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은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의 야구인생 대부분을 함께한 두산맨으로 영원히 남는 길을 선택했다. ⓒ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가 배출한 두 명의 스타가 나란히 정든 팀과 작별을 고하게 됐다.
'마지막 OB맨' 홍성흔은 은퇴를, '베이징 영웅' 고영민은 방출됐다.
홍성흔은 1999년 두산 전신인 OB시절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 통산 18시즌 1957경기 타율 0.301, 2046안타, 208홈런, 1120타점을 올린 강타자였다. 홍성흔은 최다안타와 타점 등에서 역대 두산 베어스 선수 중 통산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6월 14일 잠실 NC전에서 우타자 최초로 2000안타를 달성, KBO리그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여러 차례 발탁돼 2000 시드니올림픽 동메달과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기여했다.
데뷔 초기 공격형 포수로 활약했던 홍성흔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부상과 수비능력의 저하로 포수로서의 경쟁력을 상실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지명타자로 변신한 이후 출중했던 타격 재능이 뒤늦게 만개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2009년에는 FA 자격을 얻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해 4시즌 활약하며 이대호-카림 가르시아 등과 리그 최강의 중심타선을 형성했다.
홍성흔은 2013년 두 번째 FA 자격을 얻고 친정팀 두산에 복귀했다. FA 대박을 터뜨린 이후 종종 슬럼프에 빠지는 선수들과 달리 매년 꾸준한 기량과 팀에 대한 헌신으로 '모범 FA의 대명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유쾌한 성격과 친화력으로 '오버맨'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쇼맨십도 뛰어나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홍성흔도 세월의 흐름은 막지 못했다. 2015시즌부터 노쇠화 조짐을 보인 홍성흔은 올 시즌 1군에서 고작 17경기 타율 0.250에 그쳤고,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두산의 내야와 외야에서 홍성흔의 자리는 더 이상 없었다.
홍성흔은 당초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두산 구단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홍성흔에게 명예로운 은퇴를 권유했다. 홍성흔은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의 야구인생 대부분을 함께한 두산맨으로 영원히 남는 길을 선택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스타였던 고영민과의 결별은 슬펐다.
홍성흔과 달리 방출 신세가 된 고영민은 앞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 연합뉴스
2002년 2차 1순위도 두산에 입단한 고영민은 2006~2008년까지 두산 내야의 핵으로 활약하며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넓은 수비범위와 독특한 플레이스타일로 ‘2익수(2루수+우익수)’, ‘고제트’같은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고영민은 국가대표로도 발탁되어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도 기여했다. 베이징올림픽 결승 쿠바전에서 9회 1사 만루 위기에서 과감한 러닝 스로우로 승리를 확정짓는 마지막 더블플레이를 성공시킨 것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러나 고영민의 전성기는 너무 짧았다. 2009년부터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고영민을 스타로 만들었던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이후에도 숱한 유망주들을 배출했고, 치고 올라오는 경쟁자들은 고영민의 자리를 위협했다. 전성기 기량을 급속도로 잃어가던 고영민에게 더 이상 두산에서 설 자리는 없었다.
고영민은 지난 2015시즌에도 FA자격을 얻었지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결국, 작년 FA 선수 중 가장 늦게 계약하며 소속팀 두산과 1+1년 계약으로 잔류했지만 2016년에도 고작 8경기에 나서 4타수 1안타 타율 0.250에 머물렀다. 두산은 사실상 고영민의 재기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남은 1년 계약 옵션을 포기하고 전력에서 제외했다.
그나마 명예로운 은퇴로 유종의 미를 거둔 선배 홍성흔과 달리 방출 신세가 된 고영민은 앞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직 30대 초반으로 비슷한 연배의 선수들이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볼 때, 고영민의 이른 쇠락은 안타깝다.
홍성흔과 고영민의 활약을 오래 전부터 지켜보고 사령해왔던 팬들에게는 세월 무상이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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