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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인 1판'에 가족 동원까지…반나절 만에 동나


입력 2016.12.21 07:00 수정 2016.12.21 07:04        김유연 기자

사상 초유 AI파동에 계란 공급 부족 심화…판매량은 오히려 늘어

한 판에 만원 갈 판…식자재값 줄줄이 인상에 소비자 우울한 연말

20일 오후 3시께 이마트 서울 여의도점의 신선코너 모습. ⓒ데일리안 김유연 기자

"아이들이 계란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해 계란 빠진 식탁은 상상할 수 없어요. 계란 한판 가격이 곧 1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는데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 지 고민이다."

지난 20일 오후 이마트 여의도점에서 만난 김모(38)씨는 신선코너 앞에서 계란 가격을 보고 너무 올랐다며 혀를 찼다.

사상 초유의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으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계란값으로 소비자들의 당혹감이 생각보다 커 보였다.

판매대 정면에는 '계란산지 수급불안정으로 1인 1판씩 판매한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상품 희소성에 따른 조급증 때문일까. 사재기 심리가 작용하면서 최근 계란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는 게 마트 관계자의 귀뜸이었다.

이마트 판매원 박 모(45)씨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평소보다 계란을 찾는 사람이 많아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유통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퇴근 시간 무렵인 오후 7시 정도면 품절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는 계란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탓에 가족까지 총동원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모녀 사이로 보이는 이모(53)씨는 "계란값이 오르고 구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까 미리 사두려고 나왔다"면서 "1인당 한 판만 살 수 있다고 해서 유통기간이 짧은 식품인데도 가족까지 총동원했다"면서 각 각 계란 한 판씩을 손에 쥐고 계산대로 향했다.

비교적 저렴했던 노브랜드(마트 자체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계란 가격표를 한창 둘러본 장모(38)씨는 "판계란은 1인 1판으로 제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브랜드(10개 기준·2380원)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양계코너에서는 일부 품목을 40%까지 할인하며 고객몰이에 나섰지만 한산한 모습이다. 반면 돼지고기·소고기 코너에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닭고기를 들었다가 제자리에 내려놓고 돼지고기를 구매한 한모(45)씨는 "아무리 AI와 상관없다고 홍보를 하지만 꺼림찍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롯데마트는 이날부터 전점을 대상으로 계란 가격을 10% 인상했다. 1인 1판이라는 구매제한도 적용했다. 대형마트에서 구매를 제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가격 인상은 이달 들어 세 번째다. 이에 따라 6800원에 판매되던 계란 1판 가격은 7000원대 중반이 될 전망이다.

계란 공급 부족 현상은 최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야생조류에서 기존 확인된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두 가지 형태의 AI가 국내에 동시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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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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