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반기문 때리기'로 지지율 상승세 꺾으려고?
길 잃은 보수표와 중도표, 반 총장에 쏠릴까 우려
반 총장 조카 비리 연루 사건까지 언급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 수위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경쟁자인 반 총장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면서 '싹을 미리 잘라내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선 출마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반 총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각) 한국 특파원단 기자간담회와 뉴욕총영사관 주최 교민 다과회에서 "한 몸 불사르겠다" "물불 가리지 않았다" "몸 사리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대선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다만, 새누리당과 보수신당, 국민의당, 제3지대 중 어느 세력에 속해 대선을 치를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재직 중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7차례나 할 정도로 친근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새누리당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할 거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하는 등 새누리당 입지가 불안해지자 반 총장은 새누리당을 등지고 국민의당에 '뉴 DJP(김대중, 김종필) 연합'을 제안하며 본격 대선 준비에 나선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문 전 대표 당선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반 총장의 행보를 그저 좌시하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반 총장과 비박계 탈당파가 추진하는 '개혁보수신당'이 결합할 경우 길 잃은 보수표와 중도표 모두 반 총장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 총장을 공격하는 포문은 지난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열렸다. 최인호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한 반 총장을 '구태 정치인'이라고 낙인찍었다. 그는 "반 사무총장이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이 (박 대통령 때문에) 국가에 대한 신뢰와 지도력을 배반당했다고 믿고 있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몇 년간에 걸쳐 박 대통령에 대한 소위 '박비어천가'를 얼마나 많이 불렀는지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또한 "위안부 합의, 외교 통일 부분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다가 가차 없이 돌변해 비판하는 말 바꾸기는 세계적 수준이다"라며 "말과 행동을 쉽게 바꾸는 정치인을 국민들은 구태 정치인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취재진의 질문을 통해 반 총장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던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총장은 친박 세력의 반기문 대망론으로 부패의 기득권 연장에 손 들어주면서 의기양양하던 분 아니었냐"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추 대표는 "적어도 고국의 촛불민심 앞에서 함부로 '한 몸을 불사르겠다'고 말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정권이 땅바닥에 떨어뜨린 국격을 촛불 국민들이 지켜냈다. (이건) 박 대통령도 반 총장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라며 "적어도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면 고국의 촛불민심이 무엇을 바라는지 성찰부터 하는 것이 고국사랑이라는 것을 충언 드린다"고 했다.
송현섭 최고위원은 이날 한 발짝 더 나아가 반 총장 조카인 반주현 씨가 연루된 국제 사기사건을 언급하며 반 총장을 압박했다.
송 최고위원은 "최근 미국 법원에서 반주현 씨가 연루된 사건 소송이 최소 13건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중 한 건은 과거 밝힌 경남기업 '랜드마크 72'사건과 같은 수법이다"며 "반주현은 큰아버지가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직분을 악용해 사기행각을 벌였으며, 이런 것은 국가적인 망신이다"라고 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23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반 총장에 대해 "구시대 질서를 누려왔던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문 전 대표는 "구시대에 대한 확실한 청산을 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게 국민들의 촛불민심이었다"라며 "반 총장은 그동안 구시대 질서를 누려왔고 성공해 왔던 분이라 '우리나라를 좀 바꾸자'라는 부분에 대해서 절실하고 절박하게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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