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 빙의' 양파 단독콘서트? 뮤지컬 '보디가드'
데뷔 19년 만에 첫 뮤지컬, 완벽한 가창력 감탄
명곡들의 향연-화려한 춤 '오직 양파만 돋보여'
가수 양파(38·이은진)의 단독 콘서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보디가드'는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동명 영화(1992)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사실상 여주인공을 레이첼 마론을 원톱으로 내세운다.
영화 OST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만큼, 사실상 작품 속 거의 모든 곡을 레이첼 마론을 연기하는 여주인공이 소화해야 한다. 레이첼 마론과 로맨스를 그리며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하는 프랭크 파머 역(이종혁·박성웅 분)조차 노래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만큼 이 작품은 레이첼 마론을 연기하는 양파, 정선아, 손승연의 역량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 후 "양파의 콘서트를 본 것 같다"는 관객들의 속삭임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사실 개막 전엔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양파와 손승연이 아무리 뛰어난 가창력을 지녔다 해도 끊임없이 의상 체인지를 하고 격렬한 춤까지 소화해야 하는 뮤지컬 무대는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상대 배역과의 호흡부터 춤과 연기를 하며 체력을 안배하는 노하우는 짧은 시간에 습득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양파는 그동안 가수로서 보여준 이미지를 완전히 깨고 180도 다른 레이첼 마론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공연 관계자에 따르면, 양파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뮤지컬 외에 모든 일정을 취소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양파의 열정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작품 속 양파는 때론 휘트니 휴스턴처럼, 때론 비욘세처럼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과거 한 방송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리슨(listen)'을 불러 이미 화제가 됐던 양파는 다시 한 번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와 최상의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특히 '아 윌 올웨이스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에서는 관객들은 휘트니 휴스턴의 부활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화려한 퍼포먼스와 파격적인 의상은 '보디가드'가 아니라면 볼 수 없었던 양파의 색다른 면모다. 마치 비욘세로 빙의된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파워 넘치는 무대가 인상적이다. "발연기만 아니었으면 한다"던 양파의 말과 달리 매끄러운 연기력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양파가 돋보인 만큼, 뮤지컬로서 '보디가드'의 매력이 반감된 건 사실이다. 지나치게 '보디가드' OST에만 치중한 탓인지, 다른 배역의 노래가 너무 적다. 게다가 시종일관 뻣뻣한 자세로 무뚝뚝한 대사만 던지는 프랭크 파머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부각되지 못한 탓에 드라마적인 요소는 사라지고 양파의 무대만 남은 꼴이 됐다. "양파의 단독 콘서트 같다"는 관객들의 평가에는 이처럼 만족감 못지않은 아쉬움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1997년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한 이후 어느덧 음악생활 20주년을 맞이한 양파는 '보디가드'를 통해 정상급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작품 이전부터 다양한 작품의 러브콜을 받아온 양파의 몸값은 더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보디가드'는 3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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