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호(號)'에 승선 대기 중인 정치세력은 누구?
'충청 대망론' 충청권 의원들과 탈당 보류 중도그룹
문재인과 간격 생긴 개헌지지 세력도 우군화 가능
여권 내 선두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본격적인 대권 행보가 임박한 가운데 장차 '반기문호'에 승선할 정치세력으로 누가 대기 중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 총장은 야권의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할 수 있는 여권 내 유력주자로 꼽히고 있다. 반 총장 본인도 이제는 대권도전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주재 한국특파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이 한 몸 불 살라서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사실상 대선출마 뜻을 드러냈다.
정치권이 반 총장의 대권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속에서 반 총장 진영에 합류가 예상되는 정치세력이 누군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적으로 '충청 대망론'을 바탕으로 뭉치고 있는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합류가 예상된다. 충청권 출신이자 반 총장과 몇 차례 접촉했던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길잡이 역할을 할 태세다.
정 전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기 전에는 (탈당 등) 움직일 생각이 없다"며 반 총장에 대한 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비주류 측의 1차 탈당 때는 함께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반 총장 귀국에 맞춰 정 전 대표를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이 탈당을 결행하면 1차 탈당 때 빠졌던 중도그룹 의원 중에서도 상당수 동반탈당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대표는 "반 총장과 함께 할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이 상당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친박계 일부도 동참할 경우 '반기문호' 승선 인원은 비주류 신당 규모에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반 총장이 오는 27일 탈당과 동시에 보수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비주류 진영과 손 잡는 장면은 당분간 연출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반 총장이 굳이 신당에 들어가 대선후보 경선을 거쳐야 하는 위험부담을 떠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외부에서 최대한 지지세를 불린 뒤 신당세력을 하나둘 흡수하는 방식의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개헌' 구심점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
반 총장의 또 다른 선택지는 '개헌'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개헌지지 세력과의 연대다. 야권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가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만큼, 반 총장이 개헌을 지지할 경우 개헌 세력을 우군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를 겨냥해 '개헌'을 지렛대로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이른바 '빅텐트'가 세워질 경우 반 총장의 입장에서도 외연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다봤다.
반 총장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대권행보에 나서게 되면 혹독한 검증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대권가도에는 워낙 변수들이 많아 반 총장의 행보에 험로가 예상되지만 유리한 조건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간 마땅한 지지후보를 찾지 못해 표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보수층이 한 곳으로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나 반 총장이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다. '몸을 불사르겠다'고 선언한 반 총장이 내년 초에 어떤 메시지를 안고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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