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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대선 시계 작동됐다


입력 2016.12.09 18:26 수정 2016.12.10 21:28        이슬기 기자

조기 대선 현실로...시기 놓고 셈법 '제각각'

대선 레이스 겨냥한 개헌론 부상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기권 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의 중심에 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제 여의도판 ‘대선 시계’가 본격적으로 작동되기 시작했다.

일단 조기 대선은 당연한 수순이 된 만큼, 구체적인 시기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박 대통령이 곧바로 사퇴할 경우, 헌법 제68조 2항에 따라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내년 2월 대선을 치르게 된다. 물론 박 대통령이 그간 ‘국회 합의와 법적 절차에 따른 퇴진’을 고집했던 것을 고려할 때, 해당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보다는 박 대통령이 즉각 사임하지 않고,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헌재가 최장 180일 동안 심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데, 만약 이 기간을 모두 채워 판결을 내린다면 한여름인 8월경 대선을 치르게 된다.

다만 심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정 공백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고, 박한철 헌재소장의 임기도 오는 1월말로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탄핵을 촉구하는 국민 여론도 강경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항을 고려해 헌재가 늦어도 1월에 결론을 내면, 내년 4월경에 이른바 ‘벚꽃대선’이 치러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물론 헌재 결정이 당겨질 거란 시나리오는 앞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63일 만에 인용된 선례를 근거로 한다. 문제는 당시엔 소추 내용이 비교적 간단해 심사 기한이 길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탄핵안에 남긴 소추 내용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에 2개월 만에 결정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헌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소추 의결서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한 뒤, 증인을 채택해 출석 요구서를 보내는 데까지만 약 3주가 걸린다. 이렇게 되면 본격적인 변론은 내년 1월경에야 시작할 수 있다. 여기에 심리 절차 과정에서 최소한 5차례 정도의 변론 과정을 거치는 것을 고려한다면, 내년 2월까지 대선을 치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17 국민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처리가 3일 남겨진 6일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선 레이스 겨냥한 개헌론 봇물 터질 것”

탄핵안 가결로 대선 레이스의 최대 변수인 ‘개헌론’도 물을 만날 조짐이다. 박 대통령의 직무가 즉시 정지됨에 따라 현 정부는 이미 민심과 동력을 잃었고, 동시에 아직 대권 레이스가 가동되기 전인 ‘혼란 상태’인 만큼, 각 후보들마다 개헌을 적극 공론화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판단에서다.

개헌 논의가 가장 편치 않은 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다. 특히 개헌론이 정계개편의 고리로 작용, 야권 비문(비 문재인)계와 새누리당 비주류가 연대해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구도를 형성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친문계가 현재 구도를 흔들만한 변수를 최대한 차단하고,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선거를 치르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다.

문 전 대표는 그간 탄핵 정국에서 개헌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개헌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탄핵을 추진하는 대열에 혼선을 주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거나 “개헌 꿈 깨”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친문계의 지지를 받은 추미애 대표는 최근 “개헌 논의를 꿈꾸는 세력은 다 물리쳐야한다”고도 했다.

탄핵 정국 속에 고공행진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흥행 카드’로 떠오른 이 시장은 개헌론이 ‘제3지대론’과 맞닿아 있다는 데 대한 거부감을 내비치고 있다. 개헌론이 여권의 권력분점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논리다. 그는 최근 SNS에 야권 개헌파를 가리켜 “국민이 불 끄느라 정신없는 틈에 방화범과 손을 잡고 곳간을 차지할 생각에 여념이 없는 세력”이라고까지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경우, 앞서 “탄핵에 먼저 집중해야 할 때”라며 선을 그었지만, 탄핵안이 전격 가결된 만큼 이후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로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여권의 대표 주자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전략적 연대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내년 초 귀국하는 반 총장은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의 세력화도 모색할 수 있어 제3지대 구성 시나리오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반면 개헌을 통해 기존 판을 흔들어야 하는 야권 군소 주자들은 개헌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엔 김부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개헌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해당된다. 손 전 대표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비롯해 박 대통령 탄핵 후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가에서도 탄핵 가결 직후 가장 먼저 개헌론을 전면에 내걸고 나설 인물로 손 전 대표를 꼽는다.

특히 여권으로서는 탄핵안 통과로 힘이 빠진 만큼, 향후 대선정국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선 서둘러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 강하다. 또한 개헌에 소극적인 문 전 대표에 집중 공세를 퍼붓는 동시에 현행 대통령 중심제가 아닌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등 차기 정부의 권한과 기한을 최대한 축소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실제 김무성 전 대표 등 여권 주자들은 주류·비주류를 떠나 서둘러 개헌 모임을 구성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1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이 종료된 직후 굳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선 셈법엔 ‘황교안’ 문제도...수싸움 하는 야권

탄핵안 가결로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가 즉시 가동됨에 따라,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눈치 게임도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 즉각 퇴진 △황 총리 교체와 내각 총사퇴를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당은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면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는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이 내각 총사퇴 문제를 두고 법률적 근거를 들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박 대통령 즉각 퇴진론에 대해 “그것은 문 전 대표 혼자만의 주장이다. 대선을 최대한 빨리 치러야 본인에게 이롭다는 판단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상돈 의원도 “내각 총사퇴는 헌법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탄핵안 가결과 동시에 대통령 즉각 퇴진 촉구와 황 총리 교체에 전력을 쏟을 전망이다. 정국 주도권을 손에 쥐고 대선을 앞당기기 위해선 내각을 무력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내에선 이러한 움직임이 지나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익명을 요청한 민주당 3선 의원은 "황교안 성향상 나서서 주도적으로 조각권을 행사하거나 그럴 리가 전혀 없다. 그림자 권한대행에 머물 것"이라며 "문재인 쪽에선 대통령이나 황교안을 빨리 처리하고 현 내각 힘을 다 빼야 서둘러서 대선으로 갈 수 있다는 건데, 당 일부에서는 너무 거기로 갔다가 오히려 여론이 안 좋을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박계는 탄핵안이 압도적 표 차이로 가결된 만큼, 유일한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캐스팅보트’를 자처한 김무성 전 대표가 여권 대선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 사실상 재창당 수준의 당 쇄신을 선보일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할텐데, 그와 동시에 개헌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 비 문재인 후보들 구도로 전개되면, 그런 상황에선 사실상 개헌이 상당히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그 중에서도 손학규 전 고문이 제일 먼저 개헌을 들고 나올 것이고, 거기에 김무성 전 대표 등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도 했다.

신 교수는 이어 "박 대통령이 언제 물러나느냐도 개헌과 맞물려 있다"면서 "개헌이 통과되는 날까지라고 한다면,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대통령은 내려올 수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개헌에 의해서 내려오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간판급 대선 주자인 문 전 대표의 경우, 향후 박 대통령 퇴진 운동에 전력을 쏟을 거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문재인은 이 모멘텀을 살리지 않으면 개헌 이야기가 나올줄 알고있다. 그러니 추미애도 내각 총사퇴하라는 식으로 강하게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며 "개헌이 몰려오면 본인들이 정국 주도권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개헌세력=박근혜 잔당'이라는 식으로 대결 구도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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