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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여전히 긍정도 부정도 않는 ‘반반’이었다


입력 2017.01.25 17:20 수정 2017.01.25 17:34        고수정 기자

관훈토론회서 정체성·입당 가능성에 모호한 발언

출마 선언 해석 여부에도 "언론인 몫" 확답 피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관훈토론회서 정체성·입당 가능성에 모호한 발언
출마 선언 해석 여부에도 "언론인 몫" 확답 피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여전히 ‘반반(半半) 화법’을 고수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행보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반반 화법’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 전 총장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어김없이 드러났다. 그는 정치 비전이나 정당 입당 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에 모호한 발언으로 질문자들을 애태웠다.

먼저 반 전 총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세계만방에 등불이 되고 국민에게 벅찬 희망을 다시 돌려드리겠다”라고 한 걸 두고 ‘대선 출마 선언으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을 다 드렸으니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는 언론인의 몫”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토론회에서 반 전 총장이 자신을 ‘확고한 보수주의자’라고 표현한 데 대해 지적이 제기됐다. 질문자는 “(과거에는) 진보적 보수, 이제는 확고한 보수라고 했는데 확고한 보수가 기존 보수와 어떻게 다른 것이냐. 여전히 반반씩 걸치고 있다는 말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제 정체성에 의심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해가 안 됐다. 저는 말을 바꾼 것 없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지도자로서 국민이 보다 잘 살고 차별받지 않고 사는 면에 있어서 진보-보수 차이가 없다. 진보주의적인 모습도 있는 보수주의다 한 거지, 제 정체성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반 전 총장이 국정 철학이나 정치 지향점을 밝히지 않으면서, 친문(친문재인)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친반(친반기문)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언론에서 지금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에 잘못하면 그런 기준으로 해서 국민을 분열시키는 면도 있다”며 언론의 역할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캠프 구성원이) MB, 친박 등 프레임을 가르는데 사실 그 전으로 가면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그 전으로 가면 김영삼 전 대통령 때인데 80세, 90세 되는 분들도 계시고, 제가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며 “‘어느 정권에 있었으니까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라고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설 이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서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질문자는 “새누리당에 안 간다고 했다가, 어제 새누리당 (초선을) 만난 자리에서는 새누리당 안 간다 한 적도, 바른정당 가겠다고 한 적도 없다고 했다”며 “어느 정당 가려는 것인지, 어느 때 어느 조건에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은 “당이 문제가 아니고, 제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민족의 대통합을 통해서 한국을 위기에서 구하겠다, 국격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같이 가진 분들, 정치적 결사체라든지 이런 분들하고 같이 할 수 있다”며 “조만간 결정해야 하는데, 결정된 것이 없어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문재인 때리기’는 강경하게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유력 경쟁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해서는 ‘반반 화법’이 아닌 강경한 발언으로 ‘안보관’ 공격에 나섰다.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대통령 되겠다는 분이 미국보다 평양에 가겠다고 하는 것에 많은 분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봤다”며 “남북한 관계가 어떤 상태인가. 북한의 국제 상황 어떤가. 안보리로부터 많은 제재를 받는 나라, 거의 접촉이 끊어진 나라”라고 비난했다.

문 전 대표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관련 입장에 대해서도 “사드 배치에 대해 말씀이 오락가락한다. 비판이 오니까 약간 바꾸고 그런 것이 문제”라며 유엔 북한인권결의와 관련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자서전을 거론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유엔 총회에서 토론하고 결의안 채택했는데 북한 입장 들어보고 결정하자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며 “깊은 내용은 모르지만, 이런 등등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의아해한다”고 꼬집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의 65% 이상이 (개헌을) 지지하는데 제1당의 후보가 되실 분이 개헌은 안 되겠다고 하면 결과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에 갇히게 된다. 그것은 결국 패권”이라며 “박근혜 패권에서 문재인 패권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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