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약물 최순실 개입? 봉건시대에도 어려운??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6.12.05 14:52  수정 2016.12.07 07:44

박태환, 금지약물 투여 관련 최순실 수사 요청 '채널A' 보도

정유라 IOC위원 프로젝트설...과대망상 같아도 현실 보면 개연성

박태환 ⓒ 데일리안DB

‘수영스타’ 박태환(27)이 겪은 금지약물 복용(도핑) 파동이 구속된 최순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관련된 것이 아닌지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4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는 "박태환이 문제가 됐던 주사를 맞게 된 것이 최순실과 연관이 있는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검찰에 소환된 박태환 측은 박태환의 2016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를 놓고 사실상 협박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 전 차관과 박태환의 대화 녹취 파일을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에 제출하는 한편 박태환이 남성 호르몬 주사를 모르고 맞게 된 것이 최순실 씨와 관련이 있는지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2014년 9월 초 도핑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와 메달 박탈 등의 징계를 받았다.

박태환은 FINA의 징계가 해제된 이후 국내 대표선수 선발전에 출전해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리우올림픽 A기준기록을 통과, 국가대표로서 다시 선발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지만 도핑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국제연맹 징계 후 추가 3년간 대표선수 자격을 얻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던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발목이 잡혀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상황에 놓였다.

문제의 국가대표 선발규정은 ‘이중처벌’을 금지한 세계반도핑규약과 올림픽 헌장,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례를 모두 위배한 잘못된 규정이었으나 대한체육회는 문제의 규정을 개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배후에는 김종 전 차관이 버틴 문체부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힘겹게 출전한 뒤 성과 없이 끝난 리우올림픽 이후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며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온 박태환은 최근 아시아선수권대회 4관왕에 오르며 전성기 기량에 근접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박태환에게 금지약물 네비도(Nebido)를 투약해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병원장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박태환의 도핑이 결코 고의적인 것이 행동이 아니란 점을 확인한 판결이다.

이 판결로 인해 박태환의 명예는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도핑 문제로 박태환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나날은 온전히 보상 받을 길이 없다.

박태환 ⓒ 연합뉴스

관심을 모으는 퍼즐도 하나 또 나왔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1차 기관보고에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를 IOC 위원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의 존재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김종 전 차관이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포기시키려 협박한 이유도 정유라 씨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만들기 위해 박태환 등 명망 있는 선수들을 하나씩 제거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후 상황을 종합하면 ‘최순실 일당’이 공모해서 몰래 박태환에게 금지 약물을 투여하고, 그로 인해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하면서 박태환을 한국 스포츠계에서 잊힌 인물 내지 잊어야 할 인물로 만들려 했다는 의혹인 셈이다.

그러니까 최순실 씨와 박태환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한 병원장, 그리고 김종 전 차관 사이에 공모관계가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앞으로 검찰의 할 일로 보인다.

과연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이는 ‘봉건 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일들이 모두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머리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로 단정하기도 모호하다.

정유라 씨가 출전한 승마대회에서 정 씨에게 좋지 않은 점수를 준 심판을 경찰로 하여금 수사하게 만들고, 심판으로 활동하지도 못하게 한 것은 물론, 국내 최고의 명문 가운데 하나인 이화여대에 없던 승마 특기생 자리를 만들어 부정 입학을 시키고, 정유라 씨가 학교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학습과 과제마저 피하면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게 해 준 장본인이 바로 최순실이다.

특히 최순실이 ‘팬더’라는 별명까지 만들어 줬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진 김종 전 차관이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한국 스포츠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실제로 박태환에게도 무시무시한 협박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박태환 측의 수사의뢰를 결코 무리한 행동으로만 볼 수는 없어 보인다.

너무도 비상식적이고 이상한 일들, 그래서 결코 웬만해선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었던 일들에 대해 ‘어쩌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갖게 만드는 이런 상황은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다.

박태환 측의 의혹 제기가 그저 의혹 제기에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전문가들의 이미 밝혔듯 정유라 씨의 승마 실력 자체가 IOC 선수위원을 넘볼 만큼 올림픽에서 세계를 호령할 정도의 실력에 한참 미치지 못하기도 하지만 박태환의 도핑이 정말로 최순실 일당의 ‘정유라 IOC 선수위원 만들기’ 프로젝트의 한 과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야말로 세계 스포츠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블랙 코미디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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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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