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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수상소감-이휘재 논란, 시상식 최고·최악의 순간


입력 2017.01.01 17:33 수정 2017.01.02 15:47        이한철 기자
배우 한석규의 품격 있는 수상소감이 이휘재의 무례한 진행 논란으로 얼룩진 'SBS 연기대상'에 의미를 살렸다. ⓒ SBS

'SBS 연기대상'의 두 주인공, MC 이휘재와 대상 수상자 한석규의 명암이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지난달 31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는 지난 한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를 총결산하는 '2016 SBS 연기대상'이 열렸다.

어느덧 연말 시상식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한 이휘재는 이번에도 약 3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시상식을 이끌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의 옆에는 민아와 장근석이 함께 했지만, 시상식을 이끈 주역은 역시 노련한 이휘재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휘재에 대한 기대는 결과적으로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무례하고 배려 없는 진행이 여러 차례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

성동일의 옷차림에 대해 "촬영하다 오셨느냐. 제작진인 줄 알았다"고 다소 지나친 농담을 건네는가 하면, 베스트 커플상을 받은 이준기와 아이유에 대해 "두 사람의 사이가 수상하다"며 반복적으로 지적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조정석에게 연인 거미를 향한 멘트를 강요하는 모습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휘재의 멘트가 상대의 긴장감을 풀어주거나 웃음을 자아내기보다는 당황하거나 불쾌하게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시상식 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모든 게 나의 과오이자 불찰"이라며 사과하긴 했지만, 이미 시상식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뒤였다. 마지막 축제의 장이 의도치 않은 논란으로 얼룩진 것이다.

그나마 'SBS 연기대상'의 의미를 되살린 건 대상 수상자 한석규였다.

한석규는 이날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로 2011년 '뿌리 깊은 나무' 이후 5년 만에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실 대상 수상자로 한석규가 호명될 것이라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수상 소감 내용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그동안의 대상 수상 소감과는 격이 다른 것이었다.

한석규는 "신인 시절, 하얀 도화지가 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자신의 색깔을 마음껏 펼치라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검은 도화지가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면서 "밤하늘 같은 암흑이 없다면 별은 빛날 수 없을 것이다"고 철학적인 멘트를 이어갔다.

이어 한석규는 "직업란에 제 직업을 쓸 때가 있는데 '연기자'라고 쓰곤 한다. 배우는 문화 종사자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엉뚱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고 자신의 직업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르다는 걸 불편함으로 받아들인다면 배려심으로 포용하고 어울릴 수 있겠지만, '위험하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사회,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시인 고은의 편지글 가운데 "가치는 죽고, 아름다움이 천박해지지 않기를"이라는 문구를 읽으며 "'낭만닥터 김사부'에 출연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작가의 의도 때문이었다"며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수상 소감을 마쳤다.

지인들이나 동료들의 이름을 나열하지도, 누구를 직접 겨냥하지도 않았지만, 그의 말 한 마디에는 무엇보다 강렬한 묵직한 한 방이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우울했던 2016년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수상 소감이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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