. 세간에서 회자되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는 "대통령의 일정이란 게 보안사항이기 때문에 공표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최순실 씨를 인천공항에서 체포하지 않은 이유', '핵심인물로 지목된 장시호 씨의 현재 위치', '최순실 씨 딸인 정유라 씨의 현 위치' 등 이어진 안 의원의 질문에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독자적으로 검찰이 수사 중이고 신병확보가 필요하다면 확보할 것", "제가 알지 못하지만 검찰이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급기야 안 의원은 "도대체 법무부장관이 아는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했고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해 보고를 받으면 국민께서 또 제가 청와대에 보고한다고 생각하실 것 아니냐"면서 따로 보고를 받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장관께서 오늘 답변하시는 내용은 전부 똑같기 때문에 제가 그냥 제 할 말을 하겠다. 대신 제가 이 자리에서 드리는 말씀은 전체 검찰 조직이 들으라는 뜻이니 잘 들어달라"며 장관을 세워놓고 아예 일장연설을 하기도 했다. 장관과의 실랑이나 의미 없는 시간끌기식 답변에 질의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한술 더 떴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황 총리에게 '당시 수사가 잘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송영길 의원의 질문에 황 총리는 "의혹이 제기되고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수사를 하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송 의원은 "그렇다면 어버이연합은 고소가 들어왔는데도 왜 수사를 하지 않느냐"며 "총리는 지금 잘했다는 것인가. 왜 그렇게 뻔뻔하시느냐"고 다그쳤다.

이후 비슷한 내용의 실랑이가 지속되자 결국 송 의원은 결국 "총리는 월급을 왜 받느냐. 맨날 모른다고하면 부끄럽지 않느냐. 그러려고 총리했나 자괴감을 느끼지 않으시냐"며 힐난했고 이에 황 총리는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라며 송 의원을 노려봤다.

황교안 총리는 이후 박영선 의원이 "황 총리가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특수수사본부에 윤갑근 검사 이 사람 한 명만 넣어달라고 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말하자 매우 흥분하면서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말씀을 정정하셔야합니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어 박 의원을 향해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이름을 대세요!"라며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기도 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열린 국회 본회의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이 의원은 황교안 총리의 발언 태도와 관련해 질책하며 그간의 발언들이 기록된 문서를 황 총리에게 전달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가 1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국무위원석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문중에 전달한 오방색 끈을 만져보고 있다. 이 의원이 황 총리에게 전달한 오방색 끈과 우주의 기운을 설명하는 오방무늬 달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 12월에 제작해 각 의원실에 배포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 총리의 국회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마지막 질의자였던 이재정 의원의 질의에서 극에 달했다. 이 의원이 질의에 앞서 모두 발언에서 "세간에는 통진당이 해산된 것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을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라는 이정희 대표의 발언을 괘씸하게 여긴 우리 '최순실 언니'의 작품이라는 소리도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이 의원은 다른 내용의 질문을 했지만 답변석으로 나온 황 총리는 이 의원의 질문을 무시한 채 통진당의 해산과 관련해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 의원이 "묻는 질문에 답변해주세요"라고 몇 번 이야기했지만 황 총리는 계속 통진당과 관련한 이야기만을 반복하려 했다. 결국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다가가 항의했고 정세균 의장이 "총리께서는 적절하게 잘 처신해주시기 바란다"고 주의를 줬다. 그럼에도 황 총리는 "너무 사실과 달라서 하는 말입니다!"라며 끝까지 제 할 말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의원은 황 총리에게 "제가 이 자리에 관료들께 갑질을 하려고 나와 있는 게 아니다. 언성을 높일 수도 힐난할 수도 있다. 국민의 대표로서 나와 있기 때문이다"라며 "언짢더라도 다른 곳 가서 해소하시라. 저를 노려보거나 거만하게 답변하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총리는 이 의원을 노려보며 "지금 이게 뭐하는 겁니까!"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그동안 질의에서 법조인인 황 총리가 의원들의 질문에 '증거가 없다'고 대꾸해온 것에 대해 이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의원회관, 해외공관에 배포된 달력이다. 달력에는 오방무늬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 관료가 이것을 배포했다. 그토록 요구하던 증거"라며 오방색 끈을 답변하던 황 총리의 발언대에 주고 왔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이어 "달력에 들어간 것이 오방색 끈"이라며 "오방색 철학에는 '우주의 기운'이 있다. 어디서 들어보지 않았는가. 나는 괴물을 드는 것보다 소름이 끼친다"라고 덧붙였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전형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