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코스' 박태환, 이젠 은퇴시기 묻는다면 '결례'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6.12.07 16:57  수정 2016.12.07 17:01

한국 수영 선수 최초로 롱코스-쇼트코스 석권

늦었지만 반가운 제2의 전성기...건재 넘어 재기

박태환은 롱코스와 쇼트코스 모두 대한민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됐다. ⓒ 데일리안 DB

박태환(27)의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박태환은 7일 오전(한국시각) 캐나다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2016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34초59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한국 수영 선수로는 최초다.

박태환이 기록한 3분34초59는 지난 2012년 야닉 넬(프랑스)이 작성한 세계기록(3분32초)보다는 2초 이상 뒤진다. 9년 전인 2007년 11월 베를린에서 열린 FINA 경영월드컵 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작성한 자신의 최고기록(3분36초68)을 2초 이상 앞당긴 기록이다.

박태환은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 남자자유형 400m 금메달 이후 무려 5년 만에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 롱코스와 쇼트코스 모두 대한민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됐다.

쇼트코스 수영은 통상 50m 풀에서 치러지는 일반적인 롱코스 경영 종목과는 달리 25m 길이의 풀에서 벌이는 경영종목으로 짧은 풀에서 열린다. 같은 거리를 헤엄치는 롱코스 경영 종목보다 턴 동작이 많다. 턴 동작의 테크닉이나 잠영 능력, 경기운영 능력이 순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결선 레이스는 박태환의 테크닉과 레이스 운영 능력이 여전히 세계 톱 클래스에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 레이스 막판 보는 이들을 경약하게 만드는 폭풍 스퍼트를 다시 보여준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번 우승이 앞으로 박태환의 행보를 앞두고 좋은 예감을 갖게 하는 이유는 박태환과 쇼트코스 세계선수권과 좋은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17세 시절이던 지난 2006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FINA 쇼트코스세계선수권에서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2위에 입상했고, 당시의 호성적은 이후 2006 도하아시안게임 3관왕, 2007 멜버른세계선수권 금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10년 만에 박태환이 쇼트코스에서 세계를 제패한 것은 박태환이 앞으로 출전할 각종 국제대회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몸 상태와 경기감각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는 기분 좋은 징후로 볼 수 있다.

박태환은 최근까지도 불법약물 복용(도핑) 파문과 국가대표 발탁, 그리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둘러싼 갈등의 후유증을 겪었다.

박태환 ⓒ 데일리안DB

꿈에 그리던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한 채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던 아픈 기억을 안게 됐고, 이후 김종 전 문화체육부 제2차관으로부터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는 협박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오로지 훈련에 몰두한 박태환은 지난달 일본 도쿄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에서 4관왕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라이벌 쑨양(중국)의 불참으로 인한 어부지리라고 했지만 기록 면에서 박태환이 전성기에 근접해 있는 기량을 보여주면서 그와 같은 억측을 일축했다.

도핑 파문으로 기록이 취소되고 메달까지 박탈당한 데 이어 천신만고 끝에 출전한 리우올림픽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을 때만 해도 ‘박태환은 끝났다’고 했지만 박태환은 조용히 자신만의 페이스로 재도약을 준비했고, 이제 서서히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아시아선수권 4관왕과 이번 쇼트코스 세계제패로 이어지는 박태환의 거침없는 행보는 도핑이 아니었더라도 스스로 세계 최고의 선수였으며 앞으로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해가는 과정이다. 그토록 바라던 명예회복도 이뤄가고 있다.

이제 박태환에게 은퇴시기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잠시 미뤄뒀던 제2의 전성기가 지금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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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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