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강행 비주류에 친박 지도부가 던진 협상카드는?
"탄핵중단시 즉각사퇴, 강행시 '21일 사퇴' 철회"
당권 양보로 탄핵 불참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
"탄핵중단시 즉각사퇴,강행시 '21일 사퇴' 철회"
당권 양보로 탄핵 불참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는 30일 비주류 측이 비상시국위원회를 해체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을 중단할 경우 즉각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비주류 측이 야당 주도의 탄핵에 동참할 경우 친박계 지도부는 앞서 제시한 '12월 21일 사퇴 로드맵'을 철회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탄핵소추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비주류가 탄핵 공조체제를 재구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지도부가 어떤 의도로 '사퇴 로드맵 철회' 카드를 꺼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퇴장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비상시국회의를 오늘부로 해체하고, 당의 분열을 초래하는 탄핵을 더이상 추진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면서 "그러면 당장 오늘이라도 지도부는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콘클라베 방식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해 달라는 요구도 의총에서 내놨다. 비대위원장은 주류와 비주류가 합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당내 인사든 외부 인사든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탄핵에 들어가면 지도부는 사퇴할 수 없다"고 말한 뒤 "우리가 내건 로드맵도 거둘 것이고, 내년 1월 21일로 제시한 조기 전당대회 방침도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정현 대표는 오는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 실시를 제안하면서 1개월 전인 12월 21일을 자신의 사퇴 시점으로 공언했었다. 이에 대해 이장우 최고위원도 "공통된 의견은 아니지만 상당히 공감대가 있는 이야기"라며 조 최고위원의 주장에 동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국회로 떠넘기면서 흔들렸던 '탄핵연대'는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탄핵 정족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대오 정비에 나섰다.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사퇴 시한을 내년 4월 말로 제시할 것을 촉구하면서 친박계 측이 내세운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에 대해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거취에 대한 여야 간 협상 시한을 8일까지로 선 긋고 탄핵안 처리의 마지노선을 12월 9일로 못 박았다.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오늘 논의 결과 우리 입장은 더욱 확고해졌다"며 "우리는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한다는 입장을 확실하게 밝혔다. 탄핵 가결선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나 절대 그렇지 않다.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탄핵의결 정족수는 분명히 확보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박 대통령의 담화에 비박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을 일축한 셈이다.
야당도 박 대통령의 퇴진일정과 관련해 여당과의 협상을 거부하며 탄핵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퇴진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말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해야 된다"며 야당에 박 대통령 퇴진 협상을 시작할 것을 요구했지만, 야당은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면서 탄핵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분명히 정기국회 내에 탄핵절차를 한 이후에 정국을 수습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메시지는 얼마든지 고민할 수 있다"며 "탄핵 표결 위에 박 대통령 퇴진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그것은 말만 퇴진이지 퇴진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며 "여기서 말할 필요가 없다. 야3당 대표가 이미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한 여야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탄핵"이라고 역설했다.
관건은 내달 9일 탄핵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가결될 수 있느냐의 여부다.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과 야권성향 무소속을 합한 172명(김용태 무소속 의원 포함)은 탄핵 가결 정족수(200명)에서 28명이 모자란다. '문화일보'가 지난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직후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새누리당 내 비주류 의원 52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는 12월 9일 탄핵 투표시 찬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31명 중 19명이 찬성, 2명이 반대, 10명이 유보라고 답변했다. 이를 토대로 한다면 전체 정족수에서 9명이 모자란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한편으론 사퇴 로드맵 철회를 운운하며 비주류를 극단으로 몰아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야당에 대해 배짱을 튕기는 상황이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야3당이 박 대통령의 임기단축 등을 두고 여당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임기에 대해 이제 완전히 내려 놓기로 했다"며 "그러면 국회에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자들을 향해 "나하고 손에 장 지지기로 내기 한 번 할까요?"라고 물은 뒤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내가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가 비박계를 압박하고 나서는 것은 '일단 탄핵은 막고 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조 최고위원이 언급한 비대위원장 선출 역시 비박계에 당권을 양보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탄핵 불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탄핵 표결에서 가결됐을 경우 계파 간 전세역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친박계로선 탄핵이 부결되거나 무산돼야 당내에서 친박계가 수적 우세인 점을 감안, 내년 1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유지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로선 비박계가 12월 9일이 되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주일간 새누리당 상황이 어찌 변할지 야권으로선 속단할 수 없다"며 "현재 탄핵에 동참한 비박계 의원 중 일주일 사이 오히려 더 이탈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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