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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조사 끝나자마자 '공개행보'…태영호의 '말말말'


입력 2016.12.28 17:03 수정 2016.12.28 17:06        하윤아 기자

국회 정보위, 통일부 기자회견서 주도적으로 발언 쏟아내

북, 태영호 관련 공식 반응 '잠잠'…속으론 부글부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국회 정보위, 통일부 기자회견서 주도적으로 발언 쏟아내
북, 태영호 관련 공식 반응 '잠잠'…내부적으로는 비판 여론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 23일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마친 이후 곧바로 공개 활동에 나서며 과감하고도 직설적인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북한 외교관으로 일선에서 북한 체제를 선전했던 그가 망명 후 김정은 정권의 폐단을 지적하는 데 앞장서면서, 그의 발언이 연일 주목을 받고 있다.

태 전 공사는 23일 국정원 조사 이후 곧바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이후 27일에는 통일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망명 동기와 북한 내부의 실상, 김정은 정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입국 당시부터 공개 활동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던 그는 걸음마다 작심한 듯 '폭탄급' 발언을 쏟아냈다.

"김정은 한 사람만 어떻게 되면 체제가 완전히 무너진다"(국회 정보위)
"김정은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단연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통일부 기자간담회)

첫 공개 활동으로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23일과 언론과 처음으로 대면한 27일,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정권의 허구성과 모순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또 김정은이 수령으로 군림하고 있는 현 북한 체제 하에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이라는 지도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북한이라는 사회는 수령의 신격화에 기초해서 움직이는 사회"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는 북한 사회에 없다. 북한은 오직 김정은이라는 신, 수령과 그 밑에 정책을 집행하는 각 부서들이 종속적으로 연결돼 있는 사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정은은 현재까지도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이 집권하게 된 명분과 정체성을 명백히 밝히고 있지 못하다"며 "북한 주민들은 물론 북한 고위계층도 이제는 세습 통치는 미래 없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그는 공개 활동 때마다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밤에는 이불을 쓰고 한국 영화를 보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전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집권 5년간 스스로를 김일성-김정일의 뒤를 이은 '백두혈통'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생모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차마 (자신의 생모가) 김정일의 공식 부인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어 주민들에게 정체성과 명분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 백두혈통의 허구성"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은 2017년 말까지를 핵개발의 시간표로 정했다"(통일부 기자간담회)
"김정은은 10조 달러를 줘도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통일부 기자간담회)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대외·대남전략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혔다. 핵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핵전략을 언급하는가 하면, 한국과 미국의 정권교체기를 활용해 대북제재 무용론을 확대시켜 국면 전환을 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핵전략과 관련해 "북한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미국의 정권 인수 과정이 진행되는 2016년부터 2017년 말까지를 핵개발의 적기로 본다. 이 기간 정치적인 국내 일정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중지시킬 수 있는 물리적이고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타산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새로 집권한 한국·미국 정부와 핵동결을 전제로 대화에 나서 대북제재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미국 등을 겨냥한 북한의 대외전략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중국의 약점을 알고 있어, 북한이라는 동생이 중국이라는 형 앞에서 배짱을 부려도 중국이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북한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핵개발을 다그칠 수 있는 면죄부로 간주해왔다", "북한은 미국 공화당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 느낀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에 대해서는 "핵무기라는 걸림돌 앞에서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낮게 봤다. 김정은 집권 후 핵무기 보유를 공개 선언한 것은 곧 '중국의 뺨을 친 것'과 같아, 핵무기 포기를 약속하지 않는 한 방중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 한 몸을 통일제단에 바쳤다"(통일부 기자간담회)
"저는 통일하러 왔다. 한국정치에 개입할 의사 없다"(통일부 기자간담회)

태 전 공사는 자신의 망명 동기를 '통일을 위한 과업'에 두고 있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는 "한국정부에 귀순 의사를 밝힐 때 '투항'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것이 공개 활동을 시작한 심정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도착한 순간부터 공개 활동을 진행해 김정은 정권을 빨리 붕괴시키고 우리 민족을 다가오는 핵 참화에서 끌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을 망명지로 선택한 데 대해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고 같은 민족인데다 언어와 피가 통하는 대한민국에 와서 통일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것이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신변 위협에 대한 질문에는 "통일은 개인이나 집단 희생 없으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며 "이 한 몸 통일제단에 바친 몸인데, 김정은에게 죽는다면 그것이 곧 기폭제가 돼 더 많은 동료들이 저와 같은 길에 들어서지 않겠나. 그럼 더 좋은 기회가 돼 통일의 길이 더 앞당겨 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탈북 기자가 쓴 기사 보고 눈물 흘린 적 한 두 번 아니다"(통일부 기자간담회)
"한국 TV에 나오는 탈북민 프로그램 100% 다 본다"(통일부 기자간담회)
"한국 영화·드라마 보고 흉내…말투도 한국식으로 변하고 있다"(통일부 기자간담회)

이밖에 태 전 공사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이나 자신이 북한 외교관 시절에 겪었던 경험 등을 주도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공관은 업무와 관련 없는 여러 외화벌이에 동원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외화를 평양에 바치지 못해 상당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하는가 하면 "일반적으로 (북한) 대사의 경우에는 900~1100불. 참사관이나 공사는 700~800불 사이"라며 월급 등 외교관 업무와 관련된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탈북민이 출연하는 한국의 TV 프로그램이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등 북한 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의 탈북민 활동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 본인도 탈북 기자가 쓴 기사를 보고 힘과 용기를 얻어 한국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또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북한 내 젊은층이 '자기야', '오빠야'라는 호칭이나 'ㅋㅋ', '~할꼬야' 등의 한국식 표현을 흉내 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은 태 전 공사와 관련, 귀순이 공식 발표된 지난 8월 이후 한 차례 논평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북한은 태 전 공사가 국가 자금 횡령·국가기밀 누설·미성년자 강간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앞서 그는 "북한에서 그렇게 모략할 줄 알고 귀순 전 대사관 내 자금 사용 현황을 정산하고 사진까지 촬영해 놨다"고 반박했다. 이후 북한은 현재까지 태 전 공사와 관련한 별다른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태 전 공사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간부들은 태 전 공사를 '배은망덕의 전형'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국가안전보위부 등 권력기관에서 조직적으로 비난 여론을 확산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국내 또는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며 북한 체제와 인권유린 실태를 비판해온 일부 탈북민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며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태 전 공사가 본격적인 사회 활동에 나서며 김정은 정권의 허구성과 북한 실상을 폭로하고 있는 만큼, 향후 북한이 그에 대한 강도 높은 공개 비난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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