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퇴진' 요구, '탄핵' 위한 수순인가?
“대통령 자진사퇴할 리 없어...결국 탄핵 정국으로”
추미애 '영수회담 헛발질'도 수습…일석이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자회견으로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헛발질’이 수습되는 형국이다. 나아가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이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공식 입장으로 내걸며 청와대 압박수위를 높임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새누리당 이탈 세력과 공조해 '탄핵' 수순에 돌입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당내 비문(비 문재인)계 일각에선 추 대표의 갑작스런 영수회담 제안 배후에 문 전 대표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그간 역풍을 우려해 취해온 애매한 입장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하면서도 △촛불집회에는 참석하는 등 수위 조절을 고심하던 상황에서, 기존의 '2선 후퇴' 당론 수준으로 청와대를 찾겠다는 추 대표의 제안에 동조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청와대와 검찰이 야당의 간판급 대선 후보인 문 전 대표에게 ‘측근 비리’ 공세를 펼칠 조짐이 보이자, 추 대표가 이를 서둘러 진압하려다가 독단적인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설도 회자했다. 그럼에도 추 대표는 지난 9월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일정을 사전 논의 없이 잡았다가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쳐 취소한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 사태 역시 개인 선에서 저질렀다가 문 전 대표조차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는 게 중론이다.
비문계로 분류되는 의원실 핵심 관계자는 “친문계에 대한 불만이야 당안에서 원래 있던 거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지금 본인 스탠스도 애매해서 언제 수위를 높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고작 ‘2선 후퇴 안하면 정권퇴진운동 돌입하겠다’는 말 하려고 청와대 간다는 추 대표한테 ‘가라’고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추 대표의 이번 결정이 김민석 전 민주당(통합 전 원외 민주당) 대표와의 상의 하에 진행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SNS에 "황당하다"고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며 "공식 당직자인 나를 가리켜 비선 운운한다면 바보이고, (국민의당이) 제1야당과 공조한다면서 없는 일을 만들어낸다면 수준 낮은 인신공격"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문 전 대표의 이번 기자회견은 △추 대표의 ‘헛발질’을 수습하는 동시에 △그간 고민해왔던 초강수 입장 선회를 발표하는 시점으로 삼되 △박 대통령이 끝까지 버틴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새누리당 비박계와의 공조 하에 탄핵 정국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통령 결국 사퇴 안해” 새누리 이탈표에 기대는 야권
물론 문 전 대표는 현재까지 탄핵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뒤 ‘탄핵도 염두에 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은 탄핵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 압도적인 민심은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다“라며 ”탄핵은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문 전 대표는 또 ”국민이 아무리 하야를 요구해도 대통령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제적으로 하야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 남는 법적 수단이 탄핵 절차다“라며 ”탄핵은 그런 단계에 가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야권이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지만, 실제 박 대통령이 하야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란 전망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두 번의 대국민담화에서 선보인 태도와 입장에 근거하면 이번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 본인이 느끼는 심각성이 크지 않고, 여론과의 괴리도 여전하다. 여기에 대통령 고정 지지층이 건재하는 한 스스로 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없다는 게 여당은 물론 청와대 다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종필 전 총리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해도 박 대통령은 거기 앉아 있을 거다. 박근혜라는 여자는 국민 전부가 청와대 앞에 모여 내려오라고 해도 절대 내려갈 사람이 아니다"라며 "하야는 죽어도 안한다. 그 고집 꺾을 사람이 하나도 없고, 고집부리면 누구도 손댈 수 없다. 절대 안 물러날 것"이라고 확언했다.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이 '대통령 사퇴'로 입장을 바꾼 이후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총리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 사퇴가 현실 가능성이 없다면, 신임 총리 임명 역시 언급할 필요가 없어서다. 당론 역시 앞서 국회 추천 총리에 전권을 위임할 것을 요구했으나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으므로 '일단 사퇴'가 우선이라며, 이후 상황은 비상시국회의에서 논의하자고만 한 상태다.
따라서 문 전 대표와 민주당으로서는 ‘하야’로 수위를 높이되, 박 대통령이 끝까지 직을 고집할 것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향후 새누리당 이탈 세력과 탄핵을 논의하는 시나리오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새누리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역대 최대 규모의 특별검사와 국정조사에 합의한 데다, 두 야당이 합의해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데 찬성한 만큼, 야권은 새누리당 내 청와대의 ‘오더’가 이전만큼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도 이날 여권의 심장부인 대구를 방문해 박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데 대해 사죄하는가 하면 “하야보다는 헌법적 탄핵 절차가 옳다”며 탄핵을 통해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 전원이 탄핵에 찬성해도 새누리당 의원 중 29명이 추가로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다만 새누리당 비박계가 이를 채워줄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주 진행됐던 긴급현안질의만 해도 비박계는 “당내 문제가 우선이다. 질의에 나섰다가 괜히 미운털 박힌다”며 단 한 명도 질의를 신청하지 않았다. 비박계 간판급 주자들 역시 보수 지지층을 외면한 채 탄핵에 적극 나서기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아울러 김 전 대표가 ‘비주류 29표'를 결집할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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