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 환갑 넘은 '마법의 가루'...국민 식탁을 지키다
[브랜드 100세 시대⑦]대상-미원
임대홍 창업주, 일본서 글루탐산 제조법 습득…'맛의 원천' 뜻 담아 탄생
'MSG 유해논란' 식약처 안전 판정으로 신뢰 회복…해외 30개국에 수출
1956년 태어난 조미료 미원은 주부들 사이에서 음식 맛을 살려주는 '마법의 가루'로 불린다. 미원은 대상을 종합식품기업으로 일군 일등공신이다. 미원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지난해 4월 26일 향년 96세에 별세한 고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회장.
임 회장은 1950년대 중반 국내 시장에서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인기를 끌자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 제조 방법을 배우려 일본으로 떠났다. 1년여 간의 노력 끝에 글루탐산 제조 방법을 알아내 부산으로 돌아온 임 회장은 1956년 1월 동아화성공업을 세웠다. 대상그룹의 전신인 150평 규모의 조미료 공장에선 순수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만든 첫 국산 조미료가 태어났다. 임 회장은 '맛의 원천'이란 뜻을 담아 이름을 미원으로 지었다.
미원을 넣으면 어떤 음식도 맛이 좋아진다는 소문이 나면서 당시 미원을 사용하지 않는 집이 없을 정도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미원은 주부들에게 맛의 비밀, 마법의 가루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대상은 당대 인기 여배우들을 미원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1963년 미원 광고 모델로 나선 영화배우 김지미씨는 국내 최고 모델료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고 황정순이나 홍세미 등도 미원 광고 모델을 거쳐 갔다.
미원이 인기를 끌자 CJ제일제당이 미풍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특히 영업사원 간 사은품 경쟁이 치열했다. CJ제일제당이 무채칼, 고무장갑을 사은품으로 넣어 미풍김장세트를 선보이면, 대상은 고급 비치볼, 미원병 등을 선물로 주는 사은행사를 열었다. 또 CJ제일제당이 고급 스웨터를 경품으로 내세우자, 대상은 금반지로 맞섰다.
'1가구 1미원'이라 불리던 1960~1970년대 미원은 최고 인기 선물이었다. 1962년 미원 1㎏이 담긴 금색 캔을 상자처럼 포장해 선물한 것에서 미원선물세트가 비롯됐다. 당시 미원선물세트 상자 용기에는 경복궁의 경회루, 비원의 정자 등이 그려졌다. 이후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세 가지 미원선물세트가 나왔다. 미원선물세트는 제작 수량이 점차 늘며 하나의 계절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디자인과 안의 내…용물도 다양해졌다.
대상은 1982년 26년 동안 축척한 기술력으로 진한 쇠고기 국물 맛을 낼 수 있도록 만든 '미원 쇠고기 맛나'를 새로 선보였다. 2세대 종합조미료로 발전한 것. 이후 식품업계의 무첨가 마케팅과 TV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L-글루타민산나트륨(MSG) 유해논란이 일면서 미원은 위기를 맞았다.
MSG가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온 덕분에 미원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소속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도 230여 건의 연구 결과를 검토한 뒤 MSG 일일 섭취 허용량을 철폐한 바 있다.
이후 미원은 젊은 브랜드이자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거두는 조미료로 거듭났다. 미원의 노화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대상은 2014년 이름을 '발효미원'으로 바꾸고 핵산 비율을 줄여 깔끔한 감칠맛을 살렸다. 포장 디자인도 바꿨다. 미원의 상징 겪인 붉은 신선로 모양을 줄이고, 사탕수수 이미지를 앞세웠다. 그해 11월에는 '밥집 미원'이란 팝업 매장도 열어 발효미원을 넣어 나트륨 양을 30% 줄인 국밥을 70년대 가격인 100원에 선보였다. 2015년 2월에는 '다시마로 맛을 낸 발효미원'을 내놓으며 자연 이미지를 강조했다.
광고 모델의 이미지도 젊게 바꿨다. 남성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지난해 9월 30일 유튜브를 통해 '픽(Pick) 미원' 영상을 선보인 것. 영상은 열흘 만에 누적 조회 수 5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미원은 해외에서 더 잘 나간다. 국내 매출은 2014년 1005억 원, 2015년 1027억 원으로 소폭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해외 매출은 2014년 1887억 원, 2015년 2000억 원 이상(추산)으로 성장 폭이 크다.
특히 인도네시아 법인(피티 미원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현지네시아 법인(피티 미원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현지 조미료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으로 업계 3위다. 1973년 첫 발을 디딘 인도네시아에서 미원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대상은 현재 중국, 일본, 몽골,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중남미, 러시아, 호주 등 30여 개국에 미원을 수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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